삶의 두 갈래 길





뒤주 속에 사는 쌀 바구미가 장가를 들고 싶어서
뒤주에서 나왔다. 쌀 바구미가 여기저기 다니다가
창문턱에 이르러 보니 거기에 예쁜 나무바구미가 있었다.

"너 어디 사니?"
"저기 저 대추나무에 산다."
쌀 바구미는 수작을 걸었다.
"나하고 결혼하지 않을래?"
"결혼하면 어디서 살 건데?"
"물론, 내가 사는 뒤주 속이지.
아주 쌀 속에 묻혀 살게 돼."
나무바구미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난 싫어. 날 따라서 대추나무에 가 산다면 모를까."
"거긴 추워서 어떻게 사니?
그리고 먹을 것도 신통치 안잖아."
나무바구미가 말했다.
"그럼 넌 먹기 위해 사니?
푸른 하늘을 보며 여행을 다니는 행복을 몰라?
그리고 열심히 일해서 얻는 양식에 대한 기쁨을 모르냐구?"
"답답한 바구미로군. 왜 힘들게 여행을 다녀?
일해서 얻은 양식은 또 뭐야? 무진장 쌓여 있다니까 그래."
나무바구미는 대꾸도 없이 창을 넘어 사라졌다.
쌀 바구미는 집안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옷장 속에 들러 좀한테 장가를 들었다.
그런데 그날 밤 집주인이 옷장에 약을 뿌려서 쌀 바구미의
신방은 영안실이 되었다.

      길 길 길 ...... 저들은 어디로 가는가
      믿음으로 가는 길은 분명 두 길일 것이다.
      허나 죽은 믿음으로 가는가?
      산 믿음 생명의 길 영생을 보장 받는 곳을 향하여 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