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비




그 형제가 결국 또다시 훔치고 달아났다.
이번엔 좋은 카메라와 영성클래스 헌금까지 손을 대고서!
일전엔 컴퓨터 LCD 모니터와 나의 성의를 집어간 일이 있었다.
그는 내가 모르는 줄 알지만 나는 그날 밤 그가 남기고 간 흔적 때문에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그러나 비밀로 부쳤었다.

처음의 그 일로 나는 그에게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노숙자가 된 사연과 가정의 배경에 대하여 알아냈다.
아버지의 얼굴도 모른 채 조부모 밑에서 컸는데
아버지의 빚이 아들에게 물려져 조부모가 남긴 유산마저
모두 빼앗기고 이십 중반의 나이에 거리로 내몰린 것이었다.

더 큰 문제는 빚쟁이들로부터 지속적으로 당한 폭력이
그를 사회적 정서적 불구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하지만 그는 해맞이학교(노숙인대학) 수업에서
훈민정음을 몽땅 외울 정도로 두뇌는 명성한 청년이기도 하다.

나는 그에게 사랑의 농장에서 한 달만 빠지지 않고 나오면
11월부터는 고시원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특별 지원하겠다고 격려하며
안정을 찾아 주려고 하였는데 또 다시 절도행각을 하며 사라진 것이다.

붙잡아 오기로 하였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언제 재활의 기회가 그에게 주어질까?
평생 거리에서 배회하거나 범죄자가 되어 삶을 마치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이 아니겠나!

“용서할 테니 돌아오기만 하라!”
우리의 바람인데 과연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산골도 바람이 차가운데 마음은 더욱 썰렁하기만 하다.

그런데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노숙인 형제 한 분이
얇은 스웨터만 입고 있어서 어찌된 영문인가 하였다.
주일날 교우 한 분(이광주)이 200벌의 잠바를
기증하여 잠바를 나누었었는데…..
까닭을 물으니 거리에서 떨고 있는 이를 보고는
자기 잠바를 벗어준 것이었다.
“어찌 그런 짓도 하느냐”며 함께 웃고 말았다. <연>

   *하루 한단 기쁨으로 영성의 길 오르기*

  행복은 이미 이룬 것을 감사할 때 찾아오며
희망은 아직 이루지 못한 것에서
가능성을 볼 때에 찾아 듭니다. <연>

 

출처 산마루서신 & JTN방송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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