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복희 권사내 전성기는 바로 지금
               65세의 나이 그래도 무대에서 가장 편안합니다.

무대 환갑을 맞은 가수 겸 뮤지컬 배우 윤복희(65)의 얼굴은 행복이 가득하다. 그는 21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데뷔 60년 만에 처음으로 단독 콘서트를 여는 소감을 진솔하게 밝혔다.

  제가 가창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개인 리사이틀을 한 번도 열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동안 제가 연줄이나 배경도 없이 TV, 라디오는 물론 연극 등 모든 장르에서 활동할 수 있었던 건 부족하지만 제게서 삶의 위로를 원했던 많은 분들이 계셨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윤복희 권사는 1952년 아버지가 연출한 가무극크리스마스 선물을 통해 처음 뮤지컬 무대에 섰다. 세계적인 재즈스타 루이 암스트롱의 권유로 미국에서 음악생활을 시작한 그는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과 영국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미국에서 루이 암스트롱을 비롯해 유명 재즈 뮤지션과 함께 감히 같은 무대에 섰던 것은 참 행복한 기억이죠. 지금 같으면 떨려서 못했을 것 같은데, 그때는 참 철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 이후로 재즈는 평생 제 음악적 토양이 되었죠.”

  워낙 어렸을 때부터 공연을 했기 때문에 세계 어느 곳에 가든지 무대는 잠자는 안방보다 조금 더 편한 곳으로 느껴진다는 윤복희 권사. 어린 시절 부모님을 여의고 나서야 했던 차가운 무대는 족쇄처럼 여겨질 법도 하지만, 그런 기억은 어른이 된 윤복희를 오히려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네다섯 살 때부터 공연을 하다 보니 제 또래의 배우는 저밖에 없었어요. 저도 학교에 가고 싶고 무대에서 내려오고 싶은 적도 많았죠. 하지만 서른이 넘어서 주님을 나의 구주로 영접하면서부터 제게 달란트가 주어진 것을 알았어요. 그때부터 어린이의 마음으로 살면서 어린이 뮤지컬피터팬을 만들게 된 거죠.”

 윤복희는“‘피터팬을 하면서 만난 3~7세 어린이 관객들을 통해 거꾸로 어릴 때 느끼지 못했던 성장기를 배웠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이후 그녀는 한국 뮤지컬의 효시인빠담빠담을 비롯해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등의 주연을 맡으며 국내 뮤지컬 배우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제가 똑같은 것을 두 번 하지 못하는 습관이 있어요. 때문에 가수들이 매년 같은 노래를 부르면서 흡족해 하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해요. 뮤지컬은 관객들이 달라질 때마다 무대에서 노래나 대사 표현도 달라지는 매력이 있죠. 이제는 40대가 된피터팬의 팬들이 이번 60주년공연에 찾아와주겠죠.”

 그동안 80여 편의 뮤지컬에 출연했던 그녀는 30일 대전을 시작으로 청주, 부산, 대구, 서울 등 전국을 돌며 공연하는 60주년 스페셜 콘서트에서 출연작의 일부를 압축해서 드라마와 함께 보여줄 예정이다.

  최정원, 남경주, 허준호 등 앙상블을 자처하는 뮤지컬 후배들의 전화가 벌써부터 빗발치고 있다. 1979년 서울국제가요제대상을 받았던 히트곡여러분을 통해 대중의 지친 감성을 위로했던 윤복희 권사. 그녀는 지금이 바로 자신의 전성기라고 단언한다.

  “‘여러분이라는 노래를 30년 넘게 불렀는데, 노래의 발성과 호흡을 제가 만들어 놓고도 한 10년 됐을 때 노래의 맛이 느껴지더군요. 최근 들어서 노래가 또 다르게 느껴지면서 조금씩 음악의 맛을 알게 됐어요. 부족하지만, 조금 더 표현하고 싶은 것을 알게 된 지금이 바로 제 전성기가 아닐까요?” 

/ 서울신문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