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팜팡가 따분빈민촌 이경철선교사
                적응기 두 번째 이야기 (열악한 환경극복)
           떡과 복음 들고, 따분드림마을을 위해 빈민촌에 몸을 던진 이 선교사 



우리가 생각하는 선교의 이론과 실제가 얼마나 판이하게 다른지를 따분빈민촌에 실제로 들어가 따분드림촌으로 만들겠다고 빈민촌 사람들과 피부를 맞대고 살면서 처절하게 많은 것을 깨달았다.

날씨가 얼마나 무더운지 숨이 헉헉거리는 가운데 냉장고를 틀려고 하니 전기를 일곱 집에서 따다가 같이 쓰는 터라 전력 부족으로 사용할 수가 없었다. 에어컨도 물론 사용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화장실 변기에 깔개는 온데 간데 없다. 한낮의 태양열에 변기가 달아올라 물을 끼얹고 사용해야 화상을 면할 수 있다. 화장실용 휴지는 아예 생각도 못하고 바가지로 물을 떠서 등줄기로 부으면서 손으로 그곳을 닦아내야 한다.

손이 비데 역할을 대행해 주는 것이다. 볼일을 다 보고는 물을 받아 쏟아 부어 손수 변기 물탱크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 처음에는 무척이나 어색했지만 휴지 값도 만만치 않고 빈민촌에 휴지는 잘 어울리지도 않는다. 각 집에 가스레인지를 대신해 조그만 화로에 나무를 지펴 음식을 해먹는다. 쥐들이 양철 지붕에 천장 대용으로 만든 속이 훤히 보이는 이불보 위로 제멋대로 돌아다닌다.

누워 잘 때마다 얼굴 위로 언제든 실례를 하거나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늘 불안하게 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내 방을 마치 제집 안방 드나들 듯 하는 통에 견디다 못해 끈끈이를 사다가 각 요소요소에 배치시켰다. 결국 한 두 마리 잡히기 시작하더니 하루는 일곱 마리나 잡히는 쾌거(?)를 거두었다.



9
년 전 필리핀에 단돈 4만원을 들고 들어와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돈을 절약해야 했다. 그 방편의 일환으로 아무리 무더운 날씨라도 에어컨 틀지 않고, 선풍기도 가급적 틀지 말자는 원칙을 세워 잠잘 때는 너무 더워 땀이 줄줄 흐르는데 머리맡에 수건을 갖다 놓고 땀을 훔치면서 잤다. 빈민촌 사택은 찜질방 사우나를 방불케 했다.

그런데 방안에 이상하게 고약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나갔다 들어오면 환기를 위해 선풍기를 틀어 놨는데 문제는 냄새가 어디서부터 오는지 알 수가 없었다. 워낙 여기저기서 냄새도 많이 나는 지역이니까 그렇겠지 했는데 악취가 점점 심해져 추적을 해보니 침대 저 구석에 끈끈이를 묻힌 채 나를 비웃기나 한 듯 도망간 쥐가 반쯤 썩어 문드러진 것이 발견 되었다. 불을 켜고 자세히 보니 구더기가 득실거리고 썩은 진물이 줄줄 흘러 마치 지옥의 모습을 보는 듯하였다. 빈민촌은 그냥 어떻게 잘 되겠지 하는 것이 통하는 곳이 아니었다. 손수 손을 걷어붙이고 끈끈이가 붙어 잘 떨어지지도 않는 불청객들을 손으로 잡아 떼어내고 방바닥을 닦아냈는데 며칠 간 밥맛을 잃을 정도였다. 냄새의 근원을 없애버리니 선풍기를 틀지 않고도 살 것 같았다.

향수를 뿌린다고 쥐가 썩어 가는 악취가 근본적으로 없어지는 것이 아닌 것처럼, 죄인이면서도 선한 일 좀 하고 의인인척 적당히 위장해서 될 일이 아니다. 누구를 막론하고 나의 죄를 친히 담당하시고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님을 믿지 않으면 모두가 이보다도 더 처참한 지옥으로 갈 텐데 나와 관련된 불신자들을 전도하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었다.

빈민촌 한가운데 거주 권리증을 가진 사람 집과 땅을 매입해서 따분다니엘교회를 건축하고 있는 중인데 건축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집주인이 정하는 사람을 써야했다. 그 중에 집주인 아들이 함께했는데 자주 늦고 빠질 때도 있어 다른 일군들까지도 일을 제대로 못하고 인건비는 인건비대로 지출되는 폐단이 생겼다.

결국 참다못해 그 아들에게 잘못을 이야기 해주고 이틀간 출근 금지 명령을 내렸더니 알았다고 하였다. 그때 집 주인이 50미터 전방에 앉아 있다 자기 아들을 해고시켰다며 쏜살같이 달려오더니 당신이 목사면서 해고시키는 것이 말이 되냐면서 각목을 들고 나를 내리치려다 일하는 일군들에게 일하지 말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러더니 다시 내게 돌아와 내 멱살을 잡듯 하면서 주먹을 턱 밑으로 같다 대면서 위협을 주는 것이었다. 나는 중학교 때까지 태권도 선수생활을 하던 사람이라 얼마든지 상대를 제압할 수 있었지만 꾹 참고 또 참았다. 내가 무력을 쓰는 순간 이 빈민촌에서 선교사역은 고사하고 청부살인 업자까지 사는 동네라 목숨을 부지하기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피나투보 화산이 폭발하면서 피난해 온 이주민들이라 정말 상식도 안통하고 서로 악만 남아있는 것 같았다. 심지어 바랑가이 동사무소에서도 이곳 따분 부룩 세븐 빈민촌지역 사람들이라면 고개를 절래 절래 흔 들고 잘 달래서 보내곤 하였다.

건축 일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연장들이 없어졌는지 모른다. 물어보면 무조건 모른다, 누군가 빌려 갔다, 기억이 안 난다, 얼마 안 되는데 새로 사면 될 것 아니냐며 억지를 부린다.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나온 사람이 바로 심장병과 고혈압으로 일을 못하고 집에서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던 사람이 내게 신유기도를 받고 병이 회복되어 할렐루야를 외치며 일을 다시 시작하게 되어 고맙다고 자기 거주 권리증을 내게 사람 판 사람인 것이다. 은혜를 악으로 갚는 격이다. 그날 밤 나는 그를 위해 하나님께 밤새 간절히 중보기도를 드리면서 용서해달라고 하였다. 그 다음날 마음이 아파 그 아들에게 일을 하게했다.

오후에 밖에 나가있는데 전화가 왔다. 일하다가 그 아들이 어깨를 다쳐 병원에 가는 길이라고 하였다. 그 순간 하나님께서 주의 종을 대적하는 것이 얼마나 안 좋은 일인지 깨우쳐 주심에 감사드렸다.

며칠 뒤 그의 딸집에 들렸는데 그의 손녀가 내 성경 mp3 기기를 가지고 있기에 어디서 났냐고 물으니 삼촌에게 빌린 것이고 그의 삼촌은 어떤 아이에게 300페소 (9,000)에 샀다고 하였다. 그동안 가끔 없어지는 물건들이 있어 궁금해 했는데 그 궁금증이 풀어졌다.

만약 그를 만나게 해 주면 그 돈을 돌려주겠다고 말하고 며칠간 기다렸는데 아무 소식이 없었다. 일주일 뒤 그 삼촌에게 물건 판사람 어찌되었냐고 물으니 그가 내게 그 친구 떠났어요.” 하는 것이었다. 어디로 떠났냐고 했더니 저 세상으로 아주 떠나서 장례식 까지 따라 갔다 왔다고 하였다.



빈민촌 아니 필리핀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도난사건에 별거 아닌 것 같은 말라리아모기에 물려 그냥 세상을 떠난 것이다
. 그 순간 나는 회개 기도를 하였다. 지난 번 집 주인은 밤새 그의 죄를 용서해 달라고 밤을 새워 기도 했는데 그 삼촌의 친구를 위해서는 그냥 섭섭한 마음만 가졌다.

그 사람을 언젠가 만나면 역추적을 해서 물건을 찾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인간적인 생각에 사로 잡혀 그를 위한 중보기도를 까맣게 잊고 있었던 초라한 내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른다. 빈민촌 사람들이 이 사건을 계기로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 주의 종의 기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고 더욱 더 빈민촌을 위한 중보기도에 더욱 더 힘써야겠다.

아직도 교회 지붕을 덮지 못하고 있다. 예산 부족과 아직 바랑가이 동사무소와 시청에서 교회 허가를 안 내주고 허가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교회가 필요한 곳이기는 한데 그 터전이 이주민들을 위한 곳이라는 이유에서다. 원래 땅 주인에게는 그곳에 교회를 지을 수 있도록 양해를 구했는데 그 땅이 정부 루빠호(시청소재)라는 서민주택사업단으로 매매가 되었다고 한다. 바랑가이에서는 원래 땅 주인과 루빠호의 승인을 얻어 오면 자기들도 허가를 내 주겠다하는데 일부 승낙은 받은 셈이다.

계속 따분다니엘교회(교회건평 40)와 따분어린이 워쉽센타(센타건평 40)의 건축허가와 건축 자금 (1,500만원), 전기와 수도설치비(150m를 빈민촌 안으로 끌어 오는 자재비 포함 약 150만원),을 위해 기도해 주시고, 따분빈민촌이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따분드림마을로 변화되어 하나님 나라의 모델이 될줄 믿는다. 여러모로 선교에 동참해 주시고 후원해 주시는 선교 동역자분들께 하나님의 은혜와 평강이 넘치시길 기도드립니다. 샬롬.

                        필리핀 팜팡가 따분빈민촌, 지저스타임즈 필리핀지사장 이경철 기자(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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