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다! 술타령 문화 관대해 범죄 키우는 한국
            서울 홍대앞 새벽 530, 첫 지하철은 '취객들 귀가 열차' 불쾌감

[홍대앞 첫차 승객 전수조사]
3시 반, 손님 있는 술집 674시 반, 자리 없는 포장마차도
5시부터 역으로 수백명 '행진'객차 술냄새 진동, 빈자리 없어

조선일보 박상기 기자 취재팀에 의하면 지난 22일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에서 새벽 530분에 출발하는 지하철 첫차를 취재했다. 2, 3차도 모자라 해가 뜬 아침까지 이어지는 우리의 일그러진 술 문화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취재팀이 홍대입구역에 대기 중인 양방향 첫차 2대를 직접 돌고, 승차장으로 내려오는 사람 수를 셌더니, 첫차를 탄 750여명 중 700여명이 술 냄새를 풀풀 풍기는 취객들이었다. 인근 클럽이나 포장마차, 감자탕집 등에서 밤새 술을 마시며 전전하다 이 시간에 비로소 귀갓길에 오른 것이다. 양방향 첫차 두대의 좌석수는 1080. 지하철 첫차는 '주취자를 위한 귀가 열차'였다.




[조선일보](사진 위 왼쪽)22일 오전 320, 서울 홍익대 앞 거리. 술에 취한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 위 오른쪽)이미 환하게 날이 밝은 22일 오전 5, 홍대입구 역 근처의 한 실내 포장마차는 빈자리가 없을 만큼 성업 중이었다. (사진 아래 왼쪽)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에서 오전 530분 출발하는 지하철 첫차는취객 열차였다. 지하철에 오른 사람들이 자리에 앉기 무섭게 잠에 빠진 모습. (사진 아래 오른쪽)22일 오전 540, 날이 환하게 밝았지만 홍익대 앞 공원에선 여전히 술판이 한창이었다/ 이덕훈 기자 leedh@chosun.com


 
510분까지만 해도 지하철역 플랫폼에는 10여 명의 사람만 있었다. 하지만 그 시각 지하철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밤새 술을 마시고 클럽을 오가던 사람 중 상당수가 자리를 털고 일어서기 시작했다. 530분에 출발하는 지하철 첫차를 타기 위해서다. 홍대입구역 9번 출구로 향하는 수백명의 모습은 '행진'을 방불케 했다. 520분쯤 첫차에 오른 사람은 약 250여 명으로 늘었다. 525분이 넘자 500명을 넘어섰고, 맨 앞과 뒤쪽 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빈자리를 찾기가 힘들어졌다.

첫차를 타기 위해 일찌감치 승차장에 내려와 벤치에 앉아있던 한 사람은 그 자리에서 잠이 들어 결국 첫차를 타지 못하기도 했다. 일반석과 노약자석을 가리지 않고 모든 좌석은 고개를 떨구고 곯아떨어진 밤샘 취객들의 차지였다. 지하철 안은 술냄새로 가득했다. 홍대입구역 관계자는 "첫차를 이용하는 승객의 90이상이 밤을 새우고 귀가하는 사람들이다""서울 시내에서 만석(滿席)으로 출발하는 첫차는 이곳이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첫차에 탄 사람들은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잠이 들어 고개를 떨어뜨렸다. 친구의 무릎을 베개 삼아 옆으로 누워있는 사람, 자리를 잡지 못하고 선 채로 문가에 기대 잠을 청하는 사람도 있었다.

졸다가 역을 지나치는 걸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등장했다. 빈자리가 남았지만 일부러 서서 가는 사람이 부지기수였고, 휴대폰으로 도착 시각에 알람을 맞추는 사람도 있었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신도림까지 안 졸고 가려면 조금씩 아껴먹어야 해"라며 웃는 사람도 있었다.

홍대입구역 관계자는 "우리 역은 첫차를 타는 사람들이 부지런한 사람들일 거라는 고정관념을 깨 주는 곳"이라고 말했다.

                                                                                       출처/조선일보 이덕훈 기자 leedh@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