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난방비·쌀값 고공행진 서민들 살길 막막해
  김장철 앞 두고 전.월세 등 집세, 휘발류, 도시가스, 쌀, 고추가루 등이 일제히 상승해 휘청거리는 서민들만 더욱 힘들어졌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정부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3%대로 내려왔다. 그러나 세부 내용을 보면 나아졌다고 보기 힘들다. 월세가 1996년 이후 최대 폭으로 올랐고, 김장철을 앞두고 대표적인 양념인 고춧가루와 소금 가격이 급등했다. 도시가스 및 각종 에너지 요금도 비싸져 겨울철 서민 물가는 오히려 빨간불이 켜졌다. 여기에다 이달 중으로 철도요금, 버스요금 등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될 예정이다. 코카콜라음료는 제품 18종의 출고가격을 69% 인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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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세··소금·난방비↑…'한파 물가'=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물론 농산물 및 석유류제외지수(근원물가지수), 생활물가지수, 신선식품지수 등 4가지 주요 지수가 각각 전월 대비 0.26.6% 하락했다. 4개 지표가 모두 전월 대비 감소하기는 20056월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물가가 안정됐다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품목별 물가상승률을 보면 최근 가격이 급락하고 있는 배추, , 파 등 채소류가 전체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데 일조했다. 지난해 10월 배추파동 등으로 급등했던 채소류 가격이 올해에는 공급 과다로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채소류를 뺀 대부분의 생활 밀접 품목 상승세는 높다. ·월세 등 집세와 휘발유, 도시가스, , 고춧가루, 소금 등은 크게 올랐다. 고춧가루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1.0% 상승해 79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소금도 1년 새 55.8%나 급등했다. 주식인 쌀값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7.7% 올랐고, 전월보다 4.4% 비싸졌다.

 연일 고공행진 중인 기름값뿐 아니라 겨울철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도시가스 요금이 9.7%의 상승률을 보였다. 집세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9% 올랐다. 200211월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률이다. 월세(3.1%), 전세(5.6%)는 각각 20031월 이후, 964월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통계청 양동희 물가동향과장은 "석유류, 가공식품, 금반지, 전세, 고춧가루, 도시가스, 쌀 가격 상승이 지난달 물가 상승률의 76.2%를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전국적으로 서비스요금도 오름세다. 외식비가 8종 가운데 6, 개인서비스요금은 5종이 모두 지난달보다 올랐다. 이달부터 각종 공공요금의 줄인상도 예고돼 있다. 물가 상승 압력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4K ()목걸이, 장신구 아니다."=통계청의 소비자물가동향 브리핑에서는 '금반지의 장신구 여부'가 논란이 됐다. 통계청이 오는 23일 확정되는 소비자물가지수 개편에서 금반지를 물가지수에서 제외하는 대신 새로 들어가는 장신구 항목에 '14K 이상 금제품'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하면서다. 이미 2009년 기준으로 개편한 가계 동향 조사에서 소비가 아닌 자산으로 분류됐기 때문에 물가지수도 이에 맞춰 현실화한다는 것이 정부 논리다. 그러나 국제 금값 강세가 이어지면서 물가 상승을 주도한 금반지를 제외해 물가 상승률을 낮추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실제 금반지가 물가지수 항목에서 빠지면 연간 물가 상승률이 0.2% 포인트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새 물가지수 발표는 11월 물가동향부터 이뤄지지만, 지난 1월에서부터 소급적용돼 올 한해 물가 상승률을 전체적으로 낮추게 된다. 때문에 현 지수상 달성하기 어려운 정부 목표치 4%가 가능해질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통계청 관계자는 "물가지수 개편은 현실과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 5년마다 이뤄지는 것으로 권장될 부분"이라면서 "통상 물가 상승률을 낮추는 효과는 있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