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당선 작품(시 부문 대상)

  바람이 불어온다

                                                                                                        이 은경

바람이 불어온다
에스겔 골짜기 마른 뼈에도

세상을 향해 빗 장 지른
내 가슴 속에도
스스륵 문고리 풀리는 소리

숨 가빠지고
퉁탕거리는 맥박 붉은 피 돌더니

, 그 때 나,
골짜기에 마른 뼈로 누워있던 나,
살아서 일어선다

겨우내 죽은 듯 엎드렸던
앞 산 언덕
초록머리 부비며 잠 깬다
살아서 일어선다

바람맞으며 걷는다
이슬 젖은 아침바람 안고
날아오르는
봄 새소리

살아남아서
아픈 소리

 

그대로 가만히 계세요

                                                                                                                                                   이 은경

오지 않는 누군가를
기다려 보셨나요
 

오래 오래,
그립고 그리워서
혼자서 걸을 수가 없었답니다.

폭풍우 내리고
천둥번개 지나간 가슴 팍
긴긴밤 그 어두운 빈자리
아름다움의 무늬로 새겼답니다

벽조목霹棗木
천둥번개 스쳐간 가슴 팍
붉은 꽃무늬로 새겼답니다

산등성이 뒤 돌아서서
하늘 우러러 긴 숨 토해내는
노을 짙은 석양

한 생을 기다려온
그리운 사람

오늘은 오실까요
그대로 가만히 계세요
기다릴래요.

까맣게 속 타버린
벽조목

      <당선소감>

시인 이은경.jpg
       이 은경 시인

* 196458일생
* 건국대학교 통합논술아카데
* 문예창작 아카데미
* 해외선교사 아카데
* 한국어 아카데미 수료
* 연락처: 010-4002-5140

           ‘나를 찾아 길 떠나는 기나긴 여로

      내가 어느 날 부턴가 위태로운 발돋움을 시작했을 때, 마치 작두 날 위에서 살풀이춤을 추며 천도 제를 올리는 무녀의 모습이었지, 이승의 나로부터 멀리 떠나보내는 몸짓, 수십 년을 한곳, 땅에 뿌리박고 산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모든 항해를 마치고 한곳에 돌아와, 정박하고 닻을 내린다는 것, 언젠가 다시 떠날 채비를 하다는 것이겠지. 지나온 길 돌이켜 보면, 나에게서 길 떠나기 그리고, 떠났던 길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기,,,, 나는 굳이 나의 지나온 길이 나를 찾는 순례자의 길이기를 간절히 소망 했다. 일상에 찌들어 흐믈 흐믈 무너져 내리는, 나의 옛사람을 벗어 던지고, 날마다 뽀송뽀송한 어린아이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새 사람, 나를 찾아 떠나는 기나긴 여로, 나는 시와 문학을 통해 '나의 잃어버린 정체성 Identity' 찾기였다. 내가 가장 아프고 힘들 때 수년 동안을 문학을 통해 나아갈 길을 열어 보여주신 박영남 교수님과 지저스 타임 사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올리며, 내 곁에 아직 살아 계신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운 나의 아버지, 내 마음의 기둥 같은 나의 아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20118월 삼복에, 강남에서

이 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