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자살예방에 눈떠야 영과 육 모두 살린다
자살률 세계1위 대한민국 속에서의 한국교회

 누군가“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 세계1위를 기록하고 있으면서도 자살에 대한 사회적 대책은 물론, 사회적 안전망도 없고, 여전히 사람을 벼랑끝으로 내모는 절망사회를 만들고 있다”고 평을 할 정도로 우리 사회의 자살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저출산 문제는 대책이 하나둘 마련돼 시행되고 있지만. 자살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사회적 현실과 개인적 고통에 대해서는 둔감하다. 한국교회도 예외는 아니다. 본지는 이에 2010년을 마감하기에 앞서서 한국교회를 향해 작은 그러나 의미있는 목소리를 내고자 기획특집 ‘자살률 세계1위 대한민국 속에서의 한국교회’를 마련했다.


 ▲교회는 자살예방과 함께 유가족들의 치유를 돕는 일도 함께 해야한다.

 하루 평균 42명, 35분에 한 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 시대다. 우울증, 질병, 가정불화 등 이유도 다양하다. 유명 연예인의 잇따른 자살로 인해 자살이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이 서서히 퍼지고 있다. 하지만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탈피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교회의 자살예방 사역은 한국교회에 절실히 요청되는 긴급 과제다.

 목회자는‘설교’로, 공동체는‘나눔’으로
 자살예방을 위해 교회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설교’를 통해 ‘생명의 가치’와‘자살의 죄성’을 알리는 일이다. 지난 2007년 20세 이상의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20.2%가‘말씀을 듣고’자살 계획을 포기했다고 응답한 바 있다.

 목회자가 생명의 가치와 자살에 대한 올바른 태도만 전해도 자살예방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유명인이 자살을 했거나 자살이 이슈가 되는 상황에서의 메시지는 유명인의 자살을 모방하는‘베르테르 효과’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들의 자살, 그리고 우리〉를 통해 한국교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제시한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정재영 교수는“목회자들이 설교를 통해 자살에 대한 올바른 태도와 인식을 갖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자살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목회자들의 깨어있는 역할을 당부했다.

 목회자에게‘설교’가 요청된다면, 교회 공동체에는‘삶의 아픔과 고통을 나눌 수 있는 나눔’이 요청된다. 교회 공동체의 당연한 역할인‘나눔’이 교회의 대형화와 피상적인 인맥관계 등의 이유로 부재할 때, 교인의 자살이라는 충격적인 경험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들의 자살, 그리고 우리〉공저자인 조성돈 교수는“교회 안에서 목회자와 성도, 성도 간의 신뢰 관계를 통해 자살충동을 느끼는 성도를 보듬을 수 있어야 한다”며“하지만 교회 공동체가 이들에 대한 이해가 없어 교회 공동체 안에서 목회자와 성도들로부터의 단절을 경험하면 오히려 좌절을 겪고 자살을 결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회의 사역은‘예방’과‘치유’모두
 교회가 이제부터라도 자살예방에 나서길 원한다면 기존에 사역하고 있는 기관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한국생명의전화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함께 매년 ‘생명사랑 캠페인’을 개최한다. 목회사회학연구소(소장 조성돈)는 목회자와 상담전문가가 교회 내에서 자살하려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훈련프로그램인 자살예방학교를 분기별로 진행하고 있다.

 교회들과 연계해 자살예방에 나서고 있는 지역 보건센터들도 있다. 경기도 광역정신보건센터는 지역교회 및 기독교단체와 협력 이미 지난 1997년부터 자살예방학교를 운영해 오고 있다.

 경기도 광역정신보건센터 김미숙 팀장은“지역 내 교회와 협력해 교회 내 자살예방 상담실을 준비 중에 있다”며“목회자 한 분의 관심이 교회 전체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런 교회 내 상담실 운영이 확대될 수 있도록 많은 목회자들이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자살에 대한 예방적 사역 못지 않게 최근 교회 내 자살자들이 많아지면서 자살 유가족들의 돌봄과 같은 치유적 사역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자살에 대해 준비되지 않은 교회는 결과적으로 자살 유가족들을 또다시 아프게 하는 원인을 제공할 소지가 많다. 목회자가 자살자의 장례예배를 꺼리거나, 자살을 터부시 하는 분위기로 인해 가족을 잃은 아픔을 치유하기는커녕, 상처를 덧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생명의전화 하상훈 원장은“이제는 교회가 자살 유가족을 돌보는 데도 눈을 돌려야 한다”며“만약 우리 교회에 자살한 교인이 있다면 우리 공동체의 책임을 인식하고, 유가족을 위로하고 돕는 모임을 만들어 또 다른 자살자가 생기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법 제정, 자살예방에 큰 역할
 기독정치인들이‘자살예방법’ 제정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정책적으로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대안이다.

 18대 국회가 시작된 지난 2008년부터 매년 자살예방 관련 의안이 상정됐지만, 모두 계류 중이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8일 한나라당 윤석용 의원이 자살예방을 위해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접 자살예방 정책을 점검하는 ‘자살예방대책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은 최근 경제적 어려움과 유명인의 자살 이후 모방 자살 증가 등 자살이 전염되는 상황에 대한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예방대책의 필요성에 따른 것이다.

 자살예방협회 김성일 간사는“법 없이 진행되는 자살예방활동들은 일시적이거나 어려움을 겪는 수가 많다”며“기초법이 제정되면 지자체나 기관들이 자살예방 사업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교회는 설교와 공동체 나눔으로, 사역단체는 교회와의 협력 사역으로, 기독정치인들은 법안 제정으로 자살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문제 해결에 나선다면, OECD 국가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한국교회가 말끔히 씻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