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그리운 고향 산천

논설위원 임예성(용선)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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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골 출신 촌뜨기다. 그러나 도시에서 산지도 벌써 30년이 넘어 간다. 이렇게 긴 세월을 도시에서 살다보니, 이제는 시골 생활이 먼 옛날처럼 느껴진다. 내가 어릴 적만 해도 시골 생활은 아직 문명화가 덜 된 세상이어서, 지금 우리가 누리는 문화적 혜택을 거의 누리지 못하고 살았다. 전기도 없어 호롱불 밑에서 식구대로 이 잡던 시절이요 TV는 고사하고 라디오나 전화도 없던 시절이었다.

 

시골이다 보니 사시사철 식구들이 달라붙어 날이면 날마다 들녘에 나가 일하는 것이 일상생활이었으며, 산에 가서 나무 해다가 불 때고 고구마 삶아 먹고 살던, 어떻게 보면 고단한 삶의 현장이었다. 변변한 도로하나 없이 그나마 있던 논길마저 흙투성이 길이어서 겨울엔 고무신 신고 어디를 가기나 하려면 얼었던 흙이 녹아 신에 쫙 달라붙어 그걸 떼 내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런 삶을 살다가 도시로 나오니까 이 촌놈의 눈에는 온 도시가 별천지처럼 느껴졌다. 모든 것이 새롭고 편리하기만 했다. 무엇보다도 어디를 가던 신에 흙 안 묻히고 편하게 갈 수 있어 좋았고 날마다 나무를 안 해도 연탄만 잘 갈면 따뜻하게 잘 수 있어 편리했다. 그러나 도시에 계속해서 살다보니 날이 가면 갈수록 마음이 허전해지고 고향이 그리워지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 일까. 처음에는 도시가 편리하고 사람이들 북적대서 좋았는데, 살다보니 그 마음은 온데간데없어지고 도시에서의 삶은 점점 무력하고 지루하게만 느껴졌다. 요즈음 도시들은 날로 더 새롭게 진화하고 있다.

 

창조도시, 도시재생, 행복도시, 꿈의 도시, 친환경적 미래도시 등이 사람들이 그리는 멋진 신도시를 표현하는 용어들이다. 그래서 이 도시 속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과 다양한 문화시설이 속속들이 들어서고 있으며,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문화를 즐길 수 있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선전한다. 하지만 날이 가면 갈수록 첨단과학과 새로운 기술력에 맞물려 도시는 점점 더 호화찬란하게 진화해 가는 것에 비해, 왠지 도시에서의 생활은 나에게 부담감과 복잡함, 그리고 외로움을 느끼게 하는 삶으로 다가올 뿐이다. 사실 도시의 생활이 아무리 좋고 별천지의 삶이라지만, 솔직히 따지고 보면 그것은 부유한 사람들의 특권이 아니던가. 가진 자들은 몇 십억 나가는 초호화 아파트에서 살면서 모든 문화적 혜택을 다 누리면서 살아가지만, 정말로 힘들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영세한 사람들은 문화적 혜택은 커녕 겨울을 나기도 힘들다.

 

대부분 그러하듯이 옛날엔 시골에서의 삶이 고단하고 미개한 곳처럼 느껴져서 큰 꿈을 안고 도시로 뛰쳐나왔는데, 이제는 그 시골에서의 삶이 그립기만 한 이유는 무엇일까. 외로움과 소외감 때문은 아닐까. 지금 생각해 보면, 시골의 삶은 비록 가난하게 살고 문화적 혜택이라곤 거의 누리지도 못하면서 살았지만 온 식구가 모여서 얼굴 맞대고 생사를 같이하던 행복한 가족공동체였다. 같이 일하고, 같이 밥 먹고, 함께 뒹굴던 그야말로 인간미가 넘치는 생활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이웃들 간에도 친 형제들처럼 서로 믿고 신뢰하는 마음과 힘들고 어려워도 같이 나눠먹고 누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내 일처럼 달려들어 같이 힘을 합쳐 해내는 진정한 마을공동체였다. 바로 ‘이웃사촌’이라는 말도 그런 의미에서 유래하지 않았나 싶다. 또 농사일에도 품앗이가 있어 하루는 이집 하루는 저 집하면서 같이 일하고 같이 먹고 마시는 정겨움이 넘치는 삶의 현장이었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있어 고향은 여전히 꿈의 장소다. 나는 그 어떤 노래보다도 ‘고향의 봄’을 좋아한다. 나는 외롭고 고향이 그리울 땐 늘 이 노래를 불러본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나는 지금 도시에 살고 있지만, 앞으로 다시 귀향을 꿈꾸고 있다.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많은 시절을 보내고 나니 지치고 고단하여 이제는 나머지 내 인생, 고향 시골의 한 모퉁이에서 보람 있게 살고프다.

 

고향은 내 쉼의 공간이요 마음의 터전이다. 풀내음 가득하고 꽃향기 그윽한 시골, 봄이면 복숭아꽃, 배꽃으로 예쁘게 단장한 아름다운 내 고향 산천, 그곳에서 나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고 싶다. 시골! 이는 내 삶의 향수이자 미래의 나와 내 후손의 안식처다. 안락과 평안, 여유와 쉼이 있는 곳이 바로 농촌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시골이 그립다. 지금도 여전히 도시에 있기는 하지만, 앞으로 머지않아 행복한 시골의 삶을 꿈꾸며, 도시를 떠나, 나의 살던 고향 한구석에서 나의 마지막 인생을 보람차게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