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건강칼럼, 한파와 한랭질환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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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랭(寒冷)질환

한파(寒波, cold wave)가 절정에 달했을 때 체감온도란 ‘인체가 느끼는 온도’로 바람과 기온에 따라 결정된다. 계산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바람냉각지수(New Wind Chill Index)를 사용한다.

 

캐나다 환경청(環境廳)에 따르면 겨울철 야외 훈련이나 운동을 할 때 체감온도에 따라 인체가 받는 영향을 다음과 같다. 체감온도 섭씨 영하 9-16: 노출 피부 냉각, 영하 17-23: 일정시간 피부 노출시 동상(凍傷) 증대, 영하 24-32: 단시간 내에 노출피부 동상, 영하 32도 미만: 위험하므로 야외 활동 제한.

 

매서운 한파, 강풍, 폭설이 한반도 곳곳에서 대한(大寒)을 전후하여 발생하고 있다. 필자는 <국민안전처>로부터 최근 두 차례 일부 지역의 ‘한파경보’와 함께 외출자제, 건강유의, 동파방지, 화재예방 등 피해 없게 주의 바란다는 <긴급재난문자>를 받았다. 기상청(氣象廳)에서 발령하는 ‘한파주의보’나 ‘경보’는 전날보다 다음날 아침 최저기온이 급격히 하강할 때 발령된다.

 

‘한파주의보’는 10-4월에 다음 중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 발령한다. ▲아침 최저기온이 전날보다 섭씨 10도 이상 떨어져 3도 이하이고 평년값보다 3도가 낮을 것으로 예상될 때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2도 이하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이 예상될 때급격한 저온현상으로 중대한 피해가 예상될 때.

 

‘한파경보’는 10-4월에 다음 중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 발령한다. ▲아침 최저기온이 전날보다 섭씨 15도 이상 떨어져 3도 이하이고 평년값보다 3도가 낮을 것으로 예상될 때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5도 이하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이 예상될 때급격한 저온현상으로 광범위한 지역에서 중대한 피해가 예상될 때.

며칠째 기록적인 한파가 이어지면서 동상(凍傷), 저체온증(低體溫症) 등 한랭질환(寒冷疾患)이 급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121일부터 120일까지 한랭질환 누적환자 수는 238명이며, 그 중 9명이 사망했다. 연령대별로는 50대가 27.3%70대 이상 노인층(26.1%)보다도 많았다. 발생시간은 오후 6-9시가 18.1%, 오전 6-917.6%, 새벽 0-315.1% 순으로 나타났다. 질환별로 분류하면 저체온증 84.7%, 동상 10.9% 등으로 나타났으며, 10명 중 4명은 발견 당시 음주 상태였다.

 

서울의 한강(漢江)도 지난 1월 ‘공식 결빙(公式結氷)’되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한강대교 노량진 방향에서 2-4번째 교각 사이 상류 쪽으로 100m 지점이 얼었을 때 공식 결빙으로 인정된다. 한강은 보통 평년에는 113일에, 작년에는 평년보다 열흘정도 일찍 13일에 언 것으로 관측됐다. 지난 12월부터 따뜻한 날씨가 이어져 한강 결빙이 다소 늦어졌다.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 24절기의 마지막 절기로 ‘큰 추위’라는 뜻의 대한(大寒)이다. 겨울철 추위는 立冬, 小雪, 大雪, 冬至, 小寒, 大寒으로 갈수록 추워진다. 하지만 이는 중국의 기준이고,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사정이 달라 대개 소한 무렵이 가장 춥다. 이에 “춥지 않은 小寒 없고, 포근하지 않은 大寒 없다.”라는 속담이 있다.

 

전통 달력에서는 大寒의 마지막 날을 겨울을 매듭짓는 날로 보고 이날 밤을 ‘해넘이’이라고 했다. 이 날이 지나면 2절기의 새로운 시작인 입춘(立春)이며, 금년은 24일이 입춘(立春)이다. 제주도에서는 大寒 뒤 5일에서 立春 전 3일간을 신구(新舊)간이라고 하여 이사나 집수리 등 집안 손질을 하는 풍습이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2012년부터 전국 지정 응급의료기관 약 540여 개소를 대상으로 한파에 취약한 심혈관질환자, 고혈압환자, 독거노인 등의 건강을 위해 저체온증, 동상 등 ‘한랭질환’ 실시간 모니터링을 실시해 한파로 인한 건강피해 현황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있다. 12월부터 2월까지 겨울철 3개월간 한파로 인한 한랭질환 감시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저체온증 환자의 특성은 성별로는 남성이 81.8%로 조사됐다. 사회경제적으로는 만성질환자(52.6%), 경제적 취약계층(27.6%)이 상당수를 차지했으며, 음주를 한 경우도 45.7%에 달했다. 한냉질환으로 사망한 경우로는 음주로 인한 사망(60.0%)과 경제적 취약계층(60.0%)에 집중돼 있었다.

 

겨울철 한파 추위에 장시간 노출되어 있으면 동상, 저체온증 등 건강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높아지므로 옷을 따뜻하게 입고, 수분섭취, 적정한 실내 온도 및 습도 유지 등 한파대비 건강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특히 만성질환자(고혈압, 심장병, 당뇨병 등)는 한파에 더욱 취약하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호흡기 질환자는 외출 시 차가운 공기로부터 폐를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 머플러 등을 사용하여야 한다.

 

동상(frostbite)은 차가운 날씨에 피부가 노출되었을 때 발생하며, 한파가 사람에게 주는 영향 중 가장 많은 사례이다. 즉 섭씨 영하 2-10도 정도의 추위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면 피부의 연조직이 얼어버리고 그 부위에 혈액공급이 중단된 상태를 동상이라고 한다. 동상이 자주 발생하는 신체부위는 귀, , , 손가락, 발가락 등이다.

 

동상은 노출된 추위의 온도와 얼어 있던 시간과 관계가 있으며, 정도에 따라 1-4도로 분류한다. 1도 동상: 물집이 생기지 않는 상태, 2도 동상: 부종과 함께 물집이 나타난다, 3도 동상: 2도 동상이 오래 지속되는 경우, 4도 동상: 피부의 괴사(壞死)가 일어나 심한 상태로 병든 부위를 절단해야 할 만큼 최악의 상태다.

 

치료는 손상 받은 부위를 빨리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혈액의 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세포 사이의 결빙을 풀어 주기 위해 동상부위를 섭씨 38-42도 정도의 따뜻한 물에 20-40분간 담가서 피부가 말랑말랑해지면서 약간 붉어질 때까지 녹이는 것이 좋다. 녹인 피부는 마른 천으로 덮어 보온을 하며, 대개 녹인 피부는 통증이 있고, 붓거나 피부색의 변화가 생긴다. 심한 괴저(壞疽)가 발생한 경우에는 피부 이식이나, 절단하는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환자는 치료 후에 안정을 취해야 하며, 동상 입은 부위가 다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만약 물집이 생기면 터뜨리지 말고 그냥 두며, 세균에 감염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손상 받은 부위를 문지르는 것은 피해야 한다. 단백질이 풍부한 고기, 두부 등을 충분히 섭취하면 회복에 도움이 된다. 음주와 흡연을 피해야 한다.

 

저체온증(hypothermia)이란 임상적으로 직장(直腸)이나 방광(膀胱)에서 측정한 중심체온(심부체온)이 섭씨 35도 이하로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구강(口腔)이나 겨드랑이에서 체온계로 측정한 것은 정확한 중심체온을 반영할 수 없기 때문에 대개 항문(肛門) 온도를 측정한다. 저체온증은 인체의 열생산이 감소되거나 열소실이 증가될 때 또는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발생할 때 초래된다.

 

중심체온이 섭씨 36도이면 추위를 느끼며, 35도 몸떨림 발생, 34도 술 취한 듯한 비정상적인 행동, 33도 근육강직, 32도 심신허탈, 31도 의식장애, 30도 무의식(통증자극에 무반응), 29도 맥박 및 호흡 저하, 28도이면 심폐정지(무호흡)가 되므로 심폐소생술(흉부압박 및 인공호흡)을 시행하여야 한다.

 

저체온증은 중심체온에 따라 경증, 중등도, 중증의 세 가지 범주로 나눈다. 경증(輕症) 저체온증은 중심체온이 섭씨 33-35도인 경우를 말하며, 떨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피부에 ‘닭살’로 불리는 기모근 수축현상이 일어난다. 피부혈관이 수축하여 피부가 창백해지고 입술이 청색을 띠게 된다. 기면(嗜眠) 상태에 빠지거나 자꾸 잠을 자려고 하며, 발음이 부정확해지기도 한다.

 

중등도(中等度) 저체온증은 중심체온이 섭씨 29-32도인 경우를 말하며, 의식 상태가 더욱 나빠져 혼수상태에 빠지게 된다. 심장 박동과 호흡이 느려지고, 근육 떨림은 멈추고 뻣뻣해지며 동공(瞳孔)이 확장되기도 한다. 중증(重症) 저체온증은 중심체온이 섭씨 28도 이하가 되어 치명적인 부정맥(不整脈)이 유발되어 심정지가 일어나거나, 혈압이 떨어지며 의식을 잃는다.

 

저체온증 원인은 한랭 노출 등의 환경적 요인이나 외상(外傷), 갑상선기능저하증과 같은 질환 등으로 인하여 정상체온을 유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어난다. 환경성(環境性) 저체온증은 건강한 사람이라도 추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면 나타난다. 특히 옷을 충분히 입지 않고 비에 젖거나 바람을 맞으면 위험하다.

 

대사성(代謝性) 저체온증은 다양한 내분비계 질환에서 기인하며, 인체 대사율이 감소하여 발생한다. 저혈당 발생시에도 저체온증이 동반될 수 있으며, 뇌손상이나 뇌종양, 뇌졸중과 같은 중추신경계 이상도 저체온증을 유발할 수 있다. 알코올은 혈관을 확장시켜 열발산을 증가시키고 중추신경계를 억제하여 추위에 둔감해 지므로 저체온증이 생기게 된다.

 

요즘 도시에서는 노숙인들이 추위로 인해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한편 스키, 등산, 스쿠버다이빙 등의 야외 스포츠 활동의 빈도가 늘면서 저체온증 환자의 발생 빈도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음주(飮酒)를 하면 중추신경계의 기능을 저하시켜 사지 끝부분의 혈관확장을 유발하여 복사에 의한 열손실이 크게 증가하여 저체온증을 유발한다.

 

저체온증 치료는 크게 일반적인 대증요법과 재가온 요법의 두 가지로 진행한다. 젖은 옷은 빨리 제거하고 따뜻한 담요 등으로 따뜻하게 감싸주며, 흡입되는 산소와 수액은 가온(加溫)된 것으로 공급한다. 재가온 요법은 환자의 상황에 맞게 적용한다. 저체온증 환자를 옮기거나 치료하는 과정에서 심실세동 등의 부정맥이 유발될 수 있으므로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건강한 사람에게 발생한 중등도 이하의 저체온증은 대부분 후유증 없이 회복된다. 중증 저체온증의 경우에는 50% 이상의 사망률을 보인다. 합병증으로 흡인성 폐렴(肺炎), 동상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예방을 위하여 추운 날에는 옷을 충분히 두껍게 입어 체온을 유지하고, 산행이나 야외 활동 시 알코올 섭취를 삼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