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골 학교 졸업식, 나는 희망을 보았다

저희들 기도하고 싶어요 학교에 기도실 만들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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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어느 , 겨울 찬바람이 부는 이른 아침에 따스한 햇볕을 차안에서 느끼며 서울에서 고속도로를 달렸다. 내륙을 지나 서해안을 향해 한참 달리다가 한적한 시골 들판으로 들어가니 학교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외형상으로는 그저 평범한 시골 학교였다. 화려하거나 크지도 않는, 그러나 단장된 시골학교, 기대 없이 차를 주차하고 강당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건물안에는 이미 교직원들과 학생들로 가득 붐볐다. 오늘이 학교 졸업식이다.

 

졸업식이 진행되는 강당으로 들어가니 이미 졸업생들과 학부모들로 가득 있었다. 비어 있는 좌석을 찾아 가만히 앉아 있으니 낮선 어른과 눈이 마주친 졸업생들이 인사하기 시작한다. 안녕하세요." 이런 인사에 익숙하지 않는 나는 어색하게 인사에 고개만 끄덕이며 답례했다. 이런 인사는 학교를 떠날 때까지 계속되었다. 낮선 방문객에게 보자마자 활짝 웃으며 인사 잘하는 학교가 있을까? 신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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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되어 졸업감사예배와 함께 졸업식이 진행되었다. 눈이 반짝이는 졸업생들에게 1:16~17, 복음의 능력이란 제목으로 설립자(김영우 총신대학교 총장) 간결하고 핵심적인 비전이 사랑을 듬뿍 담아 졸업생들에게 전해졌다. 마치 떠나는 사랑하는 자녀에게 작별하며 전하는 아버지의 간곡한 호소와도 같았다.

 

비닐장판에 스티로폼을 깔고 시작한 개교 초기에 열악한 시설 속에서도 설립자의 교육 비전을 믿고 자녀를 보내주었던 학부모들에 대한 감사, 이제는 경쟁률이 높아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하는 서천의 유명한 비전고가 되어 11 졸업식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대한 감사가 이어졌다.

 

학생들의 우렁찬 찬양으로 졸업식이 이어졌다. 졸업식은 마치 축제와도 같은 송별식이었다. 해밝은 얼굴의 졸업생들에게 축사자(최재수 서천교육장, 비전고 법인이사) 등단하더니 당황스럽게 갑자기 졸업생을 일으켜 묻는다. 서천 공동체비전고등학교는 다른 학교와 무엇이 다르다고 말할 있습니까?남학생(정휘원) 잠시 고민하더니 마이크를 잡는다. 학교는 저와 우리는 변화시켰습니다. 우리가 처음 입학 때와 지금은 우리가 봐도 너무 많이 변화되어 있습니다.모두가 남학생의 말에 공감한 졸업생들이 일제히 박수로 화답한다. 뒷좌석에 앉은 부모님들도 아멘, 아멘하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아마도 자녀들이 학교를 통해서 몰라보게 변화되고 자라줘서 흘리는 감사의 눈물임을 묻지 않아도 있었다. 이내 마음에 , 학교 뭔가 있구나. 다르다.

 

축사자는 다시 여학생을 일으켜 세우며 묻는다.학교에 건의 사항 없나요? 치마 길이가 발목까지 내려오는 교복을 입는 학교가 세상에 어디 있나요? 건의사항 말해 보세요.여학생은 미소가득 머금고 앞으로 나와 마이크를 손으로 잡으며 설립자와 교장선생님을 바라보며 말한다. 저희들 기도실을 만들어 주세요. 저희들 기도하고 싶어요. 그런데 기도실이 없어요.순간 나는 귀를 의심했다. 아니 이것이 과연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있는 장면이란 말인가? 이런 학교가 세상에 있을까? 그러나 졸업생들은 말에 지지를 보내며 환호성과 함께 힘껏 박수로 화답한다. 기도실을 만들어 달라는 졸업생들, 기도하고 싶다는 학생들, 누가 이들을 이렇게까지 변화 시켰단 말인가?

 

재학생 대표(김성엽) 송사는 손에 들고 있는 원고를 거의 무시하며 자기 마음을 담담히 전한다. 간혹 감정을 다스리려 자주 멈추고 애써 웃어 보인다. , 누나들, 빈자리가 너무 같아요. 그동안 저희 동생들을 돌봐줘서 감사해요……, 보고 싶을 거예요.....내가 기억하기로는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송사자가 애써 눈물을 삼키며 진행된 이별의 아픔과 선배들에 대한 감사와 사랑이 가득 채워짐을 느끼는 마음 아픈 송사였다.

 

기독교 인성교육을 중심으로 학교가 학기 중에 주말에도 집에 가지 않는 기숙형 공동체 학교이며, 매일 새벽예배부터 각종 예배와 수요, 금요기도회까지 모두 진행하는 학교라서 그런지 재학생과 졸업생의 관계는 ,하교하는 일반학교의 .후배 관계와는 비교 수가 없었다. 이들은 이미 가족이었고 형제자매였다.

 

 이제 졸업생(35) 대표해서 졸업생 대표(정휘원) 답사를 시작했다. 동생들아, 너희들에게 멋져 보이려고, 약한 모습 감추려고 잡고 으쓱했던……, 부족한 선배들을 믿고 따라와 줘서 고맙다……, 선생님들 동안 사랑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학교를 잊지 못할 것입니다....남겨진 후배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마음과 선생님들의 사랑에 진심어린 감사를 마음으로 토해내고 있었다. 그리고 답사하는 동안 졸업생과 학부모님들은 눈물로 답사에 동참했다. 눈물, 주님과 학교에 대한 감사이며, 떠나는 이와 남아 있는 이의 사랑의 교향곡이리라.

 

재학생들의 축주( 사랑 얼마나) 함께 졸업생 영상 인사를 재미있게 하더니, 졸업생들이 갑자기 앞으로 나가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순서지에는 없던 순서였다.(김보경이 부르는 청개구리) 내가 처음 듣는 노래였으나, 노래가사는 너무나 또렷했다. 졸업식에 어울리는 노래였다. 아이들은 울고 울고 있었다. 누가 아이들을 이렇게 울리고 있을까? 두려움을 주는 거친 세상에 나가야할 아이들은 작별의 노래를 통해서 영원한 추억이 지난 3년을 회상하며 감사함으로 놓아 울고 있었던 것이다. 주변의 학부모님들도 따라 울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마음이 먹먹하며 아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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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주진만 목사 / 사랑에 겨워 서로를 부둥켜안고 졸업사진을 찍는 아이들을 뒤로하며 학교 식당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이 3년간 하루 세끼 식사했던 공간이었다. 식판을 들고 맛깔스런 반찬을 배식 받아 식탁에 앉았다. 주변에 앉은 귀빈들이 이구동성으로 세상에 이런 학교가 있습니까?하며 칭찬하기 시작한다. 그때 잠자코 듣고 있던 내가 잊지 못할 장면을 순간 목격했다. 식당에 찾아온 남학생(졸업생인 ) 배식하는 분들 앞으로 성큼 다가서더니 갑자기 어머니 사랑해요하면서 하트를 그렸다. 그것도 아주 자연스럽게. 그러자 배식하는 조리사가 나도 사랑해한다. 나는 잠시 당황되고 감동이 되어 멍하니 한참을 쳐다보았다. 학교의 조리사, 영양사는 학생에게 있어 이미 사랑하는 가족이었다.

 

정성껏 만든 점심식사 후에 잠시 교장실에 들려 손수 타주신 커피 한잔을 대접 받았다. 재학생 동생들이 전국에서 많이 추천되어 입학신청을 했지만, 경쟁률이 너무 높아 여러 명이 불합격되었어요.임동묵 교장선생님이 안타까운 듯이 말한다. 얼마나 좋으면 동생들을 학교로 추천했을까? 교육이 사람을 변화시키고, 민족을 살린다는 선각자들의 뜻을 강조한 설립자의 말을 기억하며 서해안 바닷가 들판의 볼품없는 시골학교의 존재감이 새삼 드러나는 대목이다.

 

교정을 뒤로하고 주차장에서 학교를 벗어나며 다시 고속도로를 달렸다. 졸업식이 전해준 깊은 감동의 선물은, 마치 부흥회를 마치고 은혜 받은 마음과도 같았다. 내년 졸업식에도 다시 가보고 싶다. 미래의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모습이 지금도 자꾸만 눈에 아른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