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남자가 낙엽을 밟으며 공원을 거닐다가
나무 의자에 앉았습니다.
그의 얼굴엔 절망의 그림자가 가득했습니다.
“얼굴이 퍽 안 돼 보이는구려. 무슨 슬픈 일이라도 있소?”
노인 한 분이 옆에 앉으면서 말을 걸었습니다.

“저의 모든 것이 끝났습니다”
“뭘 다 잃었단 말이요?”

“사업에 실패하여 남은 게 하나도 없습니다.
이젠 희망도 없고 신념도 없고 재기할 나이도 지났고……"

그는 극도의 실망감으로 허덕이고 있었습니다.
노인은 작은 종이와 연필을 꺼내더니
그에게 말했습니다.

“자, 그래도 아직 뭔가 남은 게 있을지 모르니
남은 걸 한번 적어봅시다”

“다 소용이 없습니다”
“자, 부인이 계시지요?”

“물론이죠. 그 동안 사업이 어려워도
내 곁을 떠나지 않고 언제나 힘이 되어줬죠.
참 고마운 사람이에요. 그러니 그 사람에게
더 면목이 없답니다”

“자녀들은 있습니까?”
“여럿 있어요. 사업이 바빠 잘 돌보지는 못했지만 잘들 컸지요”
“친구들은 있습니까?”
“물론이죠. 이번에 사업에 실패를 했으니 도와주겠다고 하더군요”
“건강은 어때요?”
“몸은 아직 건강한 편입니다”
“당신은 모든 걸 잃었다고 하지만
이렇게 귀한 재산을 아직 갖고 있습니다.
실망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습니다”

노인은 종이에 적은 것을
그의 손에 쥐어주며 말했습니다.
“자, 이것을 가지고 새롭게 출발을 해봐요”
종이를 건네 받은 그는 노인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절망하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도 있습니다.

‘자살’을 다른 쪽에서 읽으면 ‘살자’가 됩니다.
잃은 것보다는 그래도 아직 남은 것들을 바라봅시다.
그리고 감사하며 살아갑시다.

<이의용, 수필가>
*이는 서신 가족이신 박노필 님께서 보내주신 것입니다.

*하루 한단 기쁨으로
영성의 길 오르기*

가난한 마음에 이르고자 하면
열심히 살되
욕심은 버려야 합니다. <연>

산마루서신 : http://www.sanlet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