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의 블루 시그널

야곱의 감격을 잃어버리지는 않았는가


1 소강석목사 12월 넷째 주일 목양칼럼1-01.jpg  우리 교회 이재훈 의료전도사가 메디컬처치 헌신예배에서 설교하면서 말라기 110절 말씀을 소개했다. “만군의 여호와가 이르노라 너희가 내 제단 위에 헛되이 불사르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너희 중에 성전 문을 닫을 자가 있었으면 좋겠도다.” 이 전도사는 행여 코로나의 지속되는 위기가 말라기 110절과 연관되지 않았는가를 생각해 봤다고 했다.

 

물론 이 말씀이 그날 설교의 키포인트는 아니었지만, 순간 뭔가 나의 심장을 도려내고 섬광처럼 뇌리를 때렸다. 그날 이후로 계속해서 이 말씀을 묵상하고 고뇌했다. 구약 성경을 보면 하나님의 최고의 관심은 제단에 있었다. 제사를 받기 위해서 제단을 쌓게 하시고 성막과 성전을 짓게 하셨다.

 

신약에서도 하나님이 가장 기뻐하신 것은 당신을 향한 신령한 예배였다. 오늘날도 교회를 영혼의 토포필리아로 삼고,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하는 자를 기뻐하신다. 그런데 그런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들이 드리는 제사를 받기 싫어서 성전 문을 닫을 자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신 것이다.

 

하나님은 왜 갑자기 예배를 싫어하신다고 하셨을까. 이유는 딱 하나다. 그들의 제사가 하나님을 향한 감격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들의 제사와 예배가 너무 타성화되고 매너리즘화되고 화석화돼 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께 예배드릴 때 더러운 떡을 제단에 올리고 눈먼 것과 다리 저는 것으로 제물을 드렸겠는가.(1:8)

 

백성들뿐만 아니라 제사장들도 하나님 앞에 부름받은 소명의 감격이 사라져 버렸다. 백성을 대신해서 제사를 집전하고 예배를 집례할 때 진정성과 간절함이 사라져 버렸다. 그런데도 그들은 형식적으로 계속 제사를 드렸다. 그러자 하나님께서 그들이 제사를 못 드리게 성전 문을 닫으면 좋겠다고 하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얼굴에 똥을 발라 버렸으면 좋겠다고 하시지 않았는가.(2:3)

 

사실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 앞에 항상 감격을 잃지 않고 살아야 할 백성들이다. 왜냐면 그들은 야곱의 후손이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에서를 미워하고 야곱을 사랑하셨다고 말씀하지 않았는가.(1:2~3)

 

야곱은 윤리적으로만 보면 거짓말쟁이요, 사기도 잘 친 사람이었다. 그러나 에서는 상남자 중의 상남자요, 위대한 야성을 가진 사람이었다. 인간적으로 볼 때 하나님은 야곱보다 에서를 더 사랑했어야 했다. 그런데 오히려 야곱을 사랑하시고 에서를 미워하셨다.

 

그렇다면 사랑을 못 받는 쪽은 몰라도 사랑을 제대로 받는 편에서는 언제나 감격 속에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들은 야곱의 후손이었지만 하나님의 사랑을 의심하고 거룩한 감격을 잃어버렸다. 선민으로서의 감격도 잃어버리고 예배의 감격도 잃어버렸다. 심지어 그들은 의무와 감격으로 드려야 할 십일조까지 떼어먹고 도적질하고 말았다.(3:8)

 

그동안 교계 연합기관의 대표로서 한국교회 예배 회복을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한동안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예배 회복을 위해서 노력하면 할수록 더 힘든 상황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지난해 연말 성탄예배를 드리려고 정말 온 노력을 다했다. 그런데 갑자기 확진자가 1000명 가까이 되고 몇몇 교회까지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지금도 여전히 코로나19의 위기는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와의 끝이 없는 싸움을 하면 할수록 말라기 110절의 말씀이 뇌리를 스치고 심장을 도려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언할 수는 없지만 하나님께서 코로나를 통해서 우리가 야곱의 감격을 회복하기를 원하시는 것은 아닐까. 다시 예배의 감격을 회복하기를 원하시는 것은 아닐까. 우리의 젖은 눈동자와 뜨거운 목젖, 울먹거리는 가슴으로 드리는 예배를 받기 원하시는 것은 아닐까.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 (예장합동 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