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高, 학생축제에‘크리스마스’단어 삭제하라 지시
서울 압구정동 청담고등학교(교장 박창호)가 학생축제를 개최하는 과정에서‘크리스마스’라는 단어가 특정종교를 상징하다며 삭제를 지시해 학생과 학부모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청담고는 오케스트라반 등 교내 동아리들이 24일 오후 개최한‘크리스마스 음악축제’포스터 등에 실린‘크리스마스’라는 단어를 삭제하라는 지시를 했다. 이 단어가 특벙종교, 즉 기독교의 색채를 띠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동아리들은 결국‘크리스마스’단어를 포스터 등에서 삭제를 했고, 이날‘드림콘서트’로 제목을 바꿔 노래와 연주 등 발표회를 가졌다.
박창호 교장은 서울특별시 교육청 공문 등을 제시하면서 특정종교를 지원하는 행사를 개최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이 같은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담고 관계자는“노래와 악기 등 특기를 가진 학생들이 창의적 체험활동의 일환으로 발표회를 열었을 뿐, 특정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것은 아니다”라며,‘크리스마스’라는 단어를 삭제키로 담당부서와 동아리 측과 사전에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편, 박 교장은 지난 9월부임 직후 종교연구반 기도동아리‘카리스’의 폐지를 지시해 반발이 더욱 커지고 있다. 헬라어로‘은혜’란 뜻의 이 모임은 청담고 학생들이 10년 전 자율적으로 만든 기도와 예배 모임이다. 2002년 학생 2~3명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모임이 120여명이 될 만큼 성장했다.
카리스 부원들은 매일 아침 7시 30분‘QT’를 하고 수요일 정오에 예배를 드린다. 기도모임에 참석한 학생들은 활기가 넘치고 성격도 긍정적으로 바뀌면서 다른 학생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학교 측의 이 같은 지시와 입장은 궁색한 변명일 뿐, 헌법상‘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부모는“특정종교 활동을 할 수 없다고 하는 교육청의 공문 내용을 학교 측이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며“오히려 종교를 보호하고 학생들의 심정을 잘 다독거려야 하는 것이 학교의 임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내 자식이 학교에 다니고 있어 대놓고 항의하지는 못하지만 잘 해오던 예배모임을 폐지시킨 것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헌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담고 관계자는“특벙종교 활동을 허락할 수 없는 것이 학교 측의 입장”이라며“종교연구반 해체를 지시한 것은 기독교라는 특정종교라는 이유도 있지만, 동아리 운영상의 문제도 있었다”고 해명했다. 서울특별시교육청 관계자는“학교 사정을 파악한 뒤에 문제가 있다면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영대 기자(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