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참담한 심정이 아닐 수 없다. 아이들도 아니고, 그렇다고 모리배라고 하기엔 국민으로서 자존심이 상하고, 무엇이라 표현할 말조차 딱히 떠오르지 않는 막막한 심정이다. 그들이 의사당에서 국사(國事)를 염려하고, 토론하는 모습을 기대하는 것이 잘못인지, 그런 기대를 버려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정녕 그들이 국민들에 의해서 세움을 받은 일꾼들인가? 그들이 국민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들인지 조금이라도 그러한 느낌을 받고 싶은 심정이다. 이런 바람이 잘못된 것인지 혼란스럽다. 기대를 하는 만큼 더 실망이 크기 때문이다. 국회 안에서 싸우고 있는 모습을 보면, 단지 금배지를 위한 논리고 딜(deal)이지, 어디도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닌 것 같기에 하는 말이다.

싸우는 모습도 가관이다. 어찌 그렇게 아이들 수준을 넘지 못하는지 부끄럽지 않을 수 없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국회가 싸우는 것을 보면서 무엇을 생각할지, 그저 마음이 저릴 뿐이다. 한 사람씩 살펴보면 참으로 귀한 사람들이고, 나름대로 큰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그들이라고 생각하니 더 참담하다.

의원 개인의 입장이 있고 정당의 입장도 있을 것이나, 국회도 정당도 의원도 모두 국민을 전제로 존재함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자신들을 위해서 협상을 하고, 자신들을 위해서 법을 만드는 국회라면, 국민은 왜 의원을 세워야 하는가. 국민들은 국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서 허탈감과 분노마저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서로가 상대 정당만 탓하고 있다. 상대를 제거해야 산다는 극단적인 입장만을 가지고 법을 제정한다는 것은 오히려 상대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 아닌가. 그러니 밀리면 죽는다는 심리적인 압박이 대화하고 양보 할 수 없게 하는 것이리라.

국회는 가장 성숙한 의회정치의 장이어야 한다. 법을 제정하고 정부를 감독하는 일에 있어서 국민을 위해서 자신들에게 주어진 권리와 의무를 통해서 그 직무를 감당해야 한다. 그럼에도 오늘도 국회에서 전해지는 모습은 서로를 향해서 욕설을 퍼붓고 난장판인 채로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더 연구하고, 더 이야기 하고, 더 머리를 맞대면, 조금 더 나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법안심의는 대충이고, 쟁점에 대해서만 서로 격돌하는 모습은 누구도 공감할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그것이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강변할지라도, 그러한 모습은 결코 국민들이 자랑스러워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진정 국민을 위한다면, 우선 국민의 마음이 편안함과 그들을 자랑스러워 할 만큼 성숙하고 진지한 모습으로 국민을 위해서 머리를 맞대야 한다. 차분하게 서로 다른 입장을 나누고, 논리적으로 설득을 하고, 동의를 구하는 인내가 필요하다. 의회정치란 일방적인 것일 수 없다. 언제나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고, 최대공약수 내지는 공통분모를 찾아가는 것이다. 그러한 모습을 국민들이 본다면, 평안을 느끼고, 그들을 자랑스럽게 여길 것이다.

그들도 시행착오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시행착오를 경험하면서 서로 가지고 있었던 입장을 양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과정을 지나면서 하나씩 더 나은 것을 위해서 협력해가야 하는 것이다. 이때 협력은 정당을 넘어서 국가적 차원의 국민을 위한 대협력이어야 한다. 그러면 당리당략에 매이는 정당은 존재의미가 없다는 것을 확인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그러한 기대를 할 수 없을 만큼 철저하게 금배지와 당리당략에 매어있음을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의원들은 자신의 금배지를 위한 일이 아니면, 골치 아픈 사안에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다. 의견을 달리하는 것이 있어도 당의 입장을 무시하지 못한 채 국민들의 시선을 피하려만 한다.

어떤 면에서는 더 적극적으로 매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다음에도 공천을 받을 수 있고, 자신의 금배지가 무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이 속한 정당이 잘 돼야 자신의 신분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의원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나름의 사정도 있을 것이고, 밖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은 그들이 국민을 위해서 고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고 싶어 한다. 싸우더라도 국민이 그 중심에 있기를 원한다. 그러나 현실은 국민을 빙자하고 있으나, 정작 그 속을 살펴보면 거기에는 국민은 없거나 뒷전에 있을 뿐이다.

그러니 있으나 마나 한 국회 아닌가. 그렇다고 정부의 체계와 구조를 부정할 수는 없는 일이니 답답할 뿐이다. 그래서인가, 차라리 뉴스에 국회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야 하는 심정은 슬프기마저 하다. 정녕 그들은 누구를 위한 사람들인가? 그들에게 꼭 물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