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같은 군 선교의 결실
옥천 화랑교회의 특별한 예비 아버지 학교

 

지난
811일부터 13일까지 사흘 동안 충북 옥천의 화랑교회에서는 부대 병사와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예비 아버지 학교가 열렸다.‘예비 아버지 학교는 주로 군부대 장병들을 대상으로 앞으로 아버지가 될 사람들에게 아버지의 역할과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프로그램이다.

 옥천과 보은, 영동을 수호하고 있는 제2201부대 화랑군인교회를 통해 여러 차례 예비 아버지 학교가 운영되었다. 여기에는 20년 가까이 화랑교회를 이끌며 군 선교에 앞장서고 있는 김용호 목사의 노고가 깃들어 있다. 김용호 목사는 두란노 아버지학교와 함께 지금까지 아홉 번의 예비 아버지 학교를 성공적으로 치러냈고, 올해에도 예비 아버지 학교를 열어 열 번째 수료생을 배출하였다.

 

 하지만 이번 예비 아버지 학교는 김용호 목사에게 어느 때보다 남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 그동안 군 선교를 통해 김용호 목사가 쌓은 경험과 숙련을 바탕으로 하여 두란노와 관계없이 전군에서 최초로 화랑군인교회 주관으로육군 제 2201부대 화랑장병 예비 아버지 학교를 이루어냈기 때문이다. 예비 아버지 학교의 마지막 날 모든 행사가 끝나고 김용호 목사를 만나 보았다.

 ● 조그만 군부대 교회에서 이처럼 큰 행사를 치러 내다니 놀랍습니다. 두란노의 도움을 받지 않고 굳이 화랑교회 자체적으로 예비 아버지 학교를 연 이유가 있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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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목사부대마다 전통이 있고 특성이 있습니다. 그동안 예비 아버지 학교를 해오면서 규격화 된 프로그램에 좀 더 우리 부대에 도움이 될 만한 의미를 불어넣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예비 아버지 학교를 통해 우리 병사들에게 더 큰 자부심과 긍지를 심어줄 수 있을지 고민했지요. 그러다 보니 우리 부대만을 위한 예비 아버지 학교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용호 목사의 이러한 생각과 의지로 이번 예비 아버지 학교는 화랑부대 장병만을 위한 특별한 행사로 거듭났다. 김용호 목사는 병사들에게 더 좋은 강의를 들려주고 싶은 마음에 일일이 강사를 섭외하러 다녔고, 화랑부대를 전역한 선배들을 스태프로 기용하여 군 생활이 끝난 후에도 끈끈하게 이어지는 전우애의 모범을 병사들에게 보여주었다. 직속상관인 부대장이 수여하는 수료증을 병사들이 받을 수 있었던 것도 김용호 목사의 아이디어 덕분이었다.

 ● 오늘 지휘관인 부대장님께서 직접 참석하셨는데요, 인사 말씀 도중 진솔한 눈물을 보이시던 부대장님을 보며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엄격했던 아버지를 떠올리며 자신도 결국 아버지처럼 자식들에게 매를 들었다며, 자식들을 좀 더 참아주고 이해해주지 못하던 자신을 후회한다는 부대장님의 고백을 들으며 아버지의 영향력을 다시 한 번 느꼈고, 예비 아버지 학교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지원한 장병 43명 전원에게 부대장님께서 직접 수료증을 전달해 주셨는데요, 수료증에도 부대장님 관등성명이 적혀 있더군요. 이런 수료식을 준비하신 이유가 있으실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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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목사병사들에게 상관의 칭찬과 격려는 각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목사의 이름이 적힌 수료증보다도 부대장의 이름이 적힌 수료증이 병사들에게는 일생동안 잊혀 지지 않는 영원한 추억이 되고 부대에 대한 자부심이 되고 긍지가 될 거라고 생각했지요. 화랑교회에서 일은 다 하고 정작 수료증에서는 화랑교회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지만 왼손이 한 것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실천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결과적으로는 병사들에게 더 좋은 영향력을 끼쳤으리라 믿습니다.”

 하지만 국군 장병만을 대상으로 하는 작은 군인 교회에서 이러한 규모 있는 행사를 치러내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따랐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많은 경비를 마련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20년 가까이 한결 같은 마음으로 군 선교에 임해 온 김용호 목사를 믿고 지지하는 손길들이 있었다. 항상 후원을 받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노심초사해야 하는 군 선교 목사의 삶에 회의를 느낀 적은 없을까?

 ● 솔직히 말씀드리면 헌금도 거의 없는 군 교회에서 무슨 돈으로 이런 행사를 해낼까 궁금하고 놀랍기까지 합니다. 혹시 목사님은 일반 교회로 떠나고 싶다는 마음은 안 드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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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목사사실 처음에 화랑교회에 올 때는 두 달 정도만 있을 생각이었습니다. 그 해 11월 말에 서울에 있는 교회에 가기로 약속이 되어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런데 어쩌다보니 이만큼이나 왔네요. 군인 교회에서 목회를 하면서 힘들 때가 너무나도 많이 있습니다. 재정적인 어려움은 물론이거니와 군인과 민간인은 물과 기름 같거든요.

 서로 섞이지 못하고 끊임없이 마찰을 빚는 사역현장에서 나 자신이 죽어야 하나님이 사실 수 있다는 생각으로 참고 지내던 나날들이 숱하게 있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전역하는 병사들을 떠나보낼 때마다 아쉬움과 허전함을 매번 느끼기도 하고요. 하지만 저는 이 일이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군에서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젊은 목숨들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 주님께서도 그 때문에 이 부대에 화랑교회를 세우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에 병사들에게 더 많은 영향력을 끼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른 단체의 이름을 빌린 것이 아닌, 화랑부대만의 예비 아버지 학교를 처음으로 탄생시키고 성공리에 마친 김용호 목사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가득했다. 하지만 육군 제2201부대 화랑장병 예비 아버지 학교와 군 선교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김용호 목사의 눈빛은 생기로 반짝였다.

 이러한 열정 때문이었을까? 군 선교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기적 같은 일이 지난 사흘간 화랑교회에서 펼쳐졌다. 이 행사가 김 목사의 바램처럼 단순히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화랑부대에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자랑스러운 행사로 자리매김 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이 부대를 거쳐 가는 많은 장병들이 전 역 후에도 화랑교회를 통하여 좋은 선후배 관계로 연결되어 하나님의 사람이 되도록 하는 일에 쓰임 받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