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한파에…얼어붙는 실물경기 
 
 한국경제 현재·미래 '빨간불'..경기선행지수 하락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등으로 금융시장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지만 실물경기는 얼어붙고 있다. 다들 먹고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이고 31일 발표된 한국은행과 통계청의 경제지표를 봐도 경기 침체는 확연히 드러난다. 재고는 늘고 생산은 줄어드는 추세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국내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위축되자 정부가 나설 태세지만 '봄날'이 쉽게 오지는 않을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30일 경제부장단과의 간담회에서 "우리 경제는 침체의 긴 터널에 들어와서 한참 진행 중이다. 아직 끝이 온 게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은 한마디로 내우외환(內憂外患)이다. 부동산 시장을 비롯해 내수 경기는 불황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제조업 11월 업황전망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65로 10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기업들은 자금사정 악화로 투자 엄두를 못 내고 있다. 가계 사정도 마찬가지다. 임금은 오를 기미가 없는데 집값은 떨어지고 대출금리는 치솟는다. 자산가치가 떨어지면서 소비가 줄어드는 '역(逆)자산효과'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올 들어 국내총생산(GDP)과 소득의 실질구매력을 나타내는 국내총소득(GDI)은 갈수록 하락세다. '소비 위축→기업이익 감소→투자 및 고용 감축→소비 위축'의 악순환 조짐이 보이는 것이다.

밖을 내다봐도 답이 안 나온다.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유럽과 아시아로 전이되면서 전 세계가 경기 침체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소비자의 지갑이 닫혔고, 전체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22.5%)도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로선 최악의 환경에 직면한 셈이다.

내수 부진과 수출마저 꽉 막히면 국내 경기가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역할론이 강조되고 있다. 긴축경영에 들어간 기업과 빚에 시달리는 가계를 살릴 수 있는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오는 4일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축으로 한 '경제위기 극복 종합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재정 확대, 감세,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 조기 예산 집행 등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생산은 줄고 재고는 늘어나는 반면 경기선행지수와 경기동행지수가 모두 하락하는 전형적인 불황의 특징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신동석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가속화되는 부동산 경기 침체를 포함한 경기 침체 리스크를 흡수하기엔 정부 정책이 아직 역부족"이라며 "선제적이고 즉각적인 경기부양 카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