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건강칼럼 (612)... 의료사고, 자살

신생아(新生兒) K 가수의 죽음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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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2017년을 마무리하는 12월에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중인 미숙아(未熟兒) 16명 중 4명이 연달아 숨지는 사고가 16일에 발생했다. 그리고 18일에는 유명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멤버인 김종현(27)씨가 우울증(憂鬱症)으로 자살했으며, 21일 오후에는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로 29명이 숨졌다. 34명의 귀중한 생명을 졸지에 잃어 우리나라 국력에도 손실을 가져왔다.

 

몸무게가 2kg이 안되는 미숙아를 안아보면 깃털보다 가벼운 느낌이 든다고 한다. 이대목동병원에서 숨진 미숙아들은 이틀 사이 인큐베이터에서 냉동실로, 그리고 하얀 상자에 담겨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으로 옮겨져 부검(剖檢)을 받았다. 장례 관습에 따라 아기의 장례식에는 빈소(殯所)가 차려지지 않아 19일 오전에 화장장으로 갔다. ‘엄마’ 소리도 못 해보고 세상을 떠난 아기들의 부모 심정은 가슴을 무너지게 했다.

 

전문가들은 과학적 결론이 나기 전에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의료진 실수 같은 인위적 요인 없이 어떤 질병이나 감염 때문에 81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신생아 4명이 연이어 숨질 확률은 높지 않다고 말한다.

 

세상을 바꾼 발명품으로 평가되는 인큐베이터(incubator)1880년 프랑스 산부인과 의사인 에티엔 스테판 타르니에가 이집트 상형문자(象形文字)에서 보았던 ‘닭 부화기(孵化器)’에서 영감을 얻어 가금류 사육사인 오딜 마틴의 도움으로 갓난아기에게 적합한 인큐베이터를 만들었다.

 

당시 인큐베이터 설계는 매우 단순하여 위쪽은 아기를 위한 공간, 그리고 아래는 석유램프로 가열된 물을 넣어 위쪽의 공간을 따뜻하게 유지하게 했다. 그리고 아기는 가장 위에 위치한 칸막이를 통해 숨을 쉴 수 있었다. 1880년 이후 인큐베이터는 인간이 고안한 가장 복잡한 장비로 대폭 개선되었다.

 

현대 인큐베이터에는 특수 보육기와 인공호흡기 등 고가의 의료 장비가 설치되어 있다. 또한 신생아 중환자실에는 고도로 숙련된 전문 의료진도 여럿 명이 있어야 하므로 인건비 지출이 일반 병실보다 높다. 신생아 집중치료실 병상(病床)당 간호사 인력은 선진국에서는 2-3명 수준이지만 우리나라는 1.04(2015)이다. 이대목동병원은 집단 사고 당시 미숙아 16명에 간호사 5명이 근무했다.

 

간호 인력이 부족하여 신생아 중환자실 소독, 처치, 수유 등을 하느라 간호사들이 격무에 시달려 이직률이 30%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의료 수가가 낮아 인큐베이터 한 대당 1년에 수천만원씩 적자가 난다고 한다. 신생아 중환자실 문제는 출산율과도 직결되므로 의료 수가를 올려서 충분한 의료 인력이 상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인큐베이터의 사용연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으나 세계보건기구(WHO)는 적정 사용 기간을 7-10년으로 권장하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사용되는 인큐베이터는 19대이며, 절반가량은 사용한지 10년이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20177월 기준 전국에 총 3428대의 인큐베이터가 있으며, 이 중 10년 미만은 1609(46.9%), 10년 이상은 1221(35.6%), 나머지 599(17.5%)는 제작연도 미상이다.

 

인큐베이터는 기계이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점검을 받고 세척 등으로 관리를 해야 한다. , 1회 이상 정기 점검을 통해 기기 오작동이 없는지 점검하여야 있다. 인큐베이터는 습도와 체온 유지를 해주는 기계이므로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을 경우 내부에 습기가 생겨 세균이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임신 37주 미만 출생 조산아(早産兒) 비율은 20095.7%에서 20167.2%로 증가했으며, 체중 2.5kg 미만인 저체중아(低體重兒) 비율도 4.9%에서 5.9%로 늘었다. 저체중아 생존율은 출생체중이 1kg 미만이면 69.9%, 출생체중 1.5kg 미만이면 84.8%이다.

 

저체중아와 조산아가 증가하고 있으나 신생아 중환자실이 있는 병원은 114곳에서 98곳으로 오히려 줄었으며 총 1716개 병상이 있다. 고령 출산의 증가로 미숙아 출생은 해마다 늘어 2015년에는 전체 신생아의 6.9%3408명에 달했다. 그러나 미숙아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소아과 전문의는 매년 10명 정도 배출되고 있다.

 

정부는 인큐베이터(보육기)와 고막절개술 등 36개 비급여 항목에 대해 내년 4월부터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36개 항목 중 과잉진료 가능성이 적은 인큐베이터 등 13개 항목은 기준 제한 자체를 없애고 전면 급여화하기로 했다. 저체중아가 인큐베이터 치료를 받는 경우 현재는 7일까지만 무료이고, 이후부터는 119630원을 내야 했다.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멤버 종현(본명 김종현ㆍ27)18일 낮 12시경에 서울 청담동의 한 레지던스(Residence)에 찾아와 2박을 예약했으나, 오후 610분쯤 레지던스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사망했다. 미국 ABC, 영국 BBC 등은 인터넷 속보로 “K팝의 수퍼스타가 떠났다”고 보도했으며, 워싱턴포스트는 인터넷판 기사로 “종현의 소식을 들은 K팝 팬들이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고 미국에서도 소셜미디어 추모 메시지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대만 등 해외 매체들은 취재차 빈소를 찾았다.

 

김씨의 누나는 18일 오후 440분경에 “종현이가 자살을 하려는 것 같다”면서 실종 신고를 했다. 경찰은 김씨가 이날 누나에게 “나 보내 달라, 고생했다고 말해 달라” “마지막 인사다” 등 자살을 암시하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뛰어난 가창(歌唱) 능력에 작곡 실력까지 겸비한 실력파 가수인 종현도 ‘연습생’ 시절에 고등학교를 중퇴했다. 연습생들은 10대 때부터 기획사로부터 감시와 통제를 당하고, 하루 17시간 정도 춤과 노래 연습을 한다. 학교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여 사회화(社會化) 과정을 겪지 못한 경우가 많다. 종현도 연습생으로 3년 정도 보낸 후 데뷔했다. 아이돌 가수들은 성공에 대한 강박감, 사생활 노출에 대한 두려움, 악성 댓글 등으로 심한 중압감에 시달리고 있다.

 

종현의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김씨가 평소 우울증이 심했다고 말했다. 종현은 자살 계획을 세울 만큼 우울증이 상당히 위험한 상태였으므로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집중적으로 받아야만 했었다. 과거에도 우울증을 앓고 있던 우리나라 가수들이 일탈행위를 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있었다.

 

한 사람을 자살(自殺)로 몰고 가는 것은 무엇일까? 2010년 이탈리아 최고의 문학상인 ‘몬델로상’을 수상한 사회학자인 마르치오 바르발리(Marzio Bargagli)는 그의 저서 <자살의 사회학(원제목: 세상에 작별을 고하다ㆍFarewell to the World)>에서 자살에 대한 사회과학적 분석의 대가인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Emile Durkheim)<자살론>(1897)을 논박한다. 바르발리는 사회의 ‘통합’과 ‘규제’를 변수로 놓고 현대의 자살률 변화를 내다본 뒤르캠의 예측이 유효하지 않다고 분석하고, 자살의 유형을 재정립하여 통합과 규제라는 변수 대신 ‘누군가를 위한 자살’과 ‘누군가에게 대항하는 자살’로 크게 나누었다.

 

우울증(憂鬱症, Depression)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흔한 ‘마음의 병’이다. 우울증은 우울감(憂鬱感)과 의욕 저하가 주요 증상이며 감정, 생각, 신체 상태, 행동 등에 변화를 일으켜 일상 기능의 저하를 가져오는 질병이다. 이에 성격저하, 원활하지 못한 대인관계, 학교 휴학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자살(自殺)로 이어질 수 있다.

 

우울증은 일시적으로 기분이 우울해진 것이나 개인적인 나약함이 아니라 하나의 질병이다. 우울증의 분명한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는 않으나 다른 정신질환과 같이 다양한 생화학적, 유전적, 환경적 요인 등이 야기할 수 있다. 가장 흔한 정신질병인 우울증은 전 세계적으로 3억 명 이상이 앓고 있으며, 최근 10년간 우울증 발병률이 약 18% 증가했다.

 

‘우울감’이 ‘우울증’으로 악화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규칙적인 식사, 운동 그리고 수면(睡眠)습관 등의 긍정적인 생활방식을 영위해야 한다. 또한 과도한 욕심을 버림으로써 현재의 삶에 충실하고 즐기면서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신이나 주위환경에 대해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현재 상황에 감사하면서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하면 우울감이 우울증으로까지 심해지지 않는다. 또한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이 혼자 힘으로 해결하기가 어려운 경우에는 가족, 친구, 동료 등 주위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지지망을 구축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

 

WHO가 권고하는 우울증 대응책에는당신이 느끼는 우울감에 대하여 당신이 믿고 있는 사람에게 이야기를 한다, ▲정신과 의사나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적절한 상담과 치료를 받는다, ▲당신이 잘 지내던 때 즐겼던 활동을 유지한다, ▲가족, 친구 등과 계속 관계를 유지한다, ▲규칙적인 운동을 한다, ▲식사와 취침을 규칙적으로 한다, ▲술은 줄이거나 피하며, 불법적인 약물 복용을 피한다, ▲자살에 대한 생각이 나면 전화로 도움을 받는다, ▲당신이 우울증 환자인 것을 인정하고, 기대치를 조금 낮춘다 등이 있다.

 

우울한 기분은 불청객처럼 찾아오는 감기와도 같다. 감기(感氣)에 걸려 어떤 사람은 콧물, 재채기가 나와도 참고 견디다 보면 감기가 저절로 낫기도 한다. 그러나 독감(毒感)의 경우에는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고통을 겪게 된다. 우울증도 심한 경우에는 일상생활을 제대로 영위할 수 없고, 더욱 심각해지면 자살과 같은 합병증이 생긴다. 우울증의 대표적인 증상이 자신에 대한 부정이며, 이러한 감정에 빠지면 미래와 삶에 대한 의미 부여를 중단하기 쉽다.

 

우리가 감기를 가볍게 지나가게 하기 위하여 감기약을 먹듯이 우울증도 항우울제를 복용하면 가볍게 지나갈 수 있다. 신경전달물질의 정상화를 가져오는 항우울제, 항불안제 등을 사용하는 약물치료와 함께 일상생활의 문제를 파악해 잘 극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터득하도록 하는 정신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우울증은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80%이상이 호전될 수 있는 비교적 치료가 잘 되는 질환이다. 우울증 치료는 의사와 환자 그리고 보호자가 함께 해야 한다.

 

정부는 20181월부터 국가 건강검진 제도를 개선하여 중년 이후 유병률(有病率)이 증가하는 우울증에 대한 검진을 현재 40세와 66세에 실시하던 것을 40506070세 등 10년마다 실시한다. 그러나 우울증이 나타나지 않는 특정 연령대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40세 이전 연령층에 대한 대책도 세워야 한다. WHO에 따르면 우울증은 여러 정신질환 중 사회적 부담에서 높은 비중을 치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