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부활은 용서와 화해, 겸손과 섬김입니다.
존경하는 한국교회 모든 성도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생명과 은혜가 충만하시기를 기도합니다. 봄꽃 소식과 함께 2023년 부활절을 맞이합니다.
하늘 보좌를 버리시고 이 땅에 오신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의 희생제물이 되시고, 부활하심으로 사망 권세를 이기셨습니다. 그리스도의 부활에는 생명과 구원의 은총이 있으며, 용서와 화해와 겸손과 섬김의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2023년 극단적 분열과 불신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한국교회 모든 성도는“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마 11:29)는 말씀을 따라, 먼저“아무 일에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빌 2:3) 여기는 십자가의 정신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며,이웃과 화해하고 용서하며 사는 것이 부활을 믿는 그리스도인의 삶입니다.
부활절인 4월 9일에는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위원회가 주최하는 부활절연합예배가 서울 영락교회당과 전국 각지에서 열리게 됩니다. 부활절 예배가 열리는 모든 곳에서 말씀과 성령으로 충만한 은혜가 있기를 바랍니다.
또한 금년 부활절에는 한국교회총연합이 주최하고 협력 기관인 CTS가 주관하는<부활절 퍼레이드>를 선보입니다. 4년의 준비 기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광장에서 개최할 수 없었던 퍼레이드는 부활 생명의 기쁨을 시민들과 함께 나누며 봄을 여는 축제로 기획되었습니다. 분열과 분노로 가득한 광장에서 부활의 기쁨과 기독교의 건강한 문화를 시민들과 함께 나누기 위한 자리입니다. 앞으로 매년 더욱 발전하여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거리 축제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랍니다.
부활절을 맞이하는 대한민국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과 중국의 경제 패권전쟁, 튀르키예와 시리아 지진, 일본과의 관계 등 외부적 요소와 국내 정치의 심각한 대립으로 어려운 지경에 놓여 있습니다. 고환율과 고금리는 국민의 삶을 날로 힘들게 하는데, 정치권은 양분되어 대립과 갈등을 이어감으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우리는 대통령과 여야 정치인들을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비난하고 비판하기는 쉽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문제를 짊어지고 그 방향키를 잡고 있는 리더입니다. 성경에서는 이렇게 말씀합니다. “그러므로 내가 첫째로 권하노니 모든 사람을 위하여 간구와 기도와 도고와 감사를 하되 임금들과 높은 지위에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하라 이는 우리가 모든 경건과 단정함으로 고요하고 평안한 생활을 하려 함이라”(딤전 2:1-2).
국가의 극심한 혼란과 분열은 우리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특히 극단적 분노와 정죄와 불신을 키우는 것은 악을 더욱 키워가는 일일 뿐입니다. 우리는 악을 징치하고 선을 장려하여 모든 국민이 행복한 일상을 누리도록 보호하는 정부가 되기를 기도해야 합니다.
현재 우리 정치에는 국민 화합과 상호 공존을 위한 질서와 노력이 보이지 않습니다. 정치 지도자들은 서로 질시하며, 서로를 존중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다투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모두를 패배자로 만드는 길입니다.
사랑하는 성도들이여, 하나님 앞에 의인이 누가 있을까요?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요 8:7)는 주님의 말씀처럼, 자신을 먼저 돌아봅시다. 내 눈 안의 들보를 먼저 보고 상대 눈 속의 티끌을 보는 용서와 화해의 정신을 회복합시다. 지금 세계는 분쟁 가운데 있습니다. 1년 넘게 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있습니다. 미얀마와 시리아 등 내전으로 고통당하는 국민의 눈물도 마르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가 속한 동북아 정세 또한 전쟁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루살렘을 위하여 평안을 구하라 예루살렘을 사랑하는 자는 형통하리로다”(시 122:6)라는 말씀대로 우리는 대한민국의 형통을 위해 평화를 구하며 기도해야 합니다. 남과 북은 미사일과 핵을 통한 대결과 힘의 우위로 얻어지는 평화가 아니라,공존을 위한 대화로 평화를 정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민족 동질성을 기초로 쌍방 간의 대화와 협력을 통해 화해와 민족통합의 길을 열어가야 합니다.
최근 정부는 일제 강제징용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일본과 대화하였습니다. 이는 현재 대한민국과 미래세대를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고민하고 결단하여 행동하는 것은 잘한 일입니다. 다만, 외교가 국익이 전제된 관계 발전을 위한 관리라는 점에서 국민감정을 녹여내며, 이해와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 정부에게 주어진 숙제입니다. 과거 일본 제국주의는 폭압으로 수탈의 상처와 왜곡된 문화와 정신을 이식했습니다. 그러나 동북아의 지정학적 파고를 맞닥뜨려야 하는 우리 대한민국은 중심을 잡고 주변국을 상대해야 합니다.과거 침략자였던 주변국이지만 대화를 통해 공존을 모색하며 새로운 길을 열어가야 합니다.
지금 우리는“용서하되 잊지는 말자”는 정신으로 더욱 견고해져야 합니다. 이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된 넬슨 만델라가 백인들에 대한 복수심에 들끓는흑인들을 설득할 때 한 말입니다. 우리는 분노와 복수심만으로 주변국들을 이겨낼 수 없습니다. 외적으로는 대화를 통해 평화를 이루고, 내적으로는 국민통합을 바탕으로 국력을 키워가야 합니다.
최근 우리는“나는 신이다”라고 주장한 사이비 이단의 폐해를 접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는 이미 이십여 년 전, 그 잘못된 가르침과 행동을 들어 이들을 이단 사이비로 정죄했습니다. 지금도 또 다른 사이비성 인사들이 교회의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는 삼일절에 일장기를 내걸며 자기 논리를 합리화합니다. 우리는 이들의 주장에 조금도 동의할 수 없습니다.
2023년 부활절을 맞이하며, 모든 한국교회 성도는 십자가와 부활의 정신으로 중심을 잡아야 합니다. 지금 우리는 자기주장만이 옳다고 강조하는 극단적 이기주의, 생각하는 모든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다원주의와 돈을 모으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물신주의, 자신의 극단적 즐거움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투자하는 쾌락만능주의 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 안에 십자가의 희생과 용서와 사랑, 화해와 공존의 정신은 없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교회는 변치 않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중심을 잡아야 합니다. 겸손과 섬김의 정신으로 사랑을 실천해야 합니다.
지난해 우리는 울진지역 대형산불 피해 이주민을 위해‘사랑의 집 짓기’ 사업을 진행하여 54가구를 완공합니다. 금년에는 튀르키예와 시리아 지진 피해자를 돕기 위한 활동에 한국교회 모든 교단이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고독사가 많아지는 세상에서 주변의 이웃을 돌아보는 일에 앞장섭시다. 인구절벽 시대, 국가 소멸의 위기 앞에서 한 생명을 귀하게 여기며 믿음으로 양육하는 일에 최선을 다합시다. 장애우,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 노숙자, 탈북자, 이주민·이주노동자의 삶을 축복합니다. 이분들은 우리와 함께 사는 이웃입니다. 저출산으로 인구위기를 겪으며 국가의 소멸을 논의하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 나라의 장래를 위해 기도하며, 기후 위기에서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지키며 보다 절제하고 근신하여 하나님의 말씀과 부활의 생명이 이 땅에 가득하도록 기도합시다.
다시 한번 우리의 사랑이자 자랑인 한국교회 위에 하나님의 복 주심의 은혜가 충만하기를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2023년3월27일
사단법인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 이영훈 공동대표회장 권순웅 송홍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