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과 독감


청송 박명윤  박사 칼럼리스트02.jpg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The Jesus Times 논설고문)

설날과 더불어 우리나라 최대 명절인 추석(秋夕)이 올해는 929(음력 815)이다. 추석 연휴가 928일 시작되어 102일이 임시 공휴일로 지정됐기 때문에 103일 개천절(開天節)까지 6일 동안 이어진다. 삼국사기(三國史記) 신라본기(新羅本紀)에 따르면 추석 명절은 지금부터 약 2000년 전 신라 3대 임금 유리왕 때인 서기 32년에 시작됐다고 한다.

 

우리는 외국인에게 추석을 설명할 때 한국식 추수감사절(秋收感謝節)’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의 추수감사절은 이미 끝난 추수를 감사하는 날인 반면, 한국의 추석은 추수를 하기에 앞서 가뭄과 장마 등 농사의 고비를 넘긴 상황에서 풍년(豊年)을 기원하는 날이다. 추석 때 대표적인 풍속으로는 송편 만들기, 달맞이, 강강술래 등이 있다.

 

우리나라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922일 회의를 열고 추석 방역 및 의료 대책을 논의했다. 중수본은 코로나19 확진 시 외출 및 친족 모임을 자제하고 격리(5) 할 것을 권고한다며 의심 증상이 있는 경우 65세 이상 고령자,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에 대한 방문을 자제하고 마스크를 착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방역 당국은 특히 고위험군 보호에 집중할 계획이다.

 

 한국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보건복지부 차관).jpg

한국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보건복지부 차관),

 

이날 회의를 주재한 박민수 중수본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제2차관)연휴 기간 문을 여는 먹는 치료제 처방병원, 조제약국, 선별진료소를 안내하고 차질없이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연휴 기간 운영 시간, 진단검사 실시 여부를 미리 확인해 의료기관을 방문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고위험군 보호를 위해 방역 수칙을 실천해달라고 강조했다.

 

박 부본부장은 지난주 코로나19 일평균 양성자(표본감시 체계의 확진자) 수는 1600명대로 5주 연속 감소하고 있고, 전국의 중증 병상 가동률이 30% 이하를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지난달 314급 전환 후에도 방역 상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831일 코로나19의 감염병(感染病) 등급을 2급에서 4급으로 하향과 함께 추가적인 방역 완화조치가 실시됐지만,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이나 요양원 등 취약시설에서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는 남아 있다. 방역 당국은 감염 시 건강 피해가 큰 의료기관과 감염취약시설 감염관리를 위해 입원 또는 입소 전 선제검사 지원체계를 유지한다.

 

미국에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고, 다른 호흡기 질환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마스크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5월 코로나19와 관련한 긴급사태 선언을 종료했다. 그러나 지난 826일 기준 일주일간 코로나 입원환자 수가 17만명을 기록해 전주 대비 16% 증가하는 등 다시 확산세를 보이자 시민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독일은 코로나19 XBB.1.5 변이에 대응한 백신 추가 접종을 지난 918일 개시했다. 카를 라우터바흐 독일 보건부장관은 베를린 연방군병원에서 직접 코로나19 XBB 변이 대응 백신 추가접종을 받으면서 코로나19는 독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의사 출신인 라우터바흐 장관은 특히 60세 이상과 취약 집단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면서 계속 장기 코로나19 후유증(롱 코비드)과 같은 후속 질환이 생겨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예방접종위원회는 60세 이상과 특정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에만 추가접종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어느 정도 규모가 코로나19 XBB.1.5 변이 대응 추가접종에 동참할지는 미지수라고 독일 의료계는 내다봤다. 독일 보건부는 독감(毒感) 예방접종과 코로나19(COVID-19) XBB.1.5 변이 대응 백신 접종을 동시에 할 수 있다며, 비용은 건강보험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XBB.1.5 변이에 대응하기 위한 화이자(Pfizer) 백신 404만 회분이 918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이날 들어온 물량을 포함해 총 1000만 회분이 순차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이 백신은 지난 8월 말 유럽의약품청(EMA)에서 허가받은 후 91일 곧바로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긴급 사용승인을 신청해 912일 승인받았다.

 

이 백신은 최근 국내에 유행하는 EG.5BA.2.86(피롤라, Pirola) 같은 변이에 대해 접종 이전보다 열 배 가까이 높은 면역 형성 능력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질병청이 설명했다. XBB.1.5 변이는 오미크론(Omicron) 변이 하위 계열 중 하나이다. 질병청은 2023-2024절기 코로나19 예방접종에 XBB.1.5 대응 백신을 활용할 계획이다.

 

모더나(Moderna)XBB.1.5 변이 대응 백신도 이번 절기 예방접종에 쓰일 예정이다. 모더나 백신은 지난 911일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가 났다. 우리나라는 10월부터 약 500만 회분이 순차적으로 도입한다. 당국은 앞으로 코로나19 예방접종도 독감처럼 고위험군 위주로 연중 1회 정기적으로 실시한다. , 낮은 연령대보다 치명률이 높은 65세 이상에 대해 우선 접종한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가장 걱정하는 것은 폐() 기능의 손상이다. 실제 코로나19 완치된 뒤에도 폐 기능이 악화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과학 저널 플로스 원(PLOS One)에 게재된 연구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의 4분의 1은 감염 1년 뒤에도 폐 기능이 손상됐다. 특히 고령 환자와 만성질환 환자는 폐 기능이 회복되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덜란드 국립종합대학인 암스테르담대학교(University of Amsterdam) 연구진이 20205월부터 202112월까지 폐 기능검사를 한 번 이상 받은 코로나19 환자 301명을 대상으로 일산화탄소 확산능력(DLCO), 폐활량(肺活量, vital capacity) 측정 결과를 건강 관련 삶의 질을 평가했다. 환자들의 평균나이는 51세였으며, 56%가 남성이었다.

 

301명의 환자 중 30%는 경증, 44%는 중등도, 26%는 중증 또는 위중한 환자였다. 중증 환자는 경증 환자보다 나이가 많고 체질량지수(BMI)가 높았으며, 심혈관질환, 당뇨병, 천식, 만성폐질환 등 만성질환이 많았다. 환자 중 39명은 중한자실에 입원해 평균 6일 동안 치료를 받았다.

 

환자들을 1개월 동안 추적해 관찰한 결과, 환자 중 25%가 폐 기능 장애를 보였다. 장애를 보인 환자들을 증상 정도에 따라 분류하면 경증 11%, 중등증 22%, 중증 48%였다. 또 경증 환자의 26%, 중등도 환자의 23%, 중증 환자의 74%에서 정상 이하의 DLCO가 나타났다. 경증 환자들은 증상 발현 후 1년까지 1회 호흡확산능력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개선을 보여주지 못했다. 중등도 환자의 경우 폐활량 측정 결과와의 개선이 1-6개월에서 나타나지만, 6개월-1년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중등도, 중증 환자들은 감염 후 1년이 지나면 DLCO가 개선되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폐 손상이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또한 연구진은 “12개월 뒤의 추적 관찰에서도 폐 기능 장애 유병률은 중등도 또는 중증의 환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유의미한 수치를 보였다고 말했다.

 

박상민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이 건강보험공단과 질병관리청에 등재된 4,8158,464명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안면마비(顔面痲痹) 발생 위험을 분석했다. 코로나19 중증도가 높거나, 백신 2차 접종을 하지 않은 감염자는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안면마비 발생 위험이 더 높았다. 안면마비는 안면신경 기능에 이상이 생겨 얼굴 표정과 움직임을 담당하는 근육이 마비되는 병이다.

 

연구팀은 코로나19 감염 여부에 따라 감염군 1,1593,365, 미감염군 3,6565,099명으로 나눠 4개월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감염군은 미감염군보다 안면마비 발생 위험이 24% 더 높았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 여부 기준으로 나누자 접종하지 않았거나 1차 접종에 그친 대상자 중 감염군의 안면마비 위험은 미감염군보다 84% 높았다. 반면 2차 접종을 마친 대상자 중 감염군의 안면마비 위험은 미감염군보다 20% 높았다.

 

추적관찰 이전 안면마비 병력이 있던 사람은 코로나19 백신 미접종 또는 1차만 접종한 경우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안면마비 재발 위험이 증가하는 경향도 확인됐다. 박상민 교수는 코로나 백신 미접종자나 1차까지만 접종한 사람은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안면마비 증상에 더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915일 인플루엔자(influenza) 주의보가 발령된 가운데, 추석(秋夕) 연휴(6)까지 겹치며 독감(毒感)이 더욱 확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독감이 예년보다 크게 유행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례적으로 지난해 9월 이후 독감 유행 주의보가 지속 발령 중이기 때문이다. 1년 내내 주의보가 이어진 건 통계를 집계해 감시 체계를 구축한 2000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독일 보건부장관의 코로나19 백신 추가접종 장면..jpg

독일 보건부장관의 코로나19 백신 추가접종 장면.

 

독감(influenza)는 보통 10월쯤부터 유행이 시작돼 이듬해 4월 정도면 수그러든다. 이는 독감 바이러스가 기온이 낮으면 활발하고, 기온이 높으면 둔해지는 특성이 있다. 독감의 유행 곡선은 기본이 포물선(抛物線)으로, 올라간 만큼 내려간다. 일찍 유행이 시작되면 큰 포물선을 그리면서 해제도 늦어지게 된다. 큰 포물선과 작은 포물선이 겹치는 이중 포물선이 나타나기도 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호흡기를 통해 전파된다. 이에 환자나 감염자가 기침이나 재채기할 때 생긴 비말(飛沫, 침방울)로 주변 사람들에게 전염되거나, 비말이 묻은 물건을 손으로 만져 구강(口腔, )으로 옮기기도 한다. 이에 인구 이동이 감염 확산에 큰 영향을 끼치므로, 올해 추석 연휴가 대확산의 고리가 될 수 있다.

 

독감 바이러스의 잠복기(潛伏期)는 보통 1-3일 정도이지만, 사람에 따라 4-5일까지 가기도 한다. 전염력은 증상 발현 1-2일 전부터 발병 후 5-7일까지 왕성하다. 바이러스가 공기 중의 비말을 통해 옮거나 손이나 공용 도구(대중교통 손잡이 등)를 매개로 옮기도 한다. 고열로 시작해 두통, 오한, 근육통, 관절통 등이 오고, 심하면 폐렴(肺炎) 등 합병증으로 사망에까지 이른다. 따라서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나 만성병 환자들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

 

2023-2024년 무료 국가예방접종이 920일부터 시작되어 2024430일까지 계속된다. 독감 백신 접종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평소 개인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다.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손을 자주 씻으며, 기침이나 재채기할 때는 휴지나 팔 옷소매로 입을 가린다. 손으로 눈, , 입을 만지지 않으며, 사람이 많은 곳에 가지 않기, 40-60%의 적절한 습도 유지하기, 충분히 물 마시기, 과로 피하기, 고른 연양 섭취하기 등을 실천해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의 영향으로 독감 발병률이 급감했다가 올해 들어 일상생활이 복구되면서 낮아진 면역력으로 인하여 독감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개인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여 독감을 예방하여야 한다. 그리고 코로나19도 완전히 종식된 것이 아니므로 바이러스는 아직 우리 곁에 있다. 특히 고위험군은 주의가 필요하며, 백신을 추가접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The AsiaNㆍ시사주간 논설위원) <청송건강칼럼(919) 2023.9.22.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