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개감염병(Sexually Transmitted Infection)

 

청송 박명윤  박사 칼럼리스트02.jpg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The Jesus Times 논설고문)

최근 일본에서 성병(性病)인 매독(梅毒)이 급증해 비상이 걸리면서 국내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SNS 등에서는 일본 여행 중 유흥업소를 들렀거나 출장을 다녀온 사람은 검사를 받아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올해 1-5월 사이 한국인 관광객 258만명이 일본을 찾았으며, 일본인 66만명이 한국에 왔다.

 

이웃 나라 일본에선 지난해부터 매독(梅毒) 환자 증가세가 심상치 않았으며, 역대급 속도로 환자가 불었다. 매독을 치료할 수 있는 의료진조차 부족해 의료체계가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도쿄도(東京都)에서는 3월부터 익명으로 매독 검사를 받을 수 있게 무료 검사소를 설치했다.

 

일본 국립감염병연구소가 매주 발표하는 감염증 발생 동향 조사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 514일까지 매독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 수는 516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630명을 훌쩍 넘어섰다. 지역별로는 도쿄가 1332명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매독 환자의 연령을 보면 남성은 20-40대가 77%, 여성은 20대가 69%를 각각 차지했다.

 

일본 국립감염병연구소는 통계 분석이 시작된 1999년 이후 가장 많은 환자 수를 기록했던 지난해보다 약 한 달 빠른 속도로 매독 환자가 많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입본의 매독 확진자 누계는 12966명이었다. 당시 매독 확진자가 1만 명을 넘어선 것은 1999년 이후 처음이었으며, 전년(2021) 대비 1.7배 수준에 달했다. 일본 전역인 47개 도···(광역지방자치단체) 전체에서 신규 환자가 발생했다.

 

일본 언론은 전문가를 인용해 다양한 원인을 내났다. 일본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국경 문을 걸어 잠그는 등 방역 조치가 강화된 이후에도 매독 환자가 급증했다는 점을 들어 해외 유입보다는 국내 감염 확산에 무게를 두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사람을 만날 기회가 줄면서 SNS와 데이트 앱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와 성행위(性行爲)를 하는 사람들이 증가한 것도 원인 중 하나로 분석했다.

 

한편 우리나라 질병관리청(Korea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Agency)에 따르면, 올해 2-7월 성매개감염병(性媒介感染病) 7종의 누적 발생 건수는 18975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17516)보다 7.7% 증가했다. 성매개감염병 7종 가운데 매독(梅毒)의 누적 환자 수는 201명으로 전년 동기간(189) 대비 10% 증가했다. 국내 매독 확진 건수는 2021337건에서 2022401건으로 20% 가까이 늘었다. 매독 환자 중 20-30대 남성이 전체 환자의 68%를 차지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 81일 국무회의에서 매독을 4급 감염병에서 3급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감염병관리법을 개정했다. 질병관리청(청장 池榮美, 런던대학 바이러스학 박사)은 성매개감염병의 월별 국내 발생 현황과 증감 추이 등을 담은 성매개감염병 감시 월간 소식지창간호를 지난 817일 발간했다. 소식지는 국내 성매개감염병 발생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과 정책 기초자료 수집, 연구 활용, 예방 홍보 등을 목적으로 발간된다.

 

소식지에는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표본감시 중인 매독, 임질, 클라미디아감염증, 연성하감, 성기단순포진, 첨규콜딜롬, 인유두종바이러스감염증(HPV) 7종의 성매개감염병의 월별 신고현황에 기초한 통계가 수록된다. 성매개감염병 신고자료는 전국 574개 성매개감염병 표본감시 기관(비뇨의학과, 산부인과 등 의료기관, 보건소 등)으로부터 신고된 것으로, 질병청 질병보건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수집된다.

 

성매개감염병(STI)이란 일차적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성적인 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질병을 말하며, 30종류 이상이 있다. 흔한 성매개감염병에는 매독(syphilis), 임질(gonorrhea),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클라미디아 감염증(Chlamydia trachomatis), 트리코모나스증 등이 있다. 성매개감염병은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4,540만명(2015년 기준)이 매독에 감염된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 중 600만명이 새로 감염된 환자였으며, 107,000명이 사망했다. 1940년대에 페니실린(penicillin)을 이용한 치료법이 개발되면서 감염률이 극적으로 감소하였으나, 21세기 들어 많은 국가에서 감염률이 다시 오르기 시작하였는데, 이는 종종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HIV)와 함께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페니실린(PCN)은 최초의 항생제(抗生劑)이다. 푸른곰팡이로 불리는 Penicillium notatumPenicillium chrysogenum에서 얻은 대표적인 베타-락탐계열 항생제(antibiotics)이다.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 미생물학자 알렉산더 플레밍(Alexander Fleming, 1881-1955)1928년에 발견했다. 페니실린의 등장과 함께 인류의 평균수명이 1950년대 50대에서 현재 80대로 늘었다고 본다.

 

<매독>이란 스피로헤타(spirochete)과에 속하는 세균인 트레포네마 팔리듐균(Treponema pallidum)에 의해 발생하는 성병이다. 매독균은 피부와 점막의 작은 틈이나 찰과상이 난 부위로 체내에 들어간다. 피부궤양은 성기 부위, , 항문 등에 잘 발생하지만, 입술과 구강 내에도 발생할 수 있다.

 

매독을 뜻하는 ‘syphilis’라는 명칭은 이탈리아의 의사이자 시인인 지롤라모 프라카스트로(Girolamo Fracastoro)1530년에 쓴 <매독 또는 프랑스병>라는 책에 등장하는 전설적인 목동(牧童)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프라카스트로는 1546년 발간한 의학서 <전염과 전염성 질병에 관하여>에서 ‘syphilis’라는 단어를 <매독>을 지칭하는 명칭으로 재차 사용하여 이것이 굳어져 오늘날에 이르렀다.

 

주로 성접촉을 통해서 전염되는 매독은 역사적인 기원이 모호하여 여러설이 존재하지만, 고대로부터 이미 유럽에 존재했었다는 설보다는 남미대륙의 풍토병(風土病)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콜럼버스가 1차 항해를 마치고 14933월에 귀국한 이후, 선원들에 의해 매독이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등으로 전파된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에서 매독이 크게 유행하자 이탈리아와 독일에서는 프랑스병이라고 불렀다. 이와 반대로 프랑스에서는 이탈리아 병이라 했다.

 

한반도에서 매독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1614년 이수광의 지봉유설(芝峯類說)로 매독을 천포창(天疱瘡)’이라 했으며, 1510년대에 중국을 통해 서양에서 전래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허준의 동의보감(東醫寶鑑)에도 기록되어 있으며, ‘양매창(楊梅瘡)’이라 하며 서양에서 전래된 성병임을 밝히고 있다. 조선후기에 개항과 청일전쟁 등으로 매독 환자가 증가하였다. 영조 때 학자인 성대중이 쓴 청성잡기(靑城雜記)에 의하면 특별한 치료제가 없기에 매독 환자 10명 중 9명은 죽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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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독은 1·2·3기 매독, 잠복 매독, 선천성 매독 등으로 나뉜다. <1기 매독(primary syphilis)>은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의 감염성 병변과 직접 성적으로 접촉하여 전파된다. 접촉 이후 대략 2-6주 뒤 경성하감(굳은궤양)이라고 하는 피부 병변이 나타난다. 경성하감의 안에는 매독균이 존재하며, 성기 외의 다른 부위에 발생하기도 한다. 림프절 비대는 경성하감이 형성되고 7-10일 뒤 발생한다.

 

<2기 매독(secondary syphilis)>은 첫 감염 이후 4-10주 정도 뒤에 발생한다. 증상은 다양하며, 보통 피부, 점막, 림프절에 증상이 발생한다. 손바닥과 발바닥을 포함한 몸통과 사지 말단에 대칭적이며 불그스름하거나 분홍색의 발진이 생길 수 있다. 다른 발생 가능한 증상에는 발열, 인후통, 권태감, 체중 감소, 탈모, 두통 등이 있다. 드문 증상에는 간염, 콩팥질환, 관절염, 골막염, 시신경염 등이 있다.

 

<3기 매독(tertiary syphilis)>은 첫 감염 이후 3-15년쯤 뒤에 발생할 수 있으며 세 가지 다른 형태(고무종매독, 신경매독, 심혈관매독)로 나누어진다. 고무종매독(gummatous syphilis) 또는 후기 양성 매독은 첫 감염 이후 평균 15년 뒤에 발병하며, 만성 고무종이 형성되는 것이 특징이다. 고무종은 종양처럼 생긴 염증성 병변이다. 신경매독은 중추신경계에 발병한 매독 감염이며, 매독의 어느 병기에서든 발생할 수 있다. 심혈관매독의 가장 흔한 합병증은 매독성 대동맥염이다.

 

<잠복 매독(latent syphilis)>은 증상이 없는데 혈청학적으로 감염의 근거가 존재하는 상태를 말한다. 매독을 치료받지 않고 내버려 두면 증상이 드러나지 않는 잠복 매독으로 진행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초기 잠복 매독은 감염 이후 2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이며, 감염에서 2년이 지난 뒤에는 후기 잠복 매독 시기로 진입한다. 잠복 매독 시기는 수년에서 수십 년까지 계속되기도 한다.

 

<선천성 매독>은 임신 중이나 출산 시에 산모에서 아기로 전파된다. 선천성 매독에 감염되면 유산, 사산, 신생아 사망의 위험성을 높이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매독 치료 후 임신할 것을 권고한다. 선천성 매독에 감염된 신생아 중 3분의 2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생후 첫 2년간 나타나는 흔한 증상에는 간과 비장이 커지는 간비종대(肝脾腫大), 발진, 발열, 신경매독, 폐렴 등이 있다.

 

매독의 선별검사로는 비매독균 검사인 VDRL(Venereal Disease Research Laboratory)RPR(Rapid Plasma Reagin) 두 가지 검사가 있다. 이 검사들은 결과를 빨리 알 수 있으나, 실제로는 매독이 아니지만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오는 위양성(false positive)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에 선별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경우에는 매독균에 대한 특이적 검사인 FTA-ABS(Fluorescent Treponemal Antibody Absorption)검사나 TPHA(Treponema Pallidum Hemagglutination Assay)검사로 확인해야 한다. 신경매독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뇌척수액(腦脊髓液) 검사를 해야 한다. 매독균이 전신으로 퍼지는 시기에는 신경매독를 일으킬 수 있다.

 

치료는 환자가 매독의 어느 단계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조기 발견 시 페니실린 항생제로 완치가 가능하다. 신경매독은 후유증이 남았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뇌척수액검사나, BMRI, CT 등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2년 이상된 만기 매독 중 후기잠복매독 단계에서는 3차매독이나 신경매독으로 발전할 수 있다. 오랜 방치 후에는 여러 장기나 조직에 파괴를 일으키고 치료를 해도 손상된 장기나 뇌는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성매개감염병의 가장 확실한 예방은 안전하지 않은 성접촉을 피하는데 있으므로 스스로의 주의가 필요하다. 남성은 성관계 시 라텍스 콘돔(latex condom)을 사용하는 것이 성병 예방에는 최선이다. 그러나 피임기구를 사용해도 감염자의 점막이나 상처가 있는 피부와 접촉하면 감염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임신 예정 여성은 임신 전 매독 반응 검사 후 매독에 걸렸다면 치료 후 임신하여야 한다.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The AsiaNㆍ시사주간 논설위원) <청송건강칼럼(915) 2023.8.25.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