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생일 파티

¶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The Jesus Times 논설고문)
우리는 100세 생일(生日)을 ‘요양원’이 아닌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집’에서 맞기를 소원한다. 정부는 매년 10월 2일 ‘노인의 날’에 100세를 맞으신 노인에게 청려장(靑藜杖)을 증정한다. 청려장은 ‘명아주’라는 풀로 만든 가볍고 단단한 지팡이로, 건강과 장수를 상징한다. 통일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임금이 청려장을 하사하는 전통이 이어져 내려왔다.
미국의 제39대 대통령(1977-1981년 재임)이었던 지미 카터(James Earl Carter Jr.) 전 대통령이 2024년 10월 1일 100세 생일을 맞이했다. 이날 백악관 잔디밭에는 ‘100’을 표현한 대형 조형물이 ‘카터 대통령님 생일 축하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등장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미국 전직 대통령 중 처음 100세 생일을 맞은 인물이다.
이승만 씨는 1926년에 태어나 초등학교 교사로 정년까지 일했다. 지난 6월 28일 갑작스러운 의식 저하와 구토 증상으로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에 이송됐다. 흉부 CT검사 결과, 심장에서 온몸으로 혈액을 보내는 대동맥 안쪽 벽이 찢어져 혈액이 혈관 벽 안으로 흘러들고 벽이 갈라지는 ‘대동맥 박리’였다.
대동맥 박리(大動脈剝離, aortic dissection)는 대동맥의 내막이 찢어질 때 피가 대동맥의 중간 계층의 막 사이로 흘러들어가면서 계층 구조가 분리되는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40-60대에 흔하며 남성이 여성보다 2배 정도 많다.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高血壓)이 가장 공통적인 중요한 원인으로, 전체 환자의 약 80%에서 동반된다.
이씨는 초고령으로 수술 성공 가능성은 30-40%대에 불과했지만, “수술 없이는 일주일가량밖에 살 수 없다”는 의료진 설명에 가족들은 수술을 택했다. 심장혈관 흉부외과 구미정 교수팀은 손상된 대동맥을 인조 혈관으로 교체하는 수술(대동맥 치환술)을 진행했다. 의료진의 적절한 대처로 5시간 넘는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씨는 한 달간 집중 치료를 받은 뒤 지난 8월 18일 퇴원했다. 병실에서 ‘100세 생일’ 파티를 했다.
국무총리 직속기관 국가데이터처(Ministry of Data and Statistics, 2025년10월1일 설립)가 발표한 ‘100세 이상 고령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5년 11월 1일 기준 우리나라 100세 이상 인구는 8,604명으로 조사됐다. 고령자 추이는 2010년 1,835명, 2015년 3,159명으로 10년전보다 2.7배 늘었다. 인구 10만명당 100세 이상 고령자도 같은 기간 6.4명에서 17.3명으로 증가했다. 성별로 보면 전체 100세 이상의 83.4%인 7,176명이 여성이었고, 남성은 1,428명(16.6%)이었다.
데이터처는 5년 단위 인구주택총조사를 토대로 코로나(COVID-19)가 시작된 2020년을 제외하고 100세 이상 조사 결과를 발표해왔다. 10년 전까지는 전체 100세 이상을 본인이나 가족 등을 토대로 조사하다가, 작년부터는 집에서 지내는 100세 이상 4,280명(49.7%)을 따로 조사해 이들의 장수 비결과 생활 방식 등을 조사했다.
100세 이상 고령자들이 꼽은 장수 비결(복수 응답)은 ▲절제된 식생활(59.7%), ▲규칙적 생활(44.5%), ▲유전적 요인(32.1%), ▲낙천적 성격(25.8%), ▲정기적 운동(12.0%), ▲원만한 가족생활(11.9%), ▲기타(보약 복용 등) 4.3%이다. 남성은 장수비결로 규칙적 생활(52%)을, 여성은 절제된 식생활(61.9%)을 가장 많이 꼽았다.
조사 대상 100세 이상의 86.9%는 태어나서 한 번도 담배를 피워본 적이 없다고 했으며, 79.6%는 음주(飮酒) 이력이 없다고 했다. 술과 담배 모두 평생 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4명 중 3명꼴인 75.8%에 달했다. 한편 술과 담배를 아직 즐기고 있다는 경우는 0.4%에 그쳤다. 10명 중 4명은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인지(認知)능력을 갖고 있었다. 만성 질환이 있는 경우는 90%에 달했으며, 고혈압(56.7%), 관절염(39.9%), 치매(29.1%), 당뇨병(15.7%) 등의 순이었다.
고령자의 대인관계도 원만했다. 집에서 사는 100세 이상 고령자들이 따로 사는 자녀, 이웃, 친척 등과 만나는 횟수는 월평균 12.7회에 달했으며, 전화 연락도 월평균 8.7회 한다고 했다. 10명 중 7명(70.7%)은 앞으로 요양원/요양병원 등 시설 입소 의향이 없다고 했다. 73.5%는 자신을 주로 돌보는 사람으로 자녀와 배우자를 꼽았다. 간병인 등 유료 수발자가 있다는 경우는 35.6%였다.
전문가들은 100세 이상 초고령자가 늘어난 이유는 의학 발달로 기대 수명이 늘어난 데다 개인의 노력이나 사회적 환경 개선으로 건강 수명까지 늘어난 결과라고 본다. 보건소 관계자는 “100세를 넘겨 정정하게 사는 분들의 공통점은 골고루 먹되 소식하고, 심리적 고립감이 작다는 것”이라며 “경제 활동을 오래 하는 점도 장수의 비결로 보인다”고 했다.
일본에서 고령자 22만명을 20여년 추적 연구 결과 밝혀낸 6가지 장수 법칙은 다음과 같다. (1)집 밖으로 나가 활동한다. 취미모임, 자원봉사 등 사회 활동을 활발히 한다. (2)친구는 최고의 장수약이다. 인간관계, 이웃, 공동체 속에서 자기 역할이 많아야 한다. (3)은퇴는 직장 생활의 끝일뿐이다. 은퇴 후 파트타임, 자원봉사, 손주 돌보기 등 역할이 있어야 한다. (4)치아와 구강건강이 중요하다. 씹는 힘, 삼키는 기능, 구강 위생이 좋은 사람이 장수한다. (5)건강 격차는 동네에서 시작된다. 걷기 좋은 길, 서로 인사하는 문화 등 환경이 중요하다. (6)장수의 비결은 삶의 태도에 있다. 매일 외출하고, 사람 만나고, 음식을 잘 씹어 먹는 사람이 장수한다.
생물학적 노화(老化)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그 속도를 늦추는 것은 가능하다. 핵심은 건강한 생활로 노화로 인한 세포 조기 사멸을 예방하는 것이다. 최근 예방의료 전문의 클레어 미엘랜드 박사가 밝힌 ‘전 연령대를 위한 잘 알려지지 않는 장수 습관’은 다음과 같다.
▲소파 대신 바닥에 앉기. 의자나 소파 대신 바닥에 않으면 하체 근력을 강화하고 움직임과 균형 감각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바닥에 앉았다 일어서는 동작을 할 때는 다리 근력, 고관절 유연성, 균형 감각, 협응력이 쓰인다. 이 기능을 꾸준히 사용해야 나이가 들어서도 건강한 신체기능을 유질할 수 있으며, 낙상 위험이 낮아진다.
▲철저한 구강(口腔) 건강관리. 정기적으로 구강 검진을 받고 칫솔뿐 아니라 치실, 치간 칫솔 등을 사용하는 등 구강 관리에 신경을 쓴다. 입안에 존재하는 미생물군이 노화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잇몸 염증 등 구강 건강 붏량은 당뇨병, 심혈관질환, 인지기능 저하 등 각종 건강 문제로 이어질 위험이 있으므로 장수하기 위해서는 구강 위생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심박변이도(HRV) 확인하기. 심박변이도(Heart Rate Variability)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장기적인 건강 상태를 예측하는 지표 중 하나로, HRV가 높을수록 심장 건강이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HRV를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이다.
▲종종 한쪽 다리로 서있기. 일상생활 중 종종 한쪽 다리로 선 상태를 유지하자. 30대부터 균형 감각이 저하되기 시작하는데 균형 감각은 근육 건강뿐 아니라 인지능력과도 연관된 건강 지표다. 국제학술지 ‘영국 스포츠 의학저널’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중년 혹은 노년기에 한 발로 10초 간 서있을 수 없는 사람은 향후 10년 이내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약 두 배 높았다.
장수 비결은 개인적으로는 건강한 신체 활동, 긍적적 태도, 사회적 관계 강화를 추구하고, 정부나 지자체는 고령자들의 건강 수명 증진을 위한 프로그램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 노화는 막을 수 없지만, 그 속도와 질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이에 오늘부터 작은 변화 하나씩 실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The Jesus Times 논설고문) <청송 박명윤 칼럼(1206) 2026.9.10. Faceboo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