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럼

동의보감을 쓴 허 준의 일대기를 보면 감명 스럽다. 천하고 낮은 상놈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어의까지 된 허 준은 젊어서“명의 유의태”밑에서 약초 캐는 일꾼으로 자란다.
나중에 어깨 너머로 배운 의술과 처방이 뛰어나 명의수준에 이르지만 그의 눈에 비친 건 아무리 실력이 있고 의술이 높아도 양반이 아니면 성공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그때 당시 의술과거 시험이 있어 유의태 아들과 같은 해에 과거시험을 보러 서울로 올라간다.
유의태 아들은 말을 타고 며칠 만에 상경하는데 허 준은 걸어서 몇날 며칠을 주막집에 자면서 올라간다. 그때마다 주위의 아픈 사람을 만나고 돈이 없어 치료도 못 받고 죽어가는 사람을 보면서 그들을 치료한다. 갈 길이 바쁜 사람이 소문을 듣고 몰려오는 환자들에게 발목이 잡혀 올라가지를 못하고 끝내 과거 날짜에 늦어 버리고 만다.
유의태 아들은 합격해서 금의환향을 하는데 허 준은 길 도중에 붙들려 소식이 감감하다. 우리는 여기서 무엇을 생각게 하는가. “의원의 본분과 자기 영달”의 문제다. 성공 출세를 위해서는 죽어가는 환자를 못 본채 버려두고 유의태 아들처럼 쏜살같이 과거장으로 달려 가야하고 생명을 살리는 것이 본분인 의원의 철학이 있다면 자기 영달의 문제보다 눈앞의 생명 살리는 일이 우선일 것이다.
우리는 항상 “무엇이 되느냐” 보다 “어떻게 사느냐” 가 더 중요하고 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어떤 지식이나 기술, 돈, 명예보다 본분을 아는 철학이 없으면 빈 껍질이고, 사기, 거짓신기루, 소인배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한국교회의 위기는 무엇인가? ‘믿음’‘사랑’은‘명사적인 개념’이 아닌‘동사적 개념’이다. 인격적 결단과 삶이어야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