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의 기도

만물을 창조하고 다스리시는 하나님!
저희를 선인장처럼 까다롭지 않은 성격으로 만들어주시고 감나무처럼 외따로 떠러져서 고독하지 않고 항상 이렇게 여럿이 가깝게 모여 따뜻하게 살수 있도록 하시니 감사합니다.
시금치나 배추처럼 상체가 잘리거나 감자나 고구마처럼 하체가 잘리지 않도록 하시며, 장미처럼 꽃이 잘리거나 딸기처럼 열매가 잘리지 않도록 저희를 이렇게 수수한 모습과 아무 데도 쓸 데 없는 형상으로 만들어주시니 감사합니다.
흙이 있는 곳이면 어느 곳이나, 바위 틈이든 지붕 위든 그 어느 곳이나 뿌리를 내려 세상의 밋밋하고 허전한 구석을 부여잡고 푸른잎을 한들거리면서 그곳을 강조해주며, 또 굳센 우리 자신을 맘껏 뽑낼 수 있게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특히 인간들이 미워하고 걷어차버리는 저희를 다른 식무들과 조금도 차별하지 않고 저희에게 항상 햇빛을 듬뿍 내려 주시며 마실 빗물을 아낌없이 뿌려주시니 너무도 감사하며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