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 장수 내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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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남긴 빚을 갚으며 새벽을 걸어 나간 엄마가 자식 키우며 할 수 있는 거라곤 노점에 앉아 생선을 파는 일이었고 왜냐고 물어도 삶은 계속되기에 하루 밥 세 끼 먹기도 힘든 형편 속에서 딸의 끼니만은 든든히 챙기고 싶었던 엄마는 아픔이 눈물을 이길 수 없는 하루를 사셔야만 했지요 "우리 딸 공부한다고 함들제? 어여 먹어라" "근데 엄마 밥그릇은 왜 이리 무겁노?" 늘 엄마 밥은 고봉밥이 되어 딸 앞에 놓여 있었지만 그 밥 안에 돌멩이가 들어있었다는 걸 알게 되면서"저는 철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로부터 10년이 더 지난 오늘 학교에서 급식 때 나온 우유를 들고 엄마가 일하는 시장 안으로 발길을 옮기던 그때 "가까이 오지 마세요" 생선 장사 손에 묻은 비린내가 묻을까 땅바닥에 던지고 간 그 돈을 줍고 있는 엄마를 멀리서 본 딸의 눈에서는 허락하지 않은 눈물이 맺혀지고 있었죠 비가 오나 천둥이 치나 늘 그 자리를 지켜야만 했던 엄마의 하루를 보며 젖어오든 눈물을 지워가던 그날 밤 "나 대학 안 갈 거다." 비 오는 날 담장 무너지듯 내뱉은 딸의 한마디에 엄마의 가슴은 찢어지고 만다 "그라면 비린내 나는 이 엄마처럼 살끼가?"

 

세상 가득한 엄마만 생각하면 마음이 먼저 아려온다는 딸은 더 이상 할 말은 눈물이라 말을 잇지 못하고 있을 때 "니는 이 엄마 닮은 걸레처럼 살면 안된데이 ." "걸레가 어때서?." "내 딸만은 비단처럼 살아야 된데이" "누구한테만 필요한 비단보다 난 모두한테 필요한 걸레처럼 살끼다" "아비 없이 너 대학 보내려고 이 고생하며 살았는데 이 애미 죽는 꼴 볼라카나?"

"그러니까 대학 안 간다꼬" "아무 걱정 말고 대학 가서 좋은 직장 드가고 어엿한 신랑 만나서 알콩달콩 살란 말이다." "좋은 직장 어엿한 신랑 안 만나고 엄마 옆에 있을 끼다" "종아리 걷어라 오늘 매 좀 맞자" "대학만 안 갈 수 있다면 백대고 천대도 맞을게" 허물어진 가슴을 지우려 휘어진 한 손에 힘을 줘 때려보지만 댓 번 오가곤 그마저도 힘든지 방바닥에 내려놓고는 백 년같이 돌아서 누운 엄마는 쓰라림 속에 베어 든 그리움처럼 시작된 딸과의 시름이 밤 11시를 달려가고 있는 동안 그 흔한 형광등 하나 켜 놓지 않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잔에 소주 따르는 소리로 침묵 속에 베어 든 슬픔을 대신하고 있을 때 "엄마 혼자 고생하는 게 너무 안쓰러워서 못 보겠는 걸 나보고 어떡하라고?"

 

"누가 니보고 그런 걱정 하랬나?" 사랑을 사랑으로 되갚으려는 마음속 독백 같은 딸의 마음이 희미한 어둠 속에서 술에 취한 엄마의 빈 가슴에 자장가가 된 것일까 이내 엄마의 숨소리가 적막을 깨우는 소리에 "엄마 자나?..." 숨소리만 들려오는 이 어둠을 기다렸다는 듯 딸은 서랍에서 파스를 꺼내 잠든 엄마의 어깨에 바르고 또 바르다 들릴 듯 말듯 신음 같은 흐느낌들로 어둠 속을 배열하고 있었죠 ". 흑흑흑. 엄마 혼자 고생하는 거 보면 가슴 여기가 아프다고."

어릴 적 비린내 나는 엄마 손이 싫어 한 번도 잡아주지 않았던 미안함에 더 큰 눈물이 나올 것 같아 어둠을 뚫고 밖으로 나가버린 딸의 흔적을 찾기라도 하려는 듯 엄마는 감고만 있던 눈을 뜨고는 "우리 딸 마음을 이 엄마가 와 모르겠노." 멍든 자기 종아리보다 때린 엄마의 어깨를 더 걱정하는 딸의 마음에 한 번 더 무너져 내린 가슴이 되고만 엄마는 남겨뒀던 눈물을 마저 흘려야만 했지요

얼마 후 찬바람에 속을 비워낸 딸의 그림자가 방안에 비치기 전에 등 돌려 다시 누운 엄마에게 다가온 딸은 "엄마. 한 번만 더 미안할 게"..... ..... ... "내일부터 엄마가 하는 가게에 나도 가서 일 할 거다." 숨소리조차 죽인 채 등 돌려 있던 엄마의 눈물은 새벽을 달려도 멈출 줄을 모르더니 겨우 아침이 되어서야 밤을 개고 일어나 있어야 할 딸을 찾아 소리치고 있었죠 (((진숙아....))) 코딱지만 한 집에 아무리 불러도 흔적조차 없는 딸을 걱정하며 냉장고를 뒤져 밥상을 꾸려놓고는 일터로 향한 엄마의 눈에 (((싱싱한 고등어가 눈을 감았다 떴다)))

"동해바다에서 방금 탈출한 고등어 한번 구경 한번 하러 오이소" 라며 시장이 떠나갈 듯 소리치고는 능숙하게 생선을 손질하고 있는 딸의 모습에 시장 안 장사하는 상인들의 얼굴에 비친 미소를 따라 다가온 엄마를 보며 "뭐 하는 짓이고 이게. 참말로 이 엄마 죽는 꼴 볼라카나" "아주매들요 ... 지가 초등학교 다닐 때 장래 희망에 뭐라고 써놓았는지 암미꺼?"

"대통령 아니가?" "선생님?" "부자?" "대통령 아니가?" "지는 우리 엄마 같은 생선 장수가 되는 게 꿈이었으예" "아고야. 정씨 집안에 인물 났다 인물 났어." 슈퍼우먼 겉은 엄마가 제일 멋있었다며 엄지척을 해 보이는 딸은 추위를 녹이려 화덕에 피워놓은 연탄불 위에 엄마의 언 손을 녹이며 행복으로 가는 열차를 탄 듯 미소 짓게 해드리고 싶은 사람은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의 엄마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우리가 사랑하고 있다면 슬픔이 설 자리는 없을 거라며....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