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규 작가의 오늘의 추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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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순서대로

 

 

 

한줄기 소나기가

푸른 나뭇잎 위에서 미끄럼을 타고

놀고 있는 거리에

 

어느새

해님이 놓아준 무지개 다리를 타고

달리던 유치원 버스에서 내려선

꼬마아이는

 

파란 하늘이 심심해할까 봐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구름 뒤에 숨은 해님과

까궁놀이를 하다

 

햇살을 등지고 뒤돌아서있는

모습을 보며 저 멀리서

뛰어온 아이의 엄마는

 

 

민규야..

미안해 엄마가 늦었지?“

 

평소 같으면 아이가 엄마의 품에

안겨왔을 텐데

 

오늘은

손가락을 펴 입가에 갖다대며

 

엄마. ,,”

 

?”

 

엄마...

조금만 있다가 가요

 

 

아이의 눈길을 따라

땅바닥을 쳐다본 엄마의 눈에

엉금엉금 기어가는 지렁이 한 마리가 보였는데요

 

우리 민규 ,

지렁이가 신기해서 쳐다보고 있는거구나?“

 

아니에요 엄마..

햇살이 너무 눈부셔집에 들어갈 때까지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는 거예요

 

아이의 존재만으로 빛이 되는

엄마는

 

하늘이 준

선물 같은 아이의 마음씀에

함께 서서 더 짙은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었답니다

 

 

 

행복은

소중하게 생각하는 순서대로

내게 오는 거라며...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