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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이 뭘까

 

 

 

어느 작은 마을

조그만 국숫집에

할머니 한분이 모락모락

김이 나는 국수 한 그릇을 시켜놓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래지 않아

몸이 불편해 보이는 할아버지

한 분이 할머니 앞에 앉습니다

 

추운데 오신다고 고생했어요

식기 전에 얼렁 드세요

 

임자도 먹어

 

"난 어제 작은아들이

사줘서 많이 먹었어요

 

황급히 드시는

할아버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연신 눈물만 훔치는 할머니

 

삼천 원을 탁자에 놓고는

두 손을 꼭 잡고선 근처 공원으로

가신다며 길을 나섭니다

 

 

 

1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 날

 

할머니가 언제나 그날처럼

국수 한 그릇을 시켜놓고는

말없이 눈물만 흘리고 계십니다

 

 

할머니,,

할아버진 안 오시나 봐요? “

 

할아버지는 저번 달에

하늘나라로 먼저 갔다오

 

저런....

마음이 많이 아프셨겠어요

 

"...................."

 

 

할머니 저번부터 궁금한 게 있었는데

여쭤봐도 실례가 안될까요

 

 

물끄러미 바라보는 할머니에게

 

두 분은 어떤 사연으로

한 달에 한 번씩 만나시는 거예요"

 

우린 60년을 같이 산 부부라우... “

 

근데 왜.....”

 

"아들 둘을 낳아 장가를 보냈는데

큰아들 내외나

작은아들 내외나

다들 부모를 모시기 싫다는 거예요

그래서 따로 살 게 된 거라우

 

 

그래서

자식들과 며느리들이 의논해서

서울 있는 큰아들에게는 영감이

부산 있는 작은아들에게 자신이

가게 되어

 

 

졸지에

이산가족이 되다 보니

이렇게 노령연금 탈 때마다

 

중간인 대전에서 만나

영감 좋아하는

국수를 먹은 거라는 말을 끝으로

무거워 보이는 가방을 들고

골목 끝으로 멀어지고 있었습니다

 

두 아들 내외가

이민을 떠나버렸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한 채....

 

 

펴냄/노자규의 골목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