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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차 타는 사람들

 

저문 하늘에 빛나는 별들 따라

집으로 돌아간 거리에 어둠은 갈수록

짙어져 가고

 

화려했던 도시의 불빛들이 하나둘

꺼져 가는 길을 밟으며

막차를 타기 위해 총총거리는

발길들이 모여든 역사 안에는

 

인생의 밤은 누구에게나 있기에

긴 하루의 마침표인 막차를 놓쳐

혼자 남겨지지 않으려는 눈빛들이 열차가 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데요

 

 

하루라는 삶에 기대어 바쁜 숨 몰아쉬다 부랴부랴 모여든 사람들의

두 어깨에 세상일에 찌든 고달픔이 함께 매달려 있는 걸 알고 있는지

열차는 숨을 헐떡이며 달려오고 있었고

 

인생을 알려면

막차를 타보라는 어느 시인의

노래 처럼 열차에 오른 사람들은

내일 새벽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할

신세를 면한 것만으로

눈을 지그시 감고 하루의 묵은때를

지워내고 있었습니다

 

 

 

인생도 막차가 되지 않으려

첫차를 타고 시작된 일상에

뼈마디 옹이진 몸뚱아리를

위로라도 하려는지

햇살을 감싸안은 품으로 달려갔다

온 하루를 떠올리며

 

아무리 오늘이 힘들어도

오늘은 내 인생의 단 한 번뿐인

날이기에

내일이 더 힘들지라도 꿈을 향해

달려가는 오늘 이 하루가 더없이 행복하다 말하는 사람들은

 

 

 

차창에

머리를 부딪혀가며

 

무릎 위에 놓인 가방에 방아를

찧어가며

 

인생의 종착역을 향해 가듯

막차를 타고 다니는 인생이지만

언젠가

지친 오늘을 떠올리며 행복해 할 내일을 그리면서 달려가고 있을 때

 

 

어느 역에서

막차를 타기 위해 얼마나 뛰었는지

거친 숨소리를 내며 열차에 오른

신문팔이 젊은이는 덜컹거리며 달려가던 열차에서 막차를 타야 하는 이유는 숨겨놓은 채 잠이 들고 말았는데요

 

(((지금 이 열차는 잠시 후면 종착역인

노포동역에 도착합니다.))))

 

 

 

막차의 종착역을

알리는 안내방송에

 

자든 잠을 깨고

기지개를 켜는 사람

 

지친 쪽잠에

하품을 해대는 사람

 

반쯤 열린 눈으로 가방에

얼굴을 묻고 포개어 있는 사람

 

 

출근길의 설렘과

퇴근길에 고단함이 묻어있는

종착역에 도착한 객차에서

지친 몸을 일으켜 세운 사람들은

 

밑뿌리 고단한 머리카락을 움켜쥔 채

꾸벅꾸벅 졸고 있는 신문팔이

젊은이를 지나쳐

가족이 숨 쉬는 집으로

하나 둘 멀어진 자리에

 

 

"젊은이 종점이라네 일어나게."

 

어깨를 흔들어 깨우는 낯선 손길에

깊어진 잠에서 깨어난 젊은이는

눈꺼풀을 밀어 올려

지친 몸을 일으켜 세우려다

누군가가 힘내라며 손에 쥐여준

박카스 한 병을 바라보면서

 

내 살기 바빠

낯선 사람에게 친절하지 않은

세상에서

 

격려와 응원의 힘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알게 된

젊은이는

 

흐르는 눈물을 지우며

구겨진 시간 저편으로 손짓하는

집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타인이 준

36.5도의 온기에 용기를 얻었다며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