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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 편지 2

앉은뱅이 햇살 한 줌이

소담한 마을 길모퉁이에 있는

작은 우체국에 내려앉더니

벌써 아침이 왔습니다

​​

집집마다

행복이 묻어있는

우편물들을 배달하기 위해

분류작업이 한창인

집배원 아저씨의 바쁜 손놀림이

피어나는 시간을 지나

햇살을 뚫고 길을 나서는

오토바이 한 대가 있었는데요

오토바이는

어느새

햇살을 뒹구는 골목을 누비며

한통 한통 마음을 담은 편지들을

나누어 주고선

비스듬히 누워 있는 어둠을 따라

우체국에 도착하고 있었는데요

내일 배달할 우편물들을

챙기기 위해서랍니다

​​

한참을

바쁘게 일하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편지를 이리저리 훑어 만 보고 있습니다

“받는 사람

(하늘나라 엄마에게)“라고 적혀진 편지를

다음날 아침

반송을 하려

투명한 물감이 뿌려진 거리를 달려

찾아간 곳은 암 전문 병원이었는데요

“602호실“

인기척 소리에

침상에서 벌떡 일어나

문쪽을 바라보고 있는

5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와

시선이 마주친

집배원 아저씨의 머릿속에

많은 생각이 오가고 있을 때

“집배원 아저씨...

하늘나라에 계신 우리 엄마가 보낸

편지를 가지고 온 거예요?"

머리카락 하나 없는 머리와

금세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은

두 눈동자로 묻고 있는 아이에게

하늘나라로 가는

우체통인 줄 알고 넣은 편지를

차마 돌려주지 못한 채

집배원 아저씨는 되돌아오고

있었습니다

"우리 예쁜 꼬마 아가씨 께서

엄마 편지를 기다리는구나?"

"에 집배원 아저씨“

"우리 꼬마 아가씨 이름이 뭐예요?

이 아저씨가 기억했다가

엄마한테 편지가 오면

제일 먼저 가져다줄게요.."

“김예슬이요”

돌 틈 속에 핀 들꽃처럼 하늘거리며

주고받았던 아이와의 이야기들이

집에 와 있는 내내 가슴속을 떠나질

않은 집배원 아저씨는

다음날

​밤새 지웠다 쓴

하늘 편지를 들고

슬픔을 떠나는 눈물처럼

이야기 하던

아이를 찾아가고 있었는데요

(“ 예슬아..엄마야

우리 예슬이가 보내준 편지

다 읽어 보았단다

..... ......

너와 함께 할 순 없어

미안하다는 말을

너무 늦게 한 것 같아 미안해

......

곁에 없어도

늘 함께할 거라는..)

행복이 있었음을 알게 해 주려는 듯

엄마의 편지를

아이 옆에서 읽어주고 있었고

행복을 따라나간 기쁨처럼

듣고 있던 아이는

나직하게 배어 있는 눈물을 훔치며

언제 준비했는지

엄마에게 보낼 편지 한 통을

다시 건네고 있었습니다

“아저씨

이 편지도 하늘나라에 계신

저희 엄마에게 꼭 전해주실 거죠?“

그렇게

엄마라고 부를 이름 하나에

행복을 가슴에 쓸어 담으며

아이와 집배원 아저씨의

주고받은 편지들은

밤하늘에 별처럼 쌓여져 가고

있었답니다

봄…. 여름 ...가을

한 계절씩

지나간 자리에

오늘은

하늘거리는 겨울 햇살을 온몸으로

맞으며

집배원 아저씨는 아이에게 전해줄

하늘 편지를 들고 찾아가고

있었는데요

한 손에는

크리스마스 선물까지 들고서 말이죠

똑, 똑…. 똑

"예슬아..?"

대답 없는

병실 문을 여는 순간

늘 누워만 있던

아이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고

 

그 자리엔

이별을 베고 누운 편지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습니다

​​

“집배원 아저씨

그동안 제 엄마가 되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라는......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