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쟁이 붓꽃의 사랑

 

난쟁이 붓꽃의 사랑.jpg 「“엄마 아빠가 너 불편하게 낳아서 미안해 “」

​「“괜찮아요 엄마 아빠가 일부러 불편하게 한 게 아니 잖아요 그런데 왜 원망을 해요 “」“꼭 말해주고 싶어요.. 늘 올려다봐야 하는 세상을 자식에게 고스란히 물려준 키 작은 엄마라서 미안하다고...."

"그래도 구김 없이 잘 자라줘서 고맙다고....”

​1m 높이에서 바라본 세상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가족이 있습니다 ​“네가 있기에 내가 있지”라며 마주 보며 웃어 보이는 가족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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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고

덜컥 임신이 되었을 때 나와 같은 아픔을 남겨주기 싫어 망설이고 또 망설이는 저에게 남편은 말했습니다. ​지금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사랑하듯 모든 걸 감사하게 생각하겠다고요 ​“엄마라는 이름이 힘들지 않게 많이 도울 게 “​라는 말과 함께...

 

싱크대의 다리를 잘라 키 높이에 맞게 해주고 마트에 가도 불편한 나를 위해 쉽게 물건을 집을 수 있게 받침대를 내내 들고 다니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 남편과 딸을 낳고 1m로 시작된 사랑이 하늘 끝까지 피어난 행복 앞에​ 감사하고 또 감사해하는 걸 본​ 남편은 세상과 맞춰 살기가 불편한 저에게​ 잠드는 순간까지 한결같은 미음으로 아내인 제가 걸어 다니느라 힘들었을 거라며 발을 주물러 주고는​ 꼭 먼저 잠든 제 모습을 본 뒤에야 잠을 청하는 남편이기에

가슴과 가슴으로 젖어오는 이 행복 하나만으로도 나의 날개라 말하는 우리 두 사람의 부부 사랑 그 지혜로운 행복은 늘 함께하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1m 높이에서 바라본 세상의 높은 벽과 편견 앞에 힘들 때도 많았답니다 ​좀처럼 자라지 않는 작은 손과 발로 어른이 되어야 했던 당혹감 속에 다시 또 이 아픔을 딸아이에게 물려준 못난 엄마라서 늘 미안함을 두 손에 내려놓은 적이 없었기에​「학교 가기 위해 발판 높은 마을버스에 오르는 일조차 힘든 딸」

「친구들이 운동장을 힘차게 달려 나갈 때 뒤처지는 소외감」

​딸의 하루하루가 늘 자신의 탓인 양 아픔으로 다가왔습니다. ​“유치원 때는 친구들과 키가 비슷하니까 몰랐는데 중학교생이 되어 친구들을 올려다보면서 이야기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불행한 인생을 선택한 탄생은 없는데 커가면서 눅눅히 쌓이는 아픔은 아물지 못한 상처가 되어 흘렀습니다

도시락을 챙겨 학교에 갔을 때 체육 시간에 뜀틀을 넘지 못하는 딸에게 친구들이 난쟁이라고 깔깔거리며 놀려대는 소리가 멀리 서 있는 제 귀에까지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허물어진 담벼락이 된 마음으로 기다렸다.

 

딸과 함께 집으로 오는 길에 ​“친구들이 놀려도 마음 아파 하지마“라는 제 말에 "백설 공주에 나오는 일곱 난쟁이 귀엽잖아요" 라며 웃어 보이는 딸 딸의 손을 꼭 잡으며 ​“너는 엄마의 가장 친한 친구야 “

작두질된 딸의 마음을 친구처럼 대해주는 키 작은 엄마가 있기에 슬프고 고독해진 날도 맑게 개인 하늘 같아 보이는 나와 딸에겐 ​언제부턴가 하루의 피곤을 들어낼 수 있는 “가족의 웃음” 그것 하나면 바랄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 당신 생일인데 뭘 선물할까?” “정말 선물해 줄 거야?

그럼 나랑 같이 가요”

​저는 집 앞 개울길 따라 펼쳐진 산책길을 가리키며 “오늘 나랑 같이 저 길을 말없이 걸어만 주면 돼요” ​키가 작은 나랑 걸으면 창피해질 남편 때문에 같이 걷자는 소리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된 남편은 유리 깨진 낡은 시계를 바라보듯 아픔이 밀려오나 봅니다

​“여보,,,, 개미 봐... 들꽃이 피었어... 벌도 날아와”

"으,,엉" “여보 얼른 이리 와 봐”

꽃씨 매단 아이가 돼버린 제 등 뒤로 내려앉은 미소에 말 없는 눈물이 되어버린 남편은 소소한 아내의 마음 하나 알아주지 못한 게 너무 미안해서인지 제 손을 꼭 쥐고선 바람에도 풀잎에도 묻어있는 하얀 웃음을 지어 보이는 남편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가슴에 담아두는 것만으로도 우리 부부에게는 늘 아침인 것 같습니다 가슴과 가슴으로 젖어오는 이 행복 하나만으로도.. ​“괜찮고 괜찮고 괜찮은 건.... “내가 사는 세상에 난 당신이 있어 참 행복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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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노자규의 골목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