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극단은 또 다른 극단을 낳습니다

또 한사람이 죽음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했다. 그것도 기독교의 목사라고 하니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가 살아온 삶을 감히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죽음으로 자신의 뜻을 전달하려고 한 그의 마지막 선택에는 너무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어떤 명분으로도 죽음을 미화하는 것은 합당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며, 생명에 대한 주권은 하나님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죽음을 통해서까지 하나님께 항변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었는가? 그것이 아니라면, 극복할 수 없는 한계상황에서 자신
[▲이종전 목사?뉴스미션] 의 인생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무엇이었던가? 최소한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절망적 상황이거나 그러한 일로 인해서 자괴감이 자신의 퇴로조차 생각할 수 없도록 한 것이라면 그것은 무엇인가?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그의 죽음에 대한 대답이 궁하기만 하다. 그것도 교회의 지도자가 죽음을 자처한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지, 그것이 정당화 될 수 있는 것인지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전시(戰時)도 아니고, 의사전달 수단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기에 더 안타깝다.

얼마나 한계를 느꼈기에 그랬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 한 가지만 가지고 생각한다면, 인간이 자신의 뜻을 세워감에 있어서 생명과 바꿀 만큼 소신을 가지고 행할 수 있는 것은 참으로 귀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적어도 자신의 뜻에 대해서 그렇게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그것을 위해서 자신을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은 일반 사람들이 흉내 낼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죽음을 선택하는 것만이 최선이었는가? 생각하는 입장에 따라서는 그렇게 느낄 수 있다는 가정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는 적어도 목사가 아닌가. 생명에 대한 주권이 하나님께 있음을 고백하는 신자가 아니던가. 그 하나님의 주권마저 부정하거나 거부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는 말인데, 이에 대한 설득이 궁한 것은 나만의 고민일까.

해방이후 65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오늘의 현상을 보면서 어떤 의미에서는 1950년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굳이 좌와 우를 말하지 않더라도 어떻게 그렇게 극단을 선택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일까? 진정한 민주주의라면 오히려 극단적인 생각의 차이까지도 공존할 수 있어야 하지 않는가. 그럼에도 자신과 다른 생각에 대해서는 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과연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진정한 이상인가.

어쩌면 서로가 부족한 존재이기에 그 부족함을 인정하면서 서로의 다름까지도 함께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름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필요하다. 그런데 어떻게 같은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일까. 오히려 진정한 민주주의의 이상은 다름에 대한 서로의 이해와 존중이 없이는 이룰 수 없는 것이다. 비록 다를지라도 존중하면서 자신의 이상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자신의 이상을 강요하거나 일방적인 잣대로 결정적인 판단을 요구한다면, 그것은 이미 민주주의가 아니다. 즉 진정한 민주주의는 다름에 대한 이해와 존중에서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위정자들 스스로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모두가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해서 일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러한 의미에서 목적이 같다면, 그 목적을 어떻게 성취할 것인가 하는 과정 내지는 방법에 대한 의견의 차이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생각은 절대적이고 다른 사람의 생각은 무조건 안 된다는 논리로 극단적인 자세를 취한다면, 그 자체가 이미 다른 것에 대해서 부정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한 의미에서 그것은 또 다른 부정일뿐이다. 자신은 긍정을 추구하는 것처럼 주장하지만, 결국 다른 것을 포용할 수 있는 준비가 없다면, 또 다른 독재가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도자들의 죽음을 바라보는 백성들의 심정은 조금도 헤아리지 않고 있는 현실은 더 안타깝다. 지도자들마저 그렇게 절망적인 선택밖에는 할 수 없다면 백성은 누구를 바라보고 가야 하는가. 백성들은 절망조차 느끼지 못하는 무뇌인(無腦人)이 되란 말인가. 자신들의 죽음은 귀하고 존경받을지 모르지만 백성들의 죽음은 기억해주는 사람조차 없을 것이기에 더 섧고 아프지 않겠는가.

극단이 영웅을 만드는 사회적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말없이 나라를 섬기고 일구어가는 민초들의 삶은 눈물마저 마음대로 흘리며 살아가는 것조차 용납될 수 없게 하는 것이기에 더 절망적이다. 극단은 또 다른 극단을 낳을 뿐이라는 사실을 재차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다시는 같은 일로 인해서 온 나라의 가치관이 혼란스럽게 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어떤 한 사람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되 서로가 공감하고 존중하며 이상을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단지 힘이 있다고 해서 마음대로 할 수 있다거나 다른 의견에 대해서 무시하거나 부정하겠다고 하면 그것은 진정한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