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산과 바다가 그립습니다. 품기도 하고 뿜어내야 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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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릴 때부터 야행성이 강해서 시험을 앞두고 밤을 새워 벼락공부를 하던 습성이 있었습니다. 시험만 앞두면 밤도깨비가 되었죠. 그런데 지금은 시험 볼 일도 없지만 잠을 못 이룰 때가 많습니다. 요즘 제가 수많은 항의전화와 문자를 받기 때문이죠. “소목사 당신은 정부와 싸워 현장예배를 지키도록 해야지 왜 중대본의 지침에 협조만 하려고 하느냐고 말입니다.

 

지금까지도 그랬거니와 저는 앞으로도 한국교회가 현장예배를 목숨처럼 지키면서도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는데도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에게 항의전화를 해 온 분들의 심정도 잘 알고 있습니다. 왜냐면 교계에 대한 중대본의 방역지침이 지나치게 도식적이고 관제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중대본이 교회 예배 인원 숫자를 획일적으로 20명으로 제한하는 것은 교계에 대한 깊은 배려가 부족했다고 할 수 있지요. 당연히 중대본은 한국교회에 최소한 공간 대비에 맞는 비율을 배려해 주어야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분들의 항의전화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당연히 제가 그런 항의도 받아야하지요.

 

그런데 또 일부에서는 이런 문자를 보내오기도 합니다. “이번 2.5단계에서 예배 상황을 확 바꾸기가 힘들다면 차라리 전적으로 중대본에 협조한다는 것을 국민 앞에 천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입니다. 자칫 국민들에게 교회가 지나친 이기집단으로 보도가 되고 비춰질까 싶은 우려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또 생각해 보면 이러한 의견도 큰 틀에서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 분에게는 또 그런 분대로 설득을 해 주었지요. 그래도 한국교회가 중대본의 방역지침에는 기본적으로 협조하더라도 표적화(선별화)된 방역의 모델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는 의견은 전달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입니다.

 

중요한 것은 교계 내부의 일치된 목소리입니다. 그래서 저는 월요일에 우리 교단 목회자 세미나에서 이런 때는 일치된 목소리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연합기관이 논평, 혹은 입장문을 내면 여기에 합리적인 의견을 표출해 주시거나 일치된 의견의 댓글도 달아주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이러한 저의 표현을 어느 교계 방송은 꼭 집어서 논란의 발언으로 보도한 것을 보았습니다. 그뿐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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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은 우리 총회본부와 우리 교회 앞에 와서 정부가 입안해 놓은 교회폐쇄법에 왜 항의를 하지 않느냐고 시위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제가 정부와 싸우지는 않고 맨날 이 정부에 협조만 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그 법은 교회폐쇄법이 아니라 여야가 합의해서 만든 감염병 시기의 집회에 관한 법안이었습니다. 그런데 9월 총회를 준비하는 기간에 여야가 합의해 통과시켜 버린 것입니다. 이 일은 저도 모르고 박요셉 목사님도 몰랐습니다.

 

그 이후로 그와 비슷한 60개 이상의 법안이 올라왔는데 제가 이사장으로 있고 서헌제 박사님이 대표로 있는 한국교회법학회를 통하여 문제되는 요소들을 정리하였습니다. 그리고 문제되는 법안 개정을 위해서도 국회와 열심히 소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도 모르고 편협한 시각을 가지고 늘 정부와 싸우라고만 하면 어떻게 됩니까?

 

이 법이야말로 코로나 상황 중에도 과격한 집회의 강행 때문에 입법이 된 것인데요. 그러나 저는 항의하고 시위하는 사람들까지도 다 품어야 합니다. 하나됨의 사명을 이루어야하니까요. 오히려 저는 그들을 향해서도 끊임없이 산소를 뿜어주는 산이 되어야 하고 흘러오는 강물을 정화시키는 바다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저는 겨울산과 겨울바다가 그리워 잠들지 못하는 밤을 경험합니다. 언젠가, 깊은 겨울산과 바다를 한 번 가보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