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
                    
‘당신들만의 왕국’한국교회에 바란다.

박영남 교수.jpg 1,“당신들만의 천국”이 되어버린 한국교회

 얼마 전에, 한국의 대표적인 지성작가 이청준이 우리 곁을 떠나갔다. 그는 최근, 칸 영화제 수상작품‘밀양’이나, 전에 쓴‘당신들의 천국’같은 기독교 사상을 주제로 한 좋은 작품들을 남겼다. 그 중에‘당신들의 천국’은 1916년 일제식민지하에 그의 고향인 장흥 녹동항 건너편 소록도에 있는 한센병 환자를 위한 자혜의원과 수용소를 배경으로 쓴 작품이다.

 소록도 백여 년 역사 가운데“천국 만들기”에, 50 여 년간이나 환자들이 강제노역에 동원된다. 초대 일본인 주정수 원장은 환자들의 뭉그러진 손으로 벽돌을 구워 예배당, 병원, 목욕탕, 취사장 오락실 등 50 여동의 붉은 벽돌 건물을 지어“천국 만들기”대사업을 강행했고. 6천여 평에 진도, 완도, 대만 일대의 기암괴석, 기화요초를 옮겨와 에덴동산 같은 대공원을 꾸몄다. 이렇게 소록도의 겉모습은 점점 에덴동산을 닮아 가는데, 손가락마디가 뭉그러지도록 가혹한 강제노역에 못 견딘 환자들은, 바다에 뛰어들어 자살하고, 수없이 섬을 탈출해 나가기도했다. 게다가 주정수 일본인 원장은 위대한 천국 만들기 업적을 기리는, 자기 동상을 건립하다가 환자들에게 살해된다.

 해방이 되고 5,16 혁명 후에 군의관 출신, 조백현 대령이 원장으로 부임하여, 모든 분야에 개혁을 단행하고, 민주적인 운영방법으로 바꾸어간다. 그러나 너와 나, 여기와 저기, 육지의 세상과 고립된 섬, 가정과 사회로부터의 단절된 장벽이 가로 막혀 있는 한, 천국은 이미 천국이 아니다. 아무리 저들을 위한 낙원건설이라 해도, 당신들만의 천국이지, 너와 나의 벽이 허물어진 우리들의 천국은 아닌 것이다. 이것 또한 원장의 자기 동상 만들기의 다른 모습에 불과한 것이다. 이 벽을 허물지 못하는 한, 천국은 없다는 한계를 절감한 조백현은 옷을 벗고 육지로, 평민이 되어 돌아간다.

 2,‘당신들만의 왕국’한국교회가‘우리 모두의 천국’이 되려면

 누가복음 15장에 천국의 비유 중에서‘잃어버린 양’과‘탕자’이야기가 나온다. 양 100마리 중 1마리를 잃어버린 목자가 잃은 양 1마리를 찾기 위해 99마리를 들판에 버려두고, 산과 계곡, 골짜기를 밤이 늦도록 찾아 헤매다 찾아가지고 돌아왔다. 한 가정에 두 아들이 있었는데, 아들 하나가 집을 나갔다가, 실패하고 알거지가 되어 돌아왔다. 이 때 양의 주인과 아버지는 었다 찾은 것, 죽었다 살아 난 것lost and found, dead and alive이 너무 기쁜 나머지, 마을 친구들을 불러 송아지를 잡아 잔치를 열었다.

 산술적인 계산법으로는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된 행동이다. 99마리를 위험한 들판에 버려두고, 1마리를 찾아 나선 것부터가 모순이다. 그러나 99의 부족과 결핍, 불완전한 상태의 천국은 천국이 아니다. 울타리 밖에 잃어버린 자가 있는 한, 장자 하나 남은 가정은 이미 천국을 상실한 것이다. 천국은 혼자 기쁘고 혼자 즐기는 나라가 아닌, 모두 함께 기쁨과 행복을 나누는 곳이다.

 우리 한국 교회가 사회로부터 냉소와 비난을 받는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는 울타리 안의 99에 집착하고 안주하며, 집안의 장자만의 천국에 도취되어있다.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릴‘당신들만의 왕국’건설을 그만두고, 교회 울타리를 부수고, 낮은 세상을 바라보자. 기복에 젖은 천국의 환상과 중독에서 이제 그만 깨어나자. 우리의 주님은 지금, 어디에 계시는가? 울타리 밖에 잃어버린 자, 강도만난 자들 속에 계신다. 비좁은 교회당 울타리 속의 ’당신들만의 왕국‘이 아닌, ’우리 모두의 천국’을 만들기 위해 베다니, 갈릴리, 가버나움, 죄인들과 세리, 창녀, 오크로스 속에서 안식일에도 일하고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