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살아남은 자remnants’의 몫은 무엇인가

박영남 교수 사설.jpg 잔인한 4월이라 했던가? 천안호 장병들의 안타까운 희생을 지켜보며, 참으로 무겁고 침통하고 우울한 한 달이었다.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었다. 루마니아 작가, 게오르규의‘25시’가 생각나는 한 달이었다. 작품속의 주인공 중에, 당시의 선지자인 목사도, 최고의 지성인 시인도 전쟁의 포화 속에 모두 순교한다. 그러나 가장 무식하고 못난 농사꾼 요한모리츠 가족만, 불타다남은 시꺼먼 그루터기처럼 상처투성이로 살아남는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자remnants 그들은 무엇인가? 왜? 무엇을 위해 살아남았는가? 남은 자remnants의 몫이 무엇인가? 인류역사에 가장 처참하고 비극적인 세계 1, 2차 대전을 겪으며 그 잿더미 속에서 살아남은 자remnants는 역사의 씨앗seeds, 종자로 비극적인 역사의 목격자, 증인witness으로, 새 역사의 농사지을 일꾼workers으로 남은 것이다. 성서에서 하나님나라는 이스라엘의 남은 자remnants(램 31: 7-9) 통해서 다시 새 역사를 만들어간다. 연어는 강 상류에 올라와 몇 천개의 알을 낳고 죽는다.

알에서 깨어난 어린 연어새끼는 강을 타고 바다로 내려가, 5-6년 동안 북태평양 오천마일을 돌아 어미가 되어 다시 돌아온다. 그런데 2백 마리 중 1마리 정도가 살아서 씨앗이 되어, 다음 세대의 족보를 이을 사명을 갖고 올라온다. 살아남은 연어 1마리는 종족의 보전을 위해, 199마리의 몫까지를 다해야한다.

그리고 남태평양 거북이는 해변모래 사장에서 태어나 태평양바다로 나아가 30년 만에 어미가 되어 자기가 태어난 곳으로 올라와 모래밭에 구덩이를 파고 100-200개씩 알을 낳고 다시 바다로 돌아간다. 이 알들은 10주-12주 만에 부화되어 바다를 향해 줄달음친다. 이 사이에 수백 마리의 괭이 갈매기가 기다리고 있다가 물어가고, 겨우 몇 마리가 살아 바다에 들어가는데 바다 속에는 상어 떼가 또 기다리고 있다.

결국 30년 동안 바다에서 살아남아 어미가 되어 알을 낳기 위해 돌아오는 거북이는 백 마리 중 하나 꼴이다. 살아남은 자remnants 그 1마리가 대를 이을 종자이며, 99마리의 몫까지를 대신 살아 주어야한다. 하나님의 때, 카이로스kairos, 이 시대, 이 역사 속에 살아남은 자remnants, 우리는 하나님나라의 종자인 동시에 ?생명의 빚진 자?다. 우리 남은 자remnants의 사명은 노아의 8가족처럼 새 역사의 종자seeds요, 역사의 증인witness이며, 새 역사의 일꾼workers 노릇을 다해야 한다. 이것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희생한 그들을 위해 부끄럽지 않는 우리의 작은 보답이요, 비극의 역사를 다시 반복하지 않는 교훈이다. 우리 곁을 떠난 46명의 영웅들의 명복을 충심으로 비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