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기교와 이념을 따르는 헌법재판관들

헌법의 가치를 외면하면 입헌주의는 부고


대표 이억주 목사(4).jpg지난 23일 헌법재판소(소장 유남석)는 지난해 4, 5월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을 무력화시키기 위하여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여 만든 소위 검수완박법에 대한 결론을 내렸다. 요지는 절차상으로는 문제가 있지만, 법률은 유효하다는 희한한 결론을 내린 것이다.

 

절차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결과를 인정해 주지 않는 것이 법의 상식이다. 이번 권한쟁의에서 쟁점이 된 것은 6가지인데, 국회법사위원장(당시 더불어민주당)의 가결선포에 대하여 권한침해가 되며, 이를 무효로 할 수 있는가, 국회의장 가결선포 행위(더불어민주당 출신 의원)에 있어, 권한침해 확인, 무효확인이 되는가, 그리고 검사의 수사권 축소에 대하여, 권한침해와 무효확인청구가 성립되는가였다.

 

6개 항목 가운데 국회법사위원장의 권한침해확인 청구 건에 대해서만 54로 인용되고, 나머지는 모두 45로 기각(棄却)되거나 각하(却下)되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헌법재판관의 정치적 이념이 괘(詿)를 같이 한 것이다.

 

현재 헌법재판소의 재판관은 9명인데, 이 중에 소장인 유남석과 문형배, 이미선은 전 문재인 대통령이 추천한 사람이고, 이석태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추천한 사람이고, 김기영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사람이다(이들은 사법부의 하나회와 같은 특정 계파가 많다)

 

어찌 보면 이미 진보성향의 재판관이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에서 제대로 된 판단을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았나. 역시 결과는 다수당인 국회 주권에 손을 들어주고, 헌법 주권은 외면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의 횡포와 입법독주로 만든 검수완박법은 합당한 법률이라기보다, 억지에 가깝고 법을 가장한 입법부의 독재인 것이다.

 

어느 권력이든지 편중되거나, 과도하게 되면 횡포와 부패와 독재를 가져온다. 그런 측면에서 헌법재판소의 재판관들은 자신들을 추천하거나 밀어준 권력의 입장을 대변하기보다는, 입헌주의를 지키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헌법 재판관들은 철저하게 헌법을 지키는 입장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

 

국회는 선출된 권력이다. 국민들의 대의(代議)를 위해서 뽑힌 권력이다. 그러나 그러한 권력이라도 얼마든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자신들의 정략적 목표를 위해 헌법을 파괴하는 행위를 할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헌법재판소의 불편부당(不偏不黨)한 판단이다.

 

그러나 이번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보면, 재판관들을 소위 분류하는 보수와 진보로 나누었을 때, 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결정을 한 것이다.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다.

 

헌법의 가치는 정치판의 이전투구(泥田鬪狗)와 이합집산(離合集散)을 통한 야합과 꼼수와는 비교할 수 없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정치인들의 기교 못지 않게, 정치적 이념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3류 정치를 따라가다 보면, 입헌주의(立憲主義)는 질식할 것이다.

 

절차는 잘못되었는데, 결과는 정당하다는 해괴한 논리를 만들어내는 헌법재판소라면, 차라리 간판을 내려라. 헌법의 명징성(明澄性)을 위해 만든 국가기관이 오히려 위헌(違憲)을 조장해 간다면, 이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