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교계 인사 32명, 불교계에 드리는 글 

 (종교간 화평을 바라는 목회자들)

지난 8월 27일에 개최된 범불교도 집회가 평화롭게 성공적으로 진행된 것에 경의를 표합니다. 이번 대회는 기독교인을 포함한 우리 국민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기회가 되었고, 특별히 이 집회의 배경에 기독교 일각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기 때문에 기독교가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에서 일체의 종교편향이 근절되기를 바랍니다.

특별히 이번 기회가 각 종교지도자들이 종교간 화평을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종교간 갈등이 거의 없었던 이유도 그만큼 종교지도자들이 종교간 화평을 위해 각별히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종교간 화평을 위해 제일 먼저 할 일은 잘못된 오해를 푸는 일입니다. 종교편향의 근거로 불교계가 열거한 사례들 중에는 사실이 아니거나 오해로 인한 부분이 적지 않은데 이러한 점들은 반드시 사실 확인이 되어야 합니다. 특별히 종교편향으로 지목된 공직자의 발언들은 대부분 신앙공동체 내에서 이루어진 발언들입니다.

모든 기독교인들은 - 크리스챤 공직자까지 포함하여 - 모든 것을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로 고백하고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기독인의 사명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신앙공동체 안에서는 이러한 고백이 항상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예배나 기도회에서 이루어진 공직자의 신앙적 증언이 종교편향의 사례가 되고 있습니다. 신앙공동체 내에서의 신앙적 발언까지 종교편향으로 간주한다면 공직자의 신앙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는 점은 불교계가 이해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공직자는 자신의 신앙적 증언이 잘못 오해되지 않도록 精鍊된 표현을 쓰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외의 모든 공직자의 종교편향 행위나 발언은 엄격하게 규제되어야 합니다. 종교편향 금지를 위한 법적 장치를 만들자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되지만 이 경우 부작용은 없는지 검토해야 합니다. 그래서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위헌적 소지가 있는지, 사이비 종교에 대한 규제가 불가능해지는지, 이러한 법제정이 종교 활동과 종교에 대한 정부지원을 위축시키지는 않는지를 하나하나 따져야 합니다.

이번 사태는 정부와 불교 사이의 문제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불교와 기독교 사이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기독교 내부의 사정을 보면 이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시간을 두고 꾸준히 풀어가야 할 문제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불교계가 이번 문제를 대화와 관용과 인내로 풀어가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대립과 투쟁은 誇張과 지나침을 가져오고 상대방을 자극하여 종교간 갈등을 격화시킬 수 있습니다. 기독교 내에도 많은 의견이 존재합니다만 우리는 우리의 주장을 내세우는 것보다 인내와 절제의 마음을 가지고 종교간 화평을 도모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리고 불교 역시 오랜 동안 이러한 자세를 취해 왔다고 믿습니다.

이에 우리는 불교와 기독교가 만나 지속적으로 서로의 생각을 흉금 없이 나눔으로써 종교간 화평의 길을 도모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08년 9월 12일

 

 


종교간 화평을 염원하는 기독교 목회자들

(가나다순)

강신원 목사(노량진교회), 강신찬 목사(부평제일교회), 김동권 목사(진주교회), 김상복 목사(할렐루야교회), 김요한 목사(국제신대원장), 김재송(시흥중앙교회), 류영모 목사(한소망교회), 서경석 목사(서울조선족교회), 신신묵 목사(한강중앙교회), 유재필 목사(순복음노원교회), 이강호 목사(봉천교회), 이광선 목사(신일교회), 이규왕 목사(수원제일교회), 이남웅 목사(혜린교회), 이동원 목사(지구촌교회), 이성희 목사(연동교회), 이수영 목사(새문안교회), 이승영 목사(새벽교회), 이용남 목사(장석교회), 이윤재 목사(한신교회), 이재창 목사(수원순복음교회), 이정익 목사(신촌성결교회), 이필제 목사 (갈보리교회), 인명진 목사(갈릴리교회), 정영환 목사(청운교회), 정필도 목사(수영로교회), 조재호 목사(고척교회), 최성규 목사(순복음인천교회), 최홍준 목사(호산나교회), 하용조 목사(온누리교회), 한기채 목사(중앙성결교회), 홍정길 목사(남서울은혜교회) 총32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