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은 춤으로 말한다
 
 꿀벌이 추는 춤에는 꿀이 있는 꽃까지의 거리와 방향에 관한 정보가 담겨 있다. 꿀벌의 사회에는 매일 아침 일찌감치 꿀을 찾아나서는 이른바 정찰벌들이 있다. 좋은 꿀을 발견한 정찰벌들은 집에 돌아와 동료들에게 각자 자기가 채집해온 꿀을 맛보게 해주곤 곧바로 춤을 추기 시작한다.

몸을 부르르 떨며 직선으로 짧은 거리를 움직인 다음 원을 그리며 제자리로 돌아와 다시 몸을 떨며 직선춤을 추고 이번엔 반대 방향으로 원을 그리며 제자리에 돌아온다. 이런 식으로 마치 숫자 8을 옆으로 뉘어놓은 듯한 모양의 춤을 몇 번이고 반복하여 춘다.

이 때 직선춤의 방향과 수직 방향과의 각도는 태양과 꿀이 있는 곳 사이의 각도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정찰벌이 수직 방향에서 오른쪽으로 30도 각도를 유지하며 직선춤을 춘다면 다른 일벌들은 벌집 밖으로 나가 태양의 방향과 30도를 유지하며 오른쪽으로 날아가면 꿀을 찾을 수 있다.

방향만 가르쳐주고 거리를 가르쳐주지 않으면 그리 유용한 정보가 아닐 것이다. 정찰벌들은 춤을 추는 속도로 거리를 나타낸다. 천천히 추는 춤은 그만큼 한참 날아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같은 벌들의 춤언어는 얼마나 정확하고 객관적인지 인간인 우리도 그들의 춤을 읽고 정탐벌이 꿀을 발견한 장소를 찾아갈 수 있다.

성숙한 군락의 경우에는 아침마다 줄잡아 20여 마리의 정찰벌들이 꿀을 찾아 나선다. 그들이 하나 둘씩 돌아와 제가끔 춤을 추기 시작하면 벌집은 우리네 선거유세장을 방불케 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는 각 후보가 서로 다른 곳에서 집회를 갖거나 공동으로 하더라도 한 사람씩 차례로 정견 발표를 하는데 비해 벌들은 모두 한꺼번에 자기가 발견한 꿀이 가장 훌륭하다고 유세를 하는 것이다. 큰 광장에서 여기 저기 후보들이 확성기로 떠들어대고 유권자들은 이 얘기 저 얘기 들어보며 옮겨 다니는 셈이다.

어찌 보면 매우 어수선하고 시끄러운 과정이지만 벌들은 점차 가장 훌륭한 꿀을 발견한 정찰벌 주변에 모이게 되고 어느 순간부터는 전 군락의 일벌들이 그 정찰벌이 발견한 꿀의 출처로 함께 일을 나간다. 여왕벌이 군림하는 사회이지만 이 모든 과정에 여왕의 입김은 전혀 미치지 않고 오로지 민중의 뜻만이 있을 따름이다.

이제 곧 우리는 우리를 대표할 국회의원들을 뽑게 된다. 지연이나 학연 또는 소속 정당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말고 진정 누가 우리를 꿀이 흐르는 곳으로 훌륭하게 인도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여 뽑았으면 한다. 정찰벌들은 거짓 공약을 남발할 수 없다. 그랬다가는 금방 들통이 나기 때문이다.

어느 정치인이 자신의 공약을 충실히 이행할 것인가는 그가 당선된 후에야 확인될 수 있는 까닭에 요즘 시민단체들이 작성한 후보들의 과거 행보에 관한 성적표는 좋은 지침이 될 것이다. 다만 시민단체들 모두 그들이 진정 시민을 위한 모임임을 명심하여 결코 군림하지 않고 늘 봉사하는 자세를 잃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