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전 칼럼]    취 중 진 담

19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이제 막 시작되었다. 하지만 국회에 거는 기대가 그렇게 크지 않다. 그럼에도 국회가 해결해야 하는 것들이기에 기대를 가지지 않을 수도 없다는 것 때문에 답답하다.

필요에 따라서, 상황에 따라서 중요한 법안들이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사문화되는 현실을 수없이 보고 있는 터라 새로울 것도 없다. 그렇게 실망스러운 국회의 개원을 알리는 뉴스를 접하니 한숨이 절로 난다.

한데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한 정당의 신참 의원의 막말 때문에 나라가 뒤숭숭하다. 그 막말이 간단하지 않은 것이기에 국민이 모두 힘들고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하루 만에 자신의 말에 대해서 해명하는 회견을 하기는 했지만 그 말은 다시 진정성의 문제로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으니 국민들은 힘들고 아프다.

과연 어떻게 치유가 될 수 있을지 걱정이 크다. 막말이 있었던 정황에 대해서는 현장에 없었던 사람이기에 단정하여 전제할 수는 없지만 트위터에 올려진 글을 보아 입장 차이가 크지는 없을 것 같다.

너 아무것도 모르면서 까불지마라” “어디 근본도 없는 탈북자 ??들이 굴러 와서 대한민국 국회의원한테 개겨?” “이 개?? 개념없는 탈북자 ??들이 어디 대한민국 국회의원한테 개기는 거야? 대한민국에 왔으면 입닥치고 조용히 살아. 이 변절자 ??들아, 너 몸조심해!” 이것은 전해지는 임 의원의 말이다.

이 말들이 사실이라면 백번 당시의 정황을 감안하더라도 결코 쉽게 듣고 넘길 수 있는 말이 아니다. 또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녀 자신이 말한 대로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라면 이런 말을 국민을 향해서 결코 해서는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탈북자(임 의원의 표현)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약자일 수 있다. 그들이 남한에 와서 자리를 잡아 같은 국민으로서 동등하게 살아가기 까지는 얼마나 많은 차이를 극복해야 하지만 주어진 현실은 이미 공평할 수 없다. 따라서 그들에게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탈북자들이 가장 약자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한데 가장 강자가 된 국회의원이 가장 약자인 탈북자를 향해서 한 말이 과연 가당한 것인가를 국민 모두는 되묻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그녀 자신이 지금까지 보여준 행적은 북한을 포함해서 약자를 위한 것이었다고 강변해왔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그녀는 국회의원이 되는 순간 그 모든 것을 던져버린 것인가?

그녀의 말대로 대한민국 국회의원한테 개긴다는 표현이 과연 가능한 것인가? 그리고 막말 대상이었던 백요셉씨가 개긴 것인가? 황당한 폭언을 들은 요셉씨는 오히려 반문한다.

탈북자들이 대한민국에 와서 김일성, 김정일을 반역했는 민족 반역자라는 말을 들어야 하고 노동당에 대한 죄의식에 젖어 살아야 하나? 북한의 참혹한 현실을 보고 허황한 독재주의 사상인 김일성주의(주체사상)를 버린 하태경 의원을 변절자라고 하는 것은 과연 누구의 말, 어느 쪽의 논리인가?”라고.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 반역인가? 누구에 대한 반역인가? 아무리 취중에 한 말이라고 해도 자신이 밝힌 것처럼 분명히 자신이 한 말을 기억하고 있다면 더욱이 이에 대한 대답을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심각한 문제가 우리 안에 생기기 때문이다. 막말 당사자인 임수경 의원은 이에 대해서 탈북자들에 대한 말이 아니었다고 하면서 자신과 함께했던 하태경 의원을 향한 말이라고 했다. 그러나 요셉씨가 전하는 문장에서는 분명히 탈북자들을 향한 말이기도 했다.

그런데 더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그 말을 취중에 했다는 것이다. 비록 취중에 한 말이지만 발언자 자신이 그 말에 대해서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니 자신의 한 말에 대해서 부정하는 상태는 아니다. 그녀 자신이 말 한 것처럼 한 나라의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이 최소한 하지 않아야 하는 말, 결코 해서는 안 될 말을 했을 때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국민 모두가 얼마나 힘들고 혼란스러운지 헤아릴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녀의 막말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문제가 되었을 때 웹사이트에 돌아다니는 글 중에는 술부터 끊으라는 말이 많이 보였다. 이는 국민의 대표가 가져야 할 몸가짐이 분명 아니다. 취중에 한 말이기 때문에 자신이 한 말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해서도 안 될 것이다. 부정을 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의미를 크게 두지 않을 수 있다고 해서도 안 된다. 그녀의 말이 그렇게 간단하게 지나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취중진담이라는 말이 이에 해당하는 것이리라. 본심에 가지고 있는 것이지만 상황적으로 할 수 없었던 것을 취중을 빌미로 하는 경우다. 그녀가 평소에 마음에 담아두었던 것을 그녀의 표현대로 순간적으로 격하게 표출한 것이 아닌지. 그녀의 막말에 대한 국민들의 심경은 매우 아프다.

그녀가 정녕 국민의 대표로서 국민의 입과 눈과 정신의 역할을 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국회에 입성했다면 먼저 국민이 아파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헤아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한 막말이 가져다주는 파장과 의미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이제 막 개원한 첫 마당에서 보여준 그녀의 막말은 19대 국회에 대해서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는 것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또한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실정에서 국가의 정체성은 물론이고 국민의 가치기준에 심각한 혼란을 일으키게 하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임 의원은 자신의 막말에 대한 책임을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져야 할 것이다.

이종전 칼럼(인천 만수남부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