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등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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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 시절 미싱사였던 그녀는 뛰어난 미모에 양재 솜씨도 좋았는데
지금의 남편을 만나 의상 디자이너의 꿈을 접었다.

대신 집에서 할 수 있는 구술 끼우기, 손바누질 등의 일을 했다.
그런데 딸이 사고로 뇌성마비 진단을 받았다.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인데도 그녀는 딸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딸을 업고 가난한 살림을 꾸려갔다.
남편은 돈 버는 것 외엔 관심이 없었다.
밖으로 나도는 남편의 뒷모습만 보는 외로움이 컸을 텐데
그녀는 한번도 내색한 적이 없다.
 
혼자 힘으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딸을 위해 밥을 떠 먹이고,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무거워지는 몸을 안아 욕조로 옮겨 목욕을 시켰다.
굳은 딸의 몸을 팔이 떨어져라 주물렀다.
자신의 신발이 너덜너덜 떨어진 것도 모른 채 딸을 업고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집 안 가득 책을 채우고, 누워있는 딸에게 늘 책을 읽어 주었다.
세상 구경을 많이 할 수 없는 딸에게 책을 통해 세상을 배우게 한 것이다.
딸 아이가 운동을 하기 싫어 짜증을 부릴 때도 꾸짖기 보다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녀는 딸의 지능이 다른 아이 보다 떨어진다는 것을 몰랐다.
아니, 남과 다르다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으리라.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 딸을 보냈고,
추운 겨울에도 교문 앞에서 기다리고 섰다가
하교하는 딸의 손을 호호 불어 따듯한 입김으로 녹여 주었다.
따돌림을 당하는 딸을 위해 학교에 온 그녀는
교무실의 모든 선생님께 일일이 머리를 숙여야 했다.
 
그녀의 정성이 하늘에 통했을까.
딸의 몸은 조금씩 회복되어갔다.
20여 년이 흘러 딸은 친구들과 어울려 거리를 다니고
혼자서 밥을 차려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녀가 수없이 반복시킨 훈련의 결과다.
이제 그녀는 산악회에 가입해 좋아하는 산에도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산 정상에 오르는 순간에도 그녀는 딸을 위해 기도하리라.
 
김미란 님이 쓴 어머니 이동란님 (54세) 의 자서전 입니다.
 
 
<서신 가족이신 김인숙 님께서 보내주셨습니다.
출처 『샘터』 자식이 쓰는 부모님 자서전, 2010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