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
       知識人은 많으나, 知性人이 없는 사회

박영남 교수 사설.jpg 과학은 진실하나 과학을 하는 과학자가 반듯이 진실한 것은 아니다. 과학에는 기만이나 허위가 없지만, 과학을 하는 과학자는 기만에 빠지기 쉽다.‘과학의 진리성’과‘과학자의 진실성’은 다르기 때문이다. 신앙이 추구하는 삶, 종교는 진리이며 진실하지만 종교인이나 종교지도자가 진실하기가 어렵다. 2천 년 전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은 자들은 제사장, 서기관 율법사 같은 당시에 존경 받는 종교의 최고지도자들, 기득권자들이었다. 몇 년 전「줄기세포, H 교수사건」은 진위 여부를 떠나 이러한 논리를 입증하는 두려운 사건이다.「매스컴과 정치」가 영웅 만들기에 앞장서고, 국민은「영웅 신드롬」에 집단최면 되어 들떠 있다가, 뒤통수 맞고 어리둥절 깨어나 허탈에 빠진 느낌이었다. 머리로 진리를 알고, 입으로 진리를 '말하고 떠드는 지식인은 많으나, 아는 것을 삶으로 옮겨 진실하게 사는 지성인은 드물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과학의 진실」「종교의 진실」「권력의 정치성과 돈」의 함정에 빠지면 부패하고 타락하여「기만과 허위」의 밧줄에 목이 매달리기 마련이다.

동의보감을 쓴 허 준의 일대기를 보면 감명스럽다. 천민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어의까지 된 허 준은 젊어서“명의 유의태 의원”밑에서 약초 캐는 일꾼으로 자란다. 나중에 어깨 너머로 배운 의술과 처방이 뛰어나 명의수준에 이르지만 그의 눈에 비친 건 아무리 실력이 있고 의술이 높아도 양반이 아니면 성공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그때 당시 의술과거 시험이 있어 유의태 아들과 같은 해에 과거시험을 보러 서울로 올라간다. 유의태 아들은 말을 타고 며칠 만에 상경하는데 허 준은 걸어서 몇날 며칠을 주막집에 자면서 올라간다. 그때마다 주위의 아픈 사람을 만나고, 돈이 없어 치료도 못 받고 죽어가는 사람을 보면서, 그들을 치료한다.

갈 길이 바쁜 사람이 소문을 듣고 몰려오는, 환자들에게 발목이 잡혀, 끝내 과거 날짜에 늦어 버리고 만다. 유의태 아들은 합격해서 금의환향을 하는데, 허 준은 상경 길 도중에 붙들려 소식이 감감하다. 우리는 여기서 무엇을 생각게 하는가. ?의원의 본분과 자기 영달?의 문제다. 성공 출세를 위해서는 죽어가는 환자를 못 본채 버려두고, 유의태 아들처럼 쏜살같이 과거장으로 달려 가야하고, 생명을 살리는 것이 본분인 의원의 철학이 있다면, 자기 영달의 문제보다, 눈앞의 생명 살리는 일이 우선일 것이다. 우리는 항상 ?무엇이 되느냐? 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고, 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어떤 지식이나 기술, 돈, 명예보다 본분을 아는 철학이 없으면 빈 껍질이고, 사기, 거짓신기루, 소인배에 지나지 않는다. 4천 년 전, 소돔, 고모라는 인구 10여만의 고대 도시국가였다고 한다. 이렇게 찬란한 문명을 이룬 도시국가가 하루아침에 멸망한 것은 도덕적인 타락이었다. 짐승처럼 타락해버린 그 성을 지키고 깨우며 살려낼 만 한, 의인 10명이 없었다. 10만 명중에 10명이면 만분의 일이다. 만 명 중에 단 한명의 의인이 없어 그 성은 지진과 화산폭발로 불타서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예수님을 찾아와 영생의 비결을 묻는 율법사에게 선한 사마리아 사람 이야기를 하며, 빼앗은 강도와 방관자인 제사장이나, 레위인, 그를 일으켜 싸매주고 말에 태워 동행하는 사마리아인 중에, 누가 강도만난자의 이웃인가를 묻는다. 그리고, 너도 가서, 그와 같이 살라 go and do likewise고 말씀하신다. 아는 것은 많으나 그대로 살지 않는 지식인은 많다. 그러나 아는 대로 사는 지행합일知行合一의 지성인은 드물다. 이런 사람을 조선시대는 선비요, 중국에서는 군자요, 성서에서는 의인이라 부른다. 저 넓은 태평양 바다가 수십 억 년 동안 썩지 않고 살아있는 것은, 97,3%의 맹물 때문이 아니라, 2,7%의 소금 때문이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라. 소금이 맛을 잃으면 쓰레기처럼 버려진다.

저 넓은 바다가 수십 억 년이 흘러도 썩지 않고 살아있는 것은 3%의 소금 때문이다. 97%의 맹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적은 3%의 소금이 많은 97%의 맹물을 지키고 살려낸다는 말이다. 그리고 사람이 건강하게 일생을 살아갈 수 있는 비결의 하나는 인체의 혈액 속에는 3%의 소금이 있기 때문이다. 3%의 소금은 인간의 생명 유지의 필수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