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권사 임직헌금 관행 바꿔야” 


 



 자발적 소액·물품기증 벗어나 갈수록 큰 부담
 최근 서울 강북 한 교회의 권사가 된 K씨는 당회에서 500만원의 헌금을 하라고 해 고민 중이다. 그는 "교회가 건물 신축을 준비 중이어서 이해되는 측면도 있지만, '이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앞선다"고 털어놨다. 장로·권사 직분을 받은 사람들이 은혜받은 대로, 형편에 맞춰 자율적으로 헌금하면 될텐데 액수와 기한까지 명시해 압박하는 건 교회답지 않다고 했다. 게다가 K씨에게는 교회에 나온 지 얼마 안된, 믿음이 약한 남편이 있다. "헌금을 안 하자니 다른 임직자와 목사님을 볼 낯이 없고, 500만원은 저희 형편에 너무 거액이고 …." 인천 A교회에 출석하는 J집사는 안수집사 임직식을 앞둔 며칠 전 교회로부터 예상치 못한 요청을 받았다. 일정액의 헌금을 내라는 것이었다. 명목은 새로 임직을 받는 장로·권사·안수집사가 돈을 갹출해 전자오르간을 새로 구입한다는 것. "우리 교회는 아닐 줄 알았는데…." 실망한 그는 기독교 시민단체를 찾아 상담한 뒤 '직분과 돈은 관계가 없을 뿐아니라 성경적이지도 않다고 생각한다'는 요지의 글을 당회에 제출했다. J집사는 큰 분란을 각오했지만 다행히 당회는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앞으로 모든 임직식에서 돈을 받는 관행을 없애겠다는 결정을 내렸다.장로나 권사, 안수집사 등의 직분을 받을 때 교회에 일정액을 헌금하는 관행을 바꿔나가야 한다는 인식이 힘을 얻고 있다. 인천 A교회처럼 당회 차원에서 임직시 돈 받는 관행을 폐지하는 교회도 늘고 있고,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등 기독 시민단체들은 교회신뢰회복을 위해 이 문제를 공식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실 한국 교회의 '임직 헌금' 관행은 임직자가 자발적으로 교회에 필요한 물건을 기증하거나 소량의 금액을 내던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 자발적이 아니라 반 강제적이고, 금액도 수백만원, 심지어 수천만원대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로 인해 교회가 '직분 장사'하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낳고, 임직을 받는 이들의 신앙과 교회에 대한 열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지적이 나온다.양세진 기윤실 사무총장은 "자발적으로 감사하게 헌금한 사람은 예외지만 강요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라면 덕스럽지 못할 뿐만 아니라 개선되어야 한다"며 "교회신뢰회복이라는 큰 틀에서 이 문제도 함께 다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경상대 백종국 교수(정치행정학부)는 "당초 의도가 아무리 좋더라도 현실에서 이처럼 폐해가 발생하는 데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묵인해서는 안된다"며 "당회 등에서 임직자들에게 재정적 부담을 주는 헌물은 금지하는 방안을 각 교회가 채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럴 경우 성전 건축 등 교회에서 하는 사업이 차질이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바르고 공정한 과정을 고민하다 보면 길이 열린다"고 덧붙였다.한편 한국 교회의 또 다른 논란거리인 목사 취임·위임식 때 축하금을 전달하는 관행도 깨어있는 목회자들에 의해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대전 한밭교회 담임 곽창대 목사는 최근 기독교보에 낸 목사 위임식 개최 관련 광고를 통해 "위임식날 축하금은 받지 않습니다"고 선언해 신선한 감동을 주고 있다.

   “처음엔 ‘감사표시’ 아름다운 관행 최근 지나친 경쟁심…”

   교계의 눈총을 받고 있는 '임직시 헌금 관행'은 당초 소박한 취지에서 시작됐다. 코람데오닷컴의 천헌옥 목사는 "교회와 성도를 섬기고 봉사하는 직분을 받는 것을 계기로 임직자들이 교회에 부족한 집기나 물건을 자발적으로 기증하던 게 시작이었다"고 말했다.경상대 백종국 교수도 "1950∼1960년대 교회에 거울 등 필요한 집기를 장로 장립시 기념품 형식으로 기증했던 게 시초였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부 교회에서는 임직자들이 성의를 보이는 뜻에서 10만∼20만원 가량의 헌금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물론 모두 자발적인 의사에 따른 기증·기부였다. 교계 관계자들은 이 때까지만 해도 '아름다운' 관행이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장로나 권사들간 경쟁심, 교회의 은근한 바람이 작용하면서 이런 관행은 성의의 수준을 훌쩍 넘어섰다.청주의 한 교회 장로는 "지난번 장로 임직자들은 이만큼 했으니 이번 임직자는 최소한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등의 압박이 가해지고, 목사도 교회 건축비나 파이프 오르간 등 고가 집기 구입비의 큰 부분을 장로·권사 등 임직자에게 미뤄버리는 편법을 선호한다"고 말했다.그는 "이미 수백만원을 넘어서고 자발성이 사라진 임직 헌금은 신앙적으로도 시험을 줄 뿐 아니라 임직자의 가정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교계가 문제점을 인정하고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람데오 자료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