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여인의 이혼과 고민

 조영길 교수.jpg
 K 사회복지관 상담실에 상담자문위원으로 있을 때의 일이었다. 일주일에 한번씩 상담요원으로 자원봉사 하던 중 어느 날 30대 중반의 여인이 상담을 요청해 왔다. 흔하게 있는 이혼문제려니 했는데 만나 보니 이미 이혼은 기정사실이고, 이혼 절차와 딱한 형편 때문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문의 하러 온 것이다. 나는 당황했다. 평소 이런 사정에 밝지 못했고, 이와 같은 상담을 접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전화로 문의해서 알려 주고 상담을 종료했다.

상담은 봉사이기도 하다.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키기도 하고, 넉넉하게 하기도 하며, 용기를 주기도 하고, 때로는 지혜의 눈을 뜨게도 하는 봉사활동이다. 그러므로 봉사로서의 상담이 필요한 모든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 상담은 봉사체제라 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고 본다.

21세기의 상담은 내담자의 요구와 필요를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방향으로 발전돼야 한다. 즉 가정은 물론 학교, 직장, 사회 단체로 상담자가 찾아가서 봉사할 수 있는 제도와 법적 체제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전국에 있는 공공단체나 공공시설에 상담실을 열어, 주변의 사람들이 요구하는 문제에 능률적으로, 효과적으로 해결해 주었으면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에는 5만여 개신교회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설에 상담실을 개설하여 상담활동을 전개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 여긴다. 교회목사님은 누구나 부담없이 만날 수 있는 성직자이며, 영적생활은 물론 육적생활의 지도자이기 때문에 인생의 조력자로서 훌륭한 상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다면 상담은 하나의 봉사로서 생활 속에 뿌리를 내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요한복음03: 1-20참조)에 예수님이 수건과 대야를 가져다가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신 이야기 가 있다. 하나님의 속성이 자기를 주는 것이기에 마땅히 우리도 서로에게 자기를 주는 삶을 살아야 된다는 교훈의 말씀이다. 이 이야기에서 흥미있는 사실은 베드로가 예수님의 그런 봉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부하는 것이다. 예수님의 행동은 제자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의 특정을 가르쳐 준 것이며, 그들도 예수님을 통해 그들에게 나타난 하나님의 태도를 반영하는 의미에서 자기를 주는 사랑의 태도로 나타나야 된다는 것을 보여 준 것이다.

“주시는 하나님”, 즉 “주는 것으로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시는 하나님” 이 예수님의 가르침의 핵심이다. 이것은 예수님에게 있어서 확고한 것 이었다. 하나님은 구약성경에서부터 주시는 일을 시작하셨다. 하나님은 아담에게 돕는 배필과 창조물을 다스리는 권세를 주셨으며, 타락 후에는 가죽 옷을 지어주셨다. 그리고 아브라함에게는 아들과 기업을 주셨고, 이삭에게는 부인을, 이스라엘에게는 언약을, 그의 백성에게는 땅을 주셨다. 이스라엘에게 하나님의 사랑과 선함을 누릴 자격이 있었던 것은 아니였다. 하나님은 단지 그들을 자기 백성으로 그리고 하나님의 사역의 대리자로 삼기 위해 이스라엘을 선택하셨다. 이와 같이 하나님은 “주시는 하나님” 이다.

따라서 하나님의 백성들 역시 주는 자가 되어야 한다.

주는 것은 예수님의 가르침에도 나타난다. 예수님은 “전파하기” 위해 오셨는데 전파라는 그 형식 자체가 일종의 주는 일이다. 예수님이 전파하신 내용은 “회개하고 믿으라” 는 것인데, 이 말씀은 자아에게서 돌아서서 자신의 전 존재를 하나님께 드리는 것임을 의미한다. 예수님은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기위해 오셨음을 분명히 밝히셨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하나님의 주심의 특정은 전적이며, 포괄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의 주심에는 취소라는 것이없다. 예수님은 자기제자들 역시 주는 자가 되기를 원하셨기 때문에 제자들의 발을 씻는 일을 직접하셨던 것이다. 상담은 내담자를 기쁘게 하는 것이라 한다. 상담의 기법에 사람을 끼워 맞추는 식의 상담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내담자들의 문제와 욕구와 바램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봉사하게 될 때 기쁨을 주게 되는 것이다.

본지 논설위원/백석문화대학 조영길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