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최장희
        제목: 인터넷 게시판을 보면서-비판과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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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게시판을 들여다 보면 참으로 답답함을 느낀다. 게시판이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그렇다면 내용적으로 볼 때, 다수의 보는 사람들의 눈을 논리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전개되어야 한다. 글의 수준이기도 하고 비판이기도 한다.

매번 들여다 보는 인터넷 게시판에는 비판하는 내용 보다는 비난하는 내용들이 많다. 특히 기독교계를 비난하는 글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건강한 비판은 영양가 있는 글심이지만, 그렇지 못한 감정을 개입시켜서는 안된다. 감정이 개입되면 비판은 흐려지고 논리적인 합의가 실종된다. 한마디로 감정적인 일반적 욕설에 불과할 뿐이다. 그렇기에 글을 쓸때는 사실에 근거하여 논리적으로 비판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아직도 성숙하지 못한 글이 많은 편이다.

카돌맄의 어느 글에서 발췌한 것이다. 식사 초대를 받아 음식을 먹었다. 반응은 두 가지로 크게 나뉠 수 있다. 우선 "맛이 있다."고 표현하는 일이다. 대접해준 수고에 대한 가장 큰 보람을 주는 말이다. 문제가 되는 표현은 "맛이 없다."는 표현인데, 이것은 직접적으로 드러내지는 않는 것이 좋다. 그 때에는 맛이 '없는 것'이 아니라, "내 입에 맞지 않는다." 고 표현하는 것이 더 좋을 듯 하다. 그게 예의이기도 하고 내 입맛을 훨씬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 모두가 제 각각의 입맛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 대고, 맛이 '있다', '없다'. 마치 두 개만이 정답이듯 잘라버릴 수가 없다. 내 입에 맞으니까 맛이 '맞는' 것이고, 내 입에 맞지 않으니까 맛이 '안 맞는' 것에 불과한 일인데, 사람들은 저마다의 입맛이 어떤 진리인냥, 맛의 있고 없음을 따진다. 그리고는 맞다 안 맞다. 는 것은 취향의 문제일 뿐 아무런 윤리적인 테마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자기에게 맞지 않으면 나쁜 것이 되거나 옳지 못한 것으로 확장을 시켜버린다.

이는 우리가 대단히 자주 범하는 오류이다. 나와 '다르'면 '틀린' 것, 심지어는 '나쁜' 것이라 단정한다. 나와 다른 생각, 나와 다른 조건, 나와 다른 상태, 나와 다른 태도는 쉽게 '나쁜 것'이 되고, 이것은 곧잘 비난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비난은 머지않아 증오로 표현되며, 표현된 증오가 쌓이다보면 결국 '다르기 때문에 나쁜' 상태로 고착화된다.

이처럼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비난이나 증오가 아니다. 사랑만이 사람을 바꾸고 변화시킨다. 사람에 대한 애정을 지닌 자는 쉽게 비난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비판이 무엇인지 안다. 쉽사리 감정을 개입시키지도 않으며 비판을 통한 합의를 합리적으로 도출할 줄도 안다. 하지만 사람에 대한 애정이 없는 자는 보통 비난에서 시작해서 증오로 끝이 난다.

누구든 상대를 일방적으로 비난할 권리는 없다. 이왕이면 좋은 글이 게시판에 올려졌으면 한다. 글의 무게, 글의 영향력으로 인하여 사회적 약자가 위로 받고 힘이 되어지는 글이었으면 한다. 아무리 추구하는 생각이 깊다 해도 겉으로 드러낸 글이 비난이 되면 그 글과 생각은 아무 쓰잘데기가 없는 것으로 전락한다. 그러기에 글이란 것은 그만큼 지성과 이성을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

많은 지성인들은 정치, 경제, 사회, 종교 등, 나름대로 글을 만들어서는 올리고 읽어 주기를 바라고 있다. 모두가 같은 맥락에서 보면 휴머니즘을 담고 있다. 이러한 신념을 끄집어내고 채근하면서 서로가 대화하는 분위기를 도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인터넷 시민도 다 같은 한국사람들이다. 기득권에 자리한 직책을 망각한 편협이 있을 수가 없고, 시민이라고 해서 울분으로 적대시 해서는 안된다. 민주주의는 대화와 타협이다.

이러한 자리를 마련하지도 않고 평행선만 달려서는 안될 것이다. 다시한번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리려면 극과 극의 완료형이 아닌 대안이 제시된 속깊은 글이 올려지길 서원해 본다. 무조건 비난한다고 해서 능사가 아니다. 정말로 사람이 잘 살수 있는 그런 사회가 적용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 논설위원 최장희 목사 cjanghee@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