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핫뉴스는 벨기에 총리인 헤르만 반 롬푸이가 EU의 첫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멀리 한국에 있는 저에게 낯선 사람이라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 텐데, 유럽의 정치무대에서도 그리 유명한 사람이 아니라고 하니, 의아한 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반 롬푸이에 대해 보도한 여러 언론을 종합적으로 보면서, 여러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갈등을 중재하는 통합의 리더십을 갖고 있다는 점이 제 눈에 중요하게 들어왔습니다.

프랑스, 독일, 영국 등 강대국의 파워게임 속에서 산출된 결과라는 점에서 얼굴마담의 한계를 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제게는 반 롬푸이의 조정과 통합, 중재의 리더십이 중요하게 인식되었습니다. 심지어는 숨 쉴 때만 입을 연다고 할 정도로 자기주장 보다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통합해낸다! 점에서 유럽연합의 초대 대통령으로 적절한 리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요즘 기윤실 운동을 보면서 많은 목소리들이 전해져오고 있습니다. 기대감을 갖고, 윤실아 요즘 뭐하니? 하고 물어보는 분들이 계시는가 하면, 실망감을 갖고, 윤실아 요즘 뭐하니? (같을 말이지만, 억양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이 전해지는데요 글로 쓰려니 한계가 있습니다) 하고 질타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물론 요즘 윤실이 잘하고 있다고 격려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2006년 10월 저를 기윤실 사무총장으로 세울 당시 기윤실의 어른들과 많은 회원들은, 제가 기윤실 운동을 새롭게 변화시키고 발전시킬 것으로 기대하셨습니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회원 한분은 제가 사무총장으로 오고 나서 정말 기윤실이 한국교회와 사회를 위해 멋진 일들을 만들어 갈 것으로 큰 기대감을 가지셨는데, 지금은 실망스럽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기윤실 운동을 초창기부터 해 오셨던 분들 중에는 기윤실 운동의 정신이 훼손되었다고 안타까워하기도 합니다.

최근 몇 년 동안의 기윤실 운동이 저 혼자만의 아이디어나 힘으로 진행된 것이 아니라, 이사, 공동대표, 운동본부장 등 많은 분들과의 협력과 소통을 통해서 디자인되고 실행되고 관리되어 가고 있지만, 사무총장이라는 역할 상 제게 모든 소리가 집중되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상황이 답답하고 안타까웠으며, 심지어는 다 내려놓고 도망치고도 싶었습니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서 회피하고 자리를 떠나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며, 어떤 점에서는 무책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마음을 굳게 하고 중심을 잡고 자리를 지켜야겠다고 다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분들의 격려와 배려가 있었습니다. 일일이 거명은 하지 못하지만,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특히 기윤실이 한국교회와 사회를 위해 여전히 중요한 사명을 감당하고 있으며,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기대감을 갖고 계시는 분들에게 기윤실 사무총장이라는 자리는 공공재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개인적인 감정으로 판단하고 선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평소에 늘 하나님의 주권과 주인 되심을 말해왔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말 ‘삶은 내가 살지만 내 것이 아니며, 하나님의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절실하게 깨닫고 배우게 되었습니다.

지난 22년 동안 기윤실은 한국교회와 사회를 위해 많은 사역을 감당해 왔습니다. 그리고 급변하는 시대의 문화적 흐름 속에서 기윤실은 그때그때 다양한 방식으로 응답을 해왔습니다. 요즘 윤실이는, 윤실이에게 기대감과 실망감을 갖고 있는 모든 분들의 목소리를 겸허하게 경청하고, 가능한 한 많은 분들의 마음을 다시 모아 한국교회의 신뢰회복과 한국사회의 변화를 위해 희망의 근거가 되어야겠다는 소망을 가져 봅니다. 윤실이의 새로운 도전을 기대해주시고, 격려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