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 막지 않으면 모두의 불행 자초…
공정한 규칙으로서‘공의’와‘법치’세워야 나라 미래 있어

  이명박 정부가 야심차게 구상한 국정2기 개각이 인사청문회부터 ‘위장전입’ 논란에 휩싸였다. 3년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이하 벌금형에 처해지는 실정법 위반으로 폭행범이나 과실치사보다 형량이 많은 현행법상 중죄다. 위장전입으로 검찰은 매년 1,500명 이상을 입건한다.

이귀남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위장전입(주민등록법 위반)과 아파트 구입시 세금포탈 의혹이 있는 다운계약서 작성(지방세법, 부동산거래신고 법률 위반) 사실이 확인됐다. 아파트 차명 투기(아파트실명거래법률, 재산신고 누락한 공직자윤리법 위반) 의혹 등 ‘투기 공화국’에서 행해져온 각종 탈법 불법수단들도 거론됐다. 이 후보자는 “법질서 바로세우기 범국민운동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정법 위반 법무장관으로서 국민에게 얼마나 호응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민일영 대법관 후보자는 위장전입과 양도세 탈루 사실이 확인됐다. 김준규 검찰총장 후보자는 4차례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작성, 이중소득공제 사실이 확인됐고 매형 사기사건 개입의혹도 받았다. 이미 대법관과 검찰총장은 대통령 임명 및 취임식을 마쳤다. 법치 국가의 얼굴인 대법관, 검찰총장, 법무부장관 모두 실정법을 어기는 인사들로 채워지고 있다. 평생을 법관으로 또는 검사로 일해 온 후보자들이 어느 한명도 죄책감이나 책임감을 보이지 않았다. “미안하다”, “잘 몰랐다”, 또는 “어쩔 수 없었다”며 은근슬쩍 넘어가는 모습을 보며, 그동안 법을 어기면 큰일날줄 알고 살아온 국민들로서는 당혹과 분노와 혼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1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46%가 고위공직자의 “위장전입은 중대한 결격사유”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지난 정부에선 장상, 장대환 두 총리 후보자와 주양자 보건복지부장관이 위장전입 의혹으로 낙마했고, 지난 정부에선 이헌재 경제부총리와 최영도 국가인권위원장이 역시 위장전입으로 사퇴한바 있지만 지금 정부에선 미미한 문제로 취급된다. ‘성장논리’의 황금만능주의에 도덕이 흔들리고 있다.

다른 후보자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편법증여, 소득세 누락 등 의혹을, 주호영 특임장관 후보자는 다운계약서, 편법증여, 공무원겸직 위반 등 의혹을, 임태희 노동부장관 후보자는 위장전입, 편법증여, 재산누락 의혹을, 백희영 여성부장관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 세금탈루, 장남 병역 기피, 다운계약서 작성, 연구비착복, 논문 부풀리기 의혹 등 ‘비리 백화점’ 수준이란 평가까지 받았다. 정운찬 총리 후보자도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병역 의혹을 받고 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 후보자만 유일하게 어떤 의혹도 받지 않았다.

이는 우리나라 고위공직자층에 ‘도덕 불감증’이 만연해 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공직자와 지도층의 불법 부정에 대해 특권같은 관대한 태도가 도덕불감증을 키우는 가장 큰 원인이다. 정부는 7월 1일부터 뇌물, 배임, 횡령 등 8가지 범죄의 부정부패 사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제식구 감싸기’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14일 법무부는, 자신이 수사중이던 사건관계자와 룸살롱에서 수차례 접대를 받은 검사에게 3개월 감봉이라는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다.

지난해 불거진 ‘쌀 직불금’ 사태도 13일 검찰은 해당 고위 공직자와 의원들에 대해 대부분 불기소 처분키로 했다. 공직자들이 농민에게 돌아가야 할 공금을 갈취 횡령하고, 농지 투기를 위해 위장전입을 하고,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짓는 것처럼 서류를 위조하는 등 편법과 불법을 저질렀지만 없던 일처럼 되버렸다. 무려 2400여명이 넘는 직불금 부당 수령 공직자에 대해서도 대부분 기소유예할 방침이다. “너희가 가난한 자를 밟고 저에게서 밀의 부당한 세를 취하였은즉 너희가 비록 다듬은 돌로 집을 건축하였으나 거기 거하지 못할 것이요 아름다운 포도원을 심었으나 그 포도주를 마시지 못하리라”(암 5:11)

이처럼 지도층과 공직자의 범법행위에 계속 면죄부를 주므로 국민의 박탈감과 국가 정책에 대한 불신이 높아가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다. 우리 국민 10명중 8명이 “법이 권위적이고 불공평하다”고 여기고 있다(한국법제연구원 ‘2008 국민 법의식 조사연구’). 최근 설문조사에서 국민 10명중 9명이 “법보다 돈ㆍ권력이 더 세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에 ‘유권무죄 무권유죄’ 인식까지 폭넓게 퍼져나가고 있다. “율법이 해이하고 공의가 아주 시행되지 못하오니 이는 악인이 의인을 에워쌌으므로 공의가 굽게 행함이니이다”(합 1:4)

이로써 지금껏 인내하며 법과 질서를 지킨 사람들로 하여금 어렵사리 잡고 있던 끈을 놓게 만들고 있다. 사회가 망가지고 개개인의 신념이 무너지고 국민들이 불법에 무감각해지고 있다. 정성진 전 법무부 장관은 “우리사회에서 법치주의가 잘 지켜지지 않는 이유는 정치인과 기업인 등 ‘가진 사람들’에 대한 법집행이 불공평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법질서 수준은 OECD 회원국 중 27위로 최하위권이다.

16일 삼성경제연구소는 우리나라의 ‘사회적 자본’이 OECD 29개 회원국 가운데 22위로 최하위권이라는 평가보고서를 내놨다. ‘사회적 자본’은 사회의 건강과 안정, 경제의 효율과 발전을 위한 핵심요소로서, 협력을 촉진시키는 신뢰와 규범같은 무형의 경쟁력을 말한다.

특히 공정성, 공공기관 신뢰도 등의 신뢰지수(24위)와 탈세, 부패, 법질서 준수 등의 사회규범지수(23위)가 가장 취약하다. 연구소는 “우리나라에선 ‘법을 지키면 손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우리나라가 OECD 평균 수준으로만 법과 질서를 지켜도 매년 1%의 경제성장률을 더 올릴 수 있다고 지적한바 있다.

15일 세계금융위기를 촉발시킨 리먼브러더스 파산 1주년을 맞아 오바마 대통령은 월가의 되살아나는 탐욕과 도덕불감증을 지적하고, “1년전 ‘책임감의 실패’의 교훈을 잊어선 안 된다”며 강력히 경고했다. 세계는 탐욕을 막지 않으면 모두의 불행을 자초한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법치를 외치던 정부가 고위 공직자의 불법에 대해 외면해선 안 된다.

하나님은 치리자들에게 특히 엄중한 도덕성과 공의를 요구하신다. 공의을 잃으면 백성을 토색하는 길이 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치리자들아 너희에게 족하니라 너희는 강포와 겁탈을 제하여 버리고 공평과 공의를 행하여 내 백성에게 토색함을 그칠찌니라”(겔 45:9) 또한 공의를 잃으면 의로움과 성실, 정직의 가치가 땅에 떨어지기 때문이다. “공평이 뒤로 물리침이 되고 의가 멀리 섰으며 성실이 거리에 엎드러지고 정직이 들어가지 못하는도다”(사 59:14)

공정한 규칙으로서의 법치를 확립하므로 도덕과 정의, 신뢰가 넘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이 시대에 교회가 할 일이 분명함에도 ‘나 축복받기’, ‘내 교회 부흥하기’의 이기적 교회 안에 침잠해 있어선 안 된다. 교회부터 먼저 공의에 바로 서서 선지자적 사명을 다해야 한다. 하나님은 오늘날의 한국 교회에 “왜 잠잠하느냐, 너희가 정직히 판단하느냐”고 추궁하신다. “인자들아 너희가 당연히 공의를 말하겠거늘 어찌 잠잠하느뇨 너희가 정직히 판단하느뇨”(시 58:1)

도연승기자 / doys7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