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로마법에 정통했던 위대한 법률가… 천국 비유 등 해석 덧붙여

  오는 9월 11일 37년 5개월이라는 최장 판사직 기록을 뒤로하고, 퇴임식을 갖는 김용담 대법관(새문안교회 장로)의 회고록 『김용담 대법관의 판결, 마지막 이야기』(누름돌 펴냄)에 그의 신앙관이나 성서를 보는 눈이 담겨있어 화제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1부에서는 법관으로서의 생활을, 2부에서는 법과 정의에 대한 37년여의 경험을 적었다. 이어 ‘희망매매’라는 소제목이 달린 3부에서는 ‘하나님과 맺는 삶의 계약으로서의 희망매매’와 ‘위대한 법률가 예수’라는 글을 통해 판사직을 마감하는 회고록을 마무리하고 있다.

김용담 대법관이 말하는 희망매매란 간단히 말하면, 아직 포획되지 않은 어류를 매수하는 것과 같이 요행수를 매수한 경우다. 원래 매매는 물건의 인도와 대금지그의 합의로 성립하는데, 로마법상에는 장래의 물건에 대한 매매대금 청구가 가능하다. 예수와 제자들이 맺은 계약도 이와 같은 희망매매로 해석한 것. 한 마리를 못 잡더라도 매도인은 약속한 매매대금을 달라고 청구할 수 있고, 매수인은 약속한 대금을 주어야 한다.

“나는 예수와 제자들이 맺은 이 계약 -마찬가지로 나와 하나님이 맺은 계약도- 을 로마법상의 희망매매라고 해석한다. 왜냐하면, 제자들이 설령 한 사람도 낚지 못하더라도 예수는 그가 약속한 대가(구원)를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매매는 물물교환과 같은 현실매매뿐이었는데 로마인들에 의해서 구두만으로도 법률적 효과가 있게 되었단다. 그리고 그 전제는 물론 그 말만의 약속을 성실하게 지키리라는 ‘믿음’이라는 것. “희망매매가 유효한 것은 인간의 성실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적은 김용담 대법관의 글에서, 그가 판사직을 성직(聖職)으로 여겼음이 드러난다.


‘예수를 위대한 법률가’라고 본 그는 마태복음 13장 44절의 천국 비유가 매장물에 관한 로마법에 대한 지식 없이는 제대로 이해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천국은 마치 밭에 감추인 보화와 같으니 사람이 이를 발견한 후 숨겨두고 기뻐하며 돌아가서 자기의 소유를 다 팔아 그 밭을 사느니라”(마 13:44)

로마법에 따르면 “땅에 묻힌 보물이라는 것은, 옛적에 맡겨 놓은 것인데 지금은 아무도 그것을 기억 못하는 돈 같은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주인이 없는 것이므로 먼저 발견한 사람이 임자가 된다. 그러나 만약에 어떤 사람이 그것을 지켜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혹 이익이 될까 혹 잘못될까봐 두려워 땅에 묻어 놓은 것이라면 그것은 보물이 아니다. 그것을 가진 사람은 도둑이 된다”라고 적고 있다.

땅속의 보물을 발견했다고 해서 그것이 자기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그 보물을 차지할 수 없다. 오히려 도둑으로 몰린다는 것이다. 보물을 뒤탈 없이 차지하려면 그 밭을 사는 방법밖에 없다.

김용담 대법관은 그래서 “이 비유는 천국이 명사(감추인 보화)가 아니라 동사(밭을 사느니라)임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이외에도 이 책에는 달란트의 비유와 노예제도에 이르기까지, 로마법을 다시 펼치며 37년 넘는 법관생활의 경험에 빗댄 그만의 풍부한 성서 해석이 담겨 있다.


▲ 1972년 판사에 임관하여 2009년 지금까지 자신의 경력은 딱 한 줄 "판사"라고 일축한 김용담 대법관. ? 누름돌

한편, 앞서 언급한 1부와 2부에는 연좌제에 걸려있다는 소문으로 애간장을 태웠던 일, 때늦은 사형집행을 확정하기까지의 고민, 부당한 정권의 호의에 대한 찝찝함 등 37년 5개월 동안 대한민국 법관으로 살아온 그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김용담 대법관은 기자와 책 출판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아직 살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들도 많이 있어서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이번 기회에 법과 정의 그리고 재판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조금이라도 높아졌으면 한다”며 망설이던 출판을 결정하게 된 이유에 대해 귀띔했다.

실제로『김용담 대법관의 판결, 마지막 이야기』에는 ‘법과 정의’를 이용하는 세태를 꼬집고, 모든 시민들이 법과 정의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그의 소박한(?) 사명이 절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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