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 주요 교단장 16일 청와대 만찬... 국민화합, 남북화해 등 건의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13개 주요 교단장들이 16일 저녁 대거 청와대를 찾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초청 형식으로 이뤄진 이날 만남은 예배와 만찬으로 3시간 가량 이어졌다.

이 자리에는 예장 통합총회 김삼환 총회장을 비롯해 예장 합동 최병남 총회장, 기독교대한감리회 이규학 감독회장 직무대행, 기독교장로회 서재일 총회장,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박성배 총회장, 침례교 한규동 총회장, 성공회 윤종모 주교, 복음교단 전병호 총회장, 루터교 엄현섭 총회장, 예장합동정통 장원기 총회장, 예장 대신 김명규 총회장, 예장 합신 이선웅 총회장 등, 사정상 불참한 성결교와 구세군 교단장을 제외하곤 주요 교단장이 거의 모두 참석했다.

특히 이 자리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시국대책위원회가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 면담을 추진하면서 이뤄진 자리여서 관심이 컸다. NCCK 시국대책위원장 조성기 목사(예장 통합 사무총장)가 일정을 조율하고 자리를 만든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형식과 만남 시간에 비해, 성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반응이다.

우선, NCCK 시국대책위원회 요구로 면담이 추진됐지만, 청와대의 요구로 보수 교단도 모두 참석시키면서 용산참사 문제나 미디어법 등 시국현안을 얘기하려던 애초 목적은 많이 희석될 수 밖에 없었다고 NCC 가맹 교단장들은 전했다.

또 청와대도 개신교만 배려한다는 반발을 우려해 영상 촬영조차 허용하지 않았을 정도로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해, 만남 자체가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 참석한 교단장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이날 만찬자리에서는 국민화합과 남북관계, 대서민정책 그리고 WCC 총회 유치와 기독교교도소 문제 등이 다뤄졌던 것으로 보인다.

복음교회 전병호 총회장, 기장 서재일 총회장 등이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유연한 자세를 촉구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이에 대해 "남북이 함께 잘사는 방법을 정착시켜 남북 공동번영을 이뤄가도록 힘쓰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들은 남북문제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진정성을 갖고 얘기했으며 "남북관계가 많이 호전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특히 NCCK의 북한 어린이 분유보내기운동을 얘기하는 자리에서는 이 대통령이 "참 좋은 일"이라면서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또 서민을 위한 정책을 당부한 부분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국가 존립의 목적인 만큼, 최대한 신경쓰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단장들은 국민화합 차원에서 대통령이 천명한 중도와 상생의 실천을 당부했고,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경청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그러나 용산참사나 미디어법 문제 등 구체적인 사안은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한 교단장은 "주로 이명박 대통령의 입장만 듣는 자리였다"면서 "심각한 얘기는 없었고, 그저 덕담을 나누는 자리였다"고 만남의 의미를 축소 평가했다. 구체적인 성과가 없었다는 것이다.

다른 교단장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가 이어졌고, 대통령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는 아주 좋은 자리였다"며 "진실된 모습이 좋았고 교단장들과 의미있는 교류를 가질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김삼환 예장 통합 총회장은 이날 만찬 자리에서 WCC 총회 유치와 박성원 총무 당선을 위해 국가 차원의 협조를 요청했고, 이 대통령도 이에 대해 "국가적인 영예인 만큼 서로 노력하고 기도하자"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모처럼 이뤄진 교단장들의 대통령 면담이 그야말로 '은혜스럽게' 이뤄진 셈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회동에서 배제된 NCC 시국대책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지금 시국은 예언자가 필요한 시점인데, 교계에는 제사장 역할의 교단장만 있었던 모양"이라며 아쉬워했다.

ney420@cbs.co.kr <본지 제휴 크리스천 노컷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