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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어요

 

살포시 찾아와

"가을이어요"

귓전을 노크할 땐

"관심 없어요"

모른척 하였더니

 

심통 무려

떠난 줄 알았어라

 

몇 날도 못 되어

앞 산 붉은 깃발 펄럭이며

뒹굴어 장구치는 모습 보고서야

 

"오라! 가을 손님 오셨구나"

 

너 묻기도 전에

내 입술 자복하여라

 

셀 수 없이 많은 이름으로 불리우던

저들

"나는 떡갈 나뭇잎이요"

"나는 바울 나뭇잎이요"

"나는 참 나뭇잎이요"

"나는 아카시아 잎이요"

이름마다 명예 걸고 솟구치더니

이젠 모두 합하여

<낙옆>이란 하나 된 이름으로 개명(改名))할 때

 

"가울이요"

"가을이요"

 

한 움쿰 하늘 높아진

이 가을을

시집갈 날 위하여

아부지 심었다면

사연 많은 오동잎

한 큰 잎에 소복이 담아

선물합니다.

 

정기환 작 조약돌의 속삭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