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들을 초대하여 인터뷰를 하는 코너가 제일 흥미롭다. 얼마 전에는 전남 고흥의 매곡교회를 담임하는 목사님을 인터뷰해서 그 교회의 독특한 사례를 소개했다.

이 교회도 모든 농촌교회가 그렇듯이, 사람을 길러놓으면 도시로 나가버리는 ‘허탈한’ 농촌 교회였다. 그리고 30년 전에는 교회 따로, 동네 따로였다. 그러나 지금은 동네가 교회고, 교회가 동네인 특별한 문화를 이뤘다. 이 교회 마당에는 500여개의 항아리가 있다. 다름 아닌 된장 항아리들이다.

이 교회 정도성 목사는 이제 경력 30년의 된장 전문가다. 동네 사람들의 된장을 교회가 함께 담가주면서 교회와 동네가 소통이 시작됐고, 교회가 동네 경제의 중심이 되었다. 동네 사람들이 농사지은 콩을 사서 메주를 쑤어 동네 사람들 가정에 된장을 공급하다가, 아예 본격적인 된장 장사에 나선 것이다. 조합을 만들어 동네 사람들이 농사지은 콩을 비싸게 사주고, 그걸로 된장을 만들어 외부에 팔기 시작한 것이다. 장맛을 본 외부에서 주문이 줄을 잇고, 그 바람에 동네의 콩 농사는 점점 확대되면서 교회가 동네의 중심이 되었고, 교인들도 늘어났다. 교회에 나오지 않으면서도 콩을 판 다음 교회에 십일조를 하는 주민들도 있고, 심지어 고스톱을 하고는 딴 돈으로 십일조를 하는 주민이 있을 정도다. 정 목사는 농촌 목회를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되며,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그 비결로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제시한다.

그동안 우리 기윤실을 비롯하여 많은 시민운동이 교회의 개혁을 네거티브 방식을 통해 추진해왔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개혁의 대상을 정해놓고 그쪽에 개혁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았다. 네거티브 방식이 효과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필자는 포지티브 방식도 함께 추진해야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설득하는 커뮤니케이션에서 자주 활용되는 것이 ‘Reason(근거, 논리)’과 ‘Example(사례)’다. 확실한 근거를 통하여 상대방을 논리적으로 설득해나가는 방식을 우리는 가장 많이 사용한다. 이러 이러 해야 하므로 이렇게 하자는 것이다. 또 다른 사람도 이렇게 해봤는데 잘 되더라며 예를 들어 상대방을 설득하는 방식도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방식이다. 특히 사례를 이용한 방식은 상대방의 마음을 쉽게 움직일 수가 있다. 누가 이 약을 먹었는데 나았다는 사실은 상대방에게 이 약을 먹도록 하는 데 가장 설득적이다.

2008년도에 우리 기윤실이 실시한 조사결과는 2004년 한국갤럽이 조사한 것과는 너무도 큰 차이를 보인다. 정말 교회가 이 정도로 사람들에게 걱정 거리, 비판 거리가 되었는지 솔직히 필자도 믿어지지 않는다. 어쨌든 전문가들이 조사한 결과니 사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계속 이 통계를 인용하며 한국교회가 이 정도로 타락했으니 개혁돼야 한다고만 외칠 것인가?

건전하고 균형있는 비판은 기독교 내부에서 자성하고 있다는 인상을 외부에 줄 수는 있지만, 문제를 안고 있는 교회들이 정작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대안을 제시해주지는 못한다. 더구나 안티 기독교 인사들이 교회를 비판할 근거를 줄 수도 있다.

모든 교회는 풀어야 할 문제(과제)를 안고 있다. 그 문제를 스스로 발견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그러한 문제를 해결한 교회의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해주는 교회 개혁 방법도 필요하다. 이러한 방식은 개교회 내부의 개혁자들이 개혁을 주장하고 설득할 수 있는 좋은 근거나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사례를 시작한 교회에게는 이 방향으로 더 자신있게 향할 수 있는 격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외부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하여 교회의 건강성을 진단한 후에는, 속히 본격적인 치료에 돌입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 오랜 시간 머뭇거리다가 치료의 시기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문제는 대안이다. 그 대안을 기윤실이 직접 내놓으려고 하면 세월만 흐르고 효과도 적다. 앞에서 소개한 농촌의 작은 교회처럼, 지금도 이미 많은 크고 작은 교회들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대안을 만들어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적용해오고 있다. 그것들을 샅샅이 발굴하여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교회와 세상에 알리는 작업을 우리가 시작하면 어떨까?

수년 전에 필자가 건강한 교회의 사례들을 모아 <세상에는 이런 교회도 있다>라는 책을 낸 적이 있다. 그로부터 한동안 언론들이 그 책에 소개된 교회들의 사례를 자주 인용했다. 그 당시 교회는 일반 언론들의 편향된 보도와 소극적 보도로 불만이 많았고 그래서 교회가 언론에 항의도 많이 했었다. 그 때 잘 아는 기자들로부터 이런 말을 자주 들었다. “일부러 기독교를 부정적으로 보도하는 게 아니라, 마땅히 활용할 자료가 없어서 보도해주지 못한다” 기자들은 언제나 생생한 자료를 찾아 헤맨다. 그런데 우리 교계에는 이러한 자료를 집대성하여 언론에 제공하는 곳이 없다. 우리 교회의 이미지가 이토록 나쁜 데에는 교회가 윤리적으로 바로 서지 못한 근본적인 원인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교회의 실체를 세상에 제대로 알리지 못한 원인도 있다는 것이 PR과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오래 일해온 필자의 생각이다.

이 일을 교계의 언론들이 적극 해주면 좋겠지만, 언론이 집중력을 갖고 이 일을 해주리라고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각 교단 총회나 노회도 다른 곳에 더 관심이 있는 듯하다. 우리가 이 일을 한번 체계적으로 추진해봤으면 한다. 그런 다음 얼마 후 다시 한번 본격적인 여론조사를 해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