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목회포럼 조성돈 교수 발제 "자살 무조건 지옥간다는 말은 옳지 않아"


                 11회 미래목회 정기포럼 지저스타임즈 jgn88@paran.com
“노무현 전 대통령과 별 연고도 없는 이들이 죄의식에 눈물을 흘린 것은 죽음에 대한 죄업의식 때문이다.”고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한국 사회를 뒤덮었던 추모열기와 관련해 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당시 많은 사람들이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고 한 장면이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49재가 열린 10일 오전 미래목회포럼(대표 신화석 목사)은 서울 종로5가 한국기독교연합회관 17층 대강당에서 출범 6주년 감사예배와 함께 ‘크리스천의 죽음,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11회 정기포럼을 가졌다.


▲ 미래목회포럼 '크리스천의 죽음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뉴스파워 최창민

이날 포럼에서‘그리스도인의 생명과 죽음 이해’라는 제목으로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조 교수는 한국인의 죽음에 대한 이해에 대해 언급하며“적지 않은 사람들이 대통령과 별 연고도 없으면서 그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의식에 눈물을 흘리고 통곡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바로 이러한 죽음에 대해서 죄업의식이 강박관념으로 나타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죽음관에 대해 “죽음과 멀지 않은 곳에 머무르며 죽음을 피하지 않고 화해하려는 시도에서 그 모습을 엿볼 수 있다.”며 “죽은 이들이 현재의 가족들을 떠나지 않으며 자손들의 기억과 제례 가운데 함께 하고, 그 집안에서 보이지 않는 가족구성원으로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 교수는“한국인의 죽음에 특별한 점은 즉음의 압력을 지니고 산다. 자녀들은 부모의 죽음에 대해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자학을 하며 죄의식을 지고 산다.”며 “죽음은 이로 말미암아 살아 있는 사람에게 태산 같은 압력으로 다가오게 되며 그 죽음에 눌려서 사는 삶을 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에 대해 조 교수는 “정치적 타살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주기도 했고, 그를 죽음으로 내몬 이유가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며 “애써 그의 죽음을 자살로부터 분리하려는 적지 않는 시도들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죽음을 자살로부터 분리하려는 종교계의 시도에 대해 설명했다. “그가 죽은 이후에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김인국 신부는 그의 죽음은 비록 자살로 계명을 어긴 것이지만 사회적 타살이기 때문에 구원의 여지가 열려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 “불교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전국 모든 주요 사찰에서 추모의식을 거행하고 있고 특히 49재를 매주 올리고 있다.”며 “불교에서도 자살한 사람들에 대해서 교리상 그렇게 너그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그의 죽음을 추모하는 것은 특이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개신교에서도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자살한 사람에 대해서 우리가 추모할 일이 없다는 입장에서부터 그의 죽음에서 예수를 보려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자살을 통한 그의 죽음이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있는 것”이라며“종교계에서 종교적 가르침이나 신념에 따른 판단이 아니라 정치적 해석에 신학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죽음은 이렇게 자살에서 추모되어져야 할 거룩한 정치적 행위로 승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기독교가 이해하는 죽음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자살한 사람은 지옥 간다’는 명제에 대해 “인간의 판단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며“자살이라는 것이 하나님 앞에서 큰 범죄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그 죄로 인해서 그 사람이 무조건 지옥 가야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 개혁주의 전통에 있는 신학자들은 자살한 사람에게는 구원이 없다는 견해에 대해서 비성경적인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불거진 자살자의 구원 논의에 대해 조 교수는 “자살로 죽은 그분이 구원을 받았을 것인가에 대해서 개신교에서도 논쟁이 벌어졌다.”며 “그 이유로 그가 어렸을 때에는 교회를 다녔고 중학교까지 목사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거나, 그를 만났던 목사들의 증언을 토대로 해 그가 믿음이 있었다고 하는 측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가 하면 자살한 사람을 추모하는 것조차 우리가 허락해서는 안된다고 하는 측도 있었고 오히려 그의 죽음에서 예수의 모습을 발견하고자 하는 신학적 노력을 하는 측도 있었다.”고 소개하고 “그러나 개신교에서 한 인간의 구원에 대한 판단은 우리의 몫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이다. 섣불리 인간이 그 기준을 가지고 죽은 이의 구원을 논한다는 것은 그 주제를 넘는 일이며 하나님의 영역을 넘어서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인간적인 관점에서 죽음은 우리에게 생의 끝이지만 하나님께는 그 죽음조차도 하나의 구분일 뿐 생명과 죽음을 가르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죽음도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선하심 안에서 이뤄져야하는 믿음의 행위”라고 말했다.

‘죽음의 실존과 그 의미’를 주제로 강연한 김대동 목사(분당구미교회)는 “죽음을 내몰고 회피할 것이 아니라 대면하고 진지하게 인식하고 더불어 살아야 한다.”며 최근 한국 사회에서 불거지고 있는 죽음과 관련한 한국 사회의 태도를 지적하고 “죽음을 의식하며 살아가면 참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다.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결국 잘 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생명의전화 이기춘 이사장은 “오늘의 기독교가 자살예방 분야에서 크게 공헌하는 점은 전화 상담을 통한 자살예방 운동”이라며 “이런 운동 등을 확대시켜 자살을 막을 수 있는 법적 장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독 의사가 바라보는 죽음’이란 제목으로 발제를 맡은 박상은 원장(안양샘병원)은 최근 김 할머니 연명치료를 중단하라고 한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생명을 연장하고 있는 사례를 언급하고 “당시 9명의 판사는 환자를 회복 불가능하다, 4명은 회복 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생명은 절대로 다수결로 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회복불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된 상태, 뇌사, 말기 암환자, 에이즈 등 돌이킬 수 있는 시점을 지나간 상태의 환자를 제외하고는 인위적인 인공호흡기 제거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질의 응답에서 오정호 목사(대전새로남교회)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에서 기독교계에서 조의를 표하는 마음으로 기도라는 형식을 통해서 참여하고 찬양대가 찬양을 했다.”며 “죽은 사람에 대해 기도라는 형식으로 조의를 표하는 것이 가능한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또 “김영삼 전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 기독교인 대통령이 돌아가셨을 때 불교에서 목탁을 치고, 원불교에서 염불하는 것을 허락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실제적인 문제”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조성돈 교수는 “우리는 기독교인으로서 두 가지 삶이 있다. 교회에서 교인으로서의 삶, 시민으로서의 삶. 이 둘을 분리하지 못하는 어려운 문제가 있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 순서에서 기독교계가 기도와 찬양으로 참여한 것은 전 국민적인 예를 표하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어떤 내용의 기도를 했는지는 논란이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 교수는 “김영삼, 이명박 대통령의 죽음에서 타 종교의 참여는 이중적으로 생각해봐야한다. 장로님이 돌아가신 장례를 교회장을 치르는 것과 국민들이 치르는 국민장은 분리해서 사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기춘 교수(전 감신대)는“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에서 권오성 목사의 기도 내용을 들으면서 권 목사가 굉장히 고민하고 나온 것을 느꼈다.”며 “기도 순서는 국가의 의례니 어쩔 수 없다. 다만 ‘이 죽음에 대해 하나님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라고 하고 그 이상 나가지 않았다. 천국에 가게 해달라거나 구원에 대해서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이 기도는 현명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